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자룡 Sep 17. 2021

멕시코로 다시 돌아왔다.

멕시코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호텔로 가는 내내 너무나도 익숙한 길거리의 모습에 꼭 고향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실제로 멕시코는 나에겐 고향 같은 느낌을 주는 곳 이기도 하다. 과정이야 어찌 돼었든 멕시코에 오기를 원했고 그렇게 되었다. 이제 타인의 의지로 멕시코를 떠날 일은 없어졌다.


멕시코에서 앞으로의 삶은 결국 내가 하기 나름이니 그리 걱정하거나 미래의 일에 연연하지 않으면 그거로 되었다. 어느 것에 연연하거나 그럴 나이도 아닌 듯하다. 배짱과 열정은 남아 있으나, 그걸 지혜롭게 활용할 연륜이랄까.. 우선은 시차 적응도 하고 해야 하니 당분간은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침대에 묻혀 있어 보려 한다. 멕시코의 공기도 잔뜩 들여놓고.


멕시칸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은행계좌를 개설하는데 거의 2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예전 같으면 속으로 부글부글 짜증이 날만 한데도 전혀 그렇질 않았다. 그래. 이래야 멕시코지.. 서두를 이유가 없는 거다. 아주 예전에 우리나라의 인터넷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했을 때, 도대체 왜 인터넷 속도가 빨라야 하는지를 되물었던 친구들이다. 넷플릭스 보는데 지장 없고, 조금은 늦지만 업무 보는데 불편함이 없는데, 왜 인터넷 속도가 빨라야 하는지 말이다. 멕시코엘 다시 왔다. 기쁘다.


나는 멕시코에서 11년을 주재원으로 근무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2년 여의 기간이 경과한 후에 다시 멕시코로 왔다. 아마도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전에 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나의 선택들이 어떤 모습으로 시현되어 갈지는 아직은 모르겠으나,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이 선택을 하는데 별로 고민하지 않았고, 이 선택은 이미 당시 우리나라로 들어가기 전에 결정을 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삶이 또 다른 형태이긴 하겠지만, 익숙한 삶이 되리란 건 안다. 이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작 치고는 괜찮다. 그리고 새로움이 다가온다 한들 이겨내고 극복해갈 자신도 있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