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본사로부터 법인경영을 위임받았다.

by 구자룡


나는 이제 멕시코에서 본사로부터 법인경영을 위임받은 거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최종 싸움이나 뭔가를 결정하고 행동하려는 장면이 나오면 복장을 챙겨 입는 장면이 꽤나 길게 나온다. 제복을 입으면서 벨트를 매고, 모자를 쓰고, 때론 총과 같은 무기를 멋진 효과음과 함께 장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복장을 갖춰 입는 다던가 무기를 장착한다던가 하는 장면을 보면 그냥 옷 입고 총차는 장면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주인공의 강한 의지도 같이 보이는 거다. 우리도 그런 장면이 필요했다. 사무실도 있어야 하고, 직원도 있어야 하고, 사무용 가구도 장착하는 장면이 필요했다.


법인 설립을 마치고, 직번이 0001번인 직원도 채용하고, 그 직원과 같이 주정부와의 협의를 지속해가고, 세무서 신고 등등의 일을 진행해 가고 있었다. 나는 이제 멕시코에서 본사로부터 법인경영을 위임받은 거다. 어느 날 아침 모닝커피와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회의에서 그 직원이 금일 오후에 재무매니저 인터뷰를 하자고 한다. 나는 오전에 회의가 있으니, 회의 마치고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하면서, 점심 마치고 인터뷰를 하자 했다. 인터뷰 장소는 스타벅스다. 오전 회의는 격렬했다. 늘 있는 일이니 새로울 것도 없다. 회의를 마치고 우리 직원에게 전화를 하니 주정부 사무실에 있다고 한다. 점심 장소를 정하고 나는 먼저 그 식당으로 이동했다. 도착해서 음료를 주문하고 조금 있으니 우리 직원이 도착했다. 아직까지 우리 법인의 총인원은 나를 포함 2명이었다. 직장인으로서는 흔치 않은 경험이 될터였다. 더군다나 상사가 아닌 제조업에서 나에겐 값진 경험이었다.


둘이서 식사를 마치고 재무매니저 인터뷰 장소인 스타벅스로 이동을 하였다. 식당과 같은 몰에 위치해 있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도착해서 직원과 같이 먼저 커피를 주문했고, 인터뷰 시 질문 항목에 대한 점검을 다시 하였다. 재무 매니저이어서 특히나 중요했다. 법인의 돈을 만지게 될 사람이었다. 그리고 법인 초기 이므로 재무 매니저는 나와 소통이 아주 잘 되어야 했다. 그러니 그냥 단순히 몇 개의 질문 만으로 채용을 할 수는 없다. 인터뷰를 볼 사람이 들어왔고, 음료를 주문한 후에 셋이 자리에 앉았다. 첫인상은 좋다. 잘 생겼다.


나이에 걸맞게 잘 생겼다. 이 사람은 채용이 되겠구나. 멕시코에 어느 정도 있다가 보니, 게다가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나름 보는 눈이 생긴다. 보는 눈이란 게 설명이 가능하진 않지만 느낌이 있다. 물론 시행착오도 몇 번 있었다. 이 사람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채용될 것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냥 보면 내가 채용을 원하던 안 하던 채용이 되겠다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법인장이어서 이 사람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해도 어떤 상황이나 다른 간부들의 강력한 의견이나, 시간에 쫓기거나 해서 채용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채용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런저런 질문과 답이 오갔다.


이 사람이 마음에 들었다. 채용이 될 것이란 것을 나 스스로의 마음이 확신을 하면서도, 나는 내 감성보다는 이성이 결정을 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인지 시켰다. 이 사람의 태도부터 관찰하기 시작했다. 멕시코에서 많은 인터뷰를 하다 보면 건성으로 와서 건성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회사가 뭐하는 회사 인지도 모르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인터뷰를 하면서 이 사람은 어느 정도 긴장을 하고 있었다. 질문에 답을 하면서도 정제된 언어를 사용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추후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우리 직원에게 의견을 물었고, 역시나 나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더라도 오랫동안 인사를 전문적으로 담당했던 직원의 의견을 상세하게 물었고, 내가 질문하고 답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리뷰를 했다. 채용을 결정했다. 이미 그렇게 될 것이었지만.. 그렇게 우리 법인의 직원은 3명이 되었다.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가장 중요한 사항은 주 고객사에 제품을 납입하는 일정이다. 주 고객사에서 납입 개시 일정을 정하면, 그 공급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정을 역산하여 법인 설립, 공사, 설비, 준공, 생산 개시 일정을 정하게 된다. 언제나처럼 일정은 촉박했다. 일정을 쪼개고 쪼개어 낭비되는 날이 없도록 일정계획을 수립하였다. 이제부터 직원 채용은 인사/총무 매니저와 재무매니저(직번 0002)가 인력 운영 계획에 맞추어 일정 부분 맡아서 진행하고, 대리급 이상 직원일 경우 셋이서 같이 인터뷰를 하는 걸로 정해서 진행하기로 했다.


하루 일과는 변함이 없었다. 단지 모닝커피 같이 마시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항상 있는 회의에 참석하고, 인사 매니저는 채용 및 주정부 관련 일을 하고, 재무매니저는 세무서에 들락 거렸다. 각각의 일들이 너무나 많은 에피소드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세세하게 서술하기엔 벅차기도 하고, 나름의 Know-how, Know-where다. 얼마 동안을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공단 주소도 확정 - 주소 때문에 엄청 애를 먹었다. - 되어 세무서 관련 일도 마무리되었고, 법인 주거래 은행도 확정되었다. 신규 공단이라 우리 부지의 주소가 확정되지 않아 건설, 은행 등을 확정 지을 수가 없었다. 이젠 해결이 된 것이다. 법인으로서 법적 절차는 마무리된 것이다 이 모든 절차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 많은 일을 어떻게 혼자서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 무엇보다 전에 있었던 법인의 주재원인 재무부장의 도움은 신규 프로젝트의 성공에 가장 큰 도움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설비 주문, 입고 등에도 주변의 도움이 많았다. 이는 나중의 이야기에서 서술하려 한다.


임시사무실로 출근하는 첫날은 감회가 새로웠다.


아침에 모여서 모닝커피 겸 회의를 하면서, 이제 회사로서 갖춰야 할 것은 갖출 때가 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서두에 언급한 영화 이야기도 했다. 다들 웃는다. 다들이라야 3명이다. 건설이 종료되면 당연히 공장 사무실로 들어가게 되겠지만, 공사가 끝나기 전의 일정까지 10명 정도의 사무직원이 예상되는데 이젠 임시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거다. 이후 생산부 직원 인터뷰부터, 직원 관리 - 그냥 직원 관리라기보다 작은 회사지만, 정부에 신고하고 보험, 연금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 소재 발주, 세무신고 등 사무 업무가 넘쳐 날 것이고, 같이 협의해야 할 것도 많으니 임시 사무실을 알아보자 했다. 만약 내가 멕시코에 처음 부임해서 임시 사무실 임대나 각종 업무를 진행했더라면 두려움도 더 컷을 것이고, 시간도 상당히 지연될 수 있었을 것이다. 멕시코의 업무 진행 문화를 감안한 일정 진행도 할 수 있었고, 사무실 임대도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임시사무실로 출근하는 첫날은 감회가 새로웠다. 출근하면서 우리 직원들에게 연락을 해서 내가 커피를 사 가겠다고 하면서, 사무실에서 만나자 했다. 영화를 찍는다면 내가 커피를 사서 들고 외투 날리면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을 슬로비디오로 멋지게 찍어대고, 우리 직원들이 들어오는 장면도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배우로 보면 나는 볼품없으니 됐고, 우리 직원들은 멋지게 찍혔을 거다. 출근을 하니 아무것도 없다. 그저 빈 공간일 뿐이다. 우리 직원들과 서서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의 감회를 나누었다. 책상도 없고, 의자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커피를 마시고, 회의도 하고, 이후에 셋이서 밖으로 나왔다. 차를 같이 타고 코스트코로 향했다. 청소도구를 사기 위해서다. 청소도구뿐이랴, 앉아서 일할수 있는 책상, 의자도 필요했다. 프린터도 있어야 했고, 중요 서류 등을 넣어둘 금고도 하나 장만해야 했다. 우리 인사/총무 담당 매니저는 사무용 책상과 의자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냥 접이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를 사자고 했다. 공장에 사무동이 다 지어지면 정식 사무용 책상과 의자가 구비될 것인데, 굳이 비싸게 살 필요가 없는 거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접이식 플라스틱으로 사면 추후 행사에도 사용할 수 있고, 처분하더라도 비용 부담이 없으니 그걸로 하자 했다. 청소도구를 사서 들고, 테이블과 의자는 배달을 시키고 사무실로 다시 들어왔다.


통상 회사에서 청소는 용역업체와 계약해서 진행을 한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임시사무실 공간이 크지도 않았고 해서 셋이서 청소를 해도 무리가 없었다. 청소를 마치고, 배달되어온 테이블 세팅도 마쳤다. 이제 시작이다. 소위 장비들이 구비되어 가는 거다. 마음도 같이 다져진다. 오늘은 사무실 입주 기념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바로 옆에 멕시칸 식당이 있어 거기로 가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좀 더 바빠질 것이다. 공사 시작일자가 확정되었고, 이에 따라 착공식 준비도 해야 했다. 주지사 일정도 확인해야 하고, 할 일이 많다. 주소 확정에 따른 명함도 빨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내일은 내일이다. 오늘은 그저 기념을 하면 된다. 셋이서 웃고 떠들어 댔다.


다음날 아침 출근해보니 제일 먼저 할 일이 직원 채용 인터뷰였다. 재무팀에 대리급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재무매니저만 좋다고 하면 다른 의견은 없다고 했다. 시간이 가면서 이제 인사, 총무, 재무 직원 채용은 이루어져 가고 있었고, 이제 본격적으로 판매팀 구성을 해야 할 시점이다. 기존에 잠재 고객사는 내가 고객사 사장이나 임원급 직원들을 만나 왔으니, 실무진에서 진행할 직원들이 필요했다. 판매매니저부터 정해야 한다. 판매매니저는 물류까지 담당해야 해서, 향후 설비가 들어오는 절차까지도 담당해야 한다. 통관은 물론이다. 우리 법인 규모의 회사일 경우 판매매니저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회사 경영에 있어 중요하지 않은 부문은 없다. 법인의 장으로서 부서 간 차별을 둘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우리 법인의 역할이나 규모상 판매매니저는 중요한 포지션이 될 수밖에 없다.


내가 멕시코에서 일을 해오면서 멕시코 내에서는 이 사람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 있게 확신하는 직원이 있었다. 전에 있던 법인에서 채용한 직원이었는데, 그 법인에서 판매매니저였다.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그 친구 정도라면 우리 법인의 판매 세팅은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바람일 뿐이었다. 그 매니저는 산루이스포토시 출신이어서 가족들이 다 그 지역에 있었고, 남편은 아일랜드 사람이었는데, 산루이스포토시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에 근무했던 법인에 근무하는 직원을 데려 올 수는 없었다. 데려 온다면, 설사 그 직원이 원한다 해도, 그 법인의 법인장님과 내 후임인 영업부장의 승인이 있어야 했다. 접기로 했다. 인사 매니저에게 인근 지역에서 경험이 있는 매니저 채용을 추진하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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