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들아, 고꾸라지지 말자.

고꾸라질 때가 되면 고꾸라 지면 됩니다. 아직은 아닙니다.

by 구자룡
청바지 입는 50대의 시작이 우리다. 얼굴에 팩도 좀 하자..


고개 숙이지 말자.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고개 숙이라 하는 건 아니다 싶다. 언젠가 아내와 같이 고모님 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가, 문득 고모님이 "젊은 애들이 벌써 그런 생각을 하니?"라는 말씀을 하셨다. 무슨 말 끝에 말씀하신지는 기억이 나진 않는데, 말씀하신 걸 가만히 생각해 보니, 50이 넘은 조카 부부에게 '젊은 애들'이라고 하신 거다. 20년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그러실 만도 하다. 조카들에 대한 사랑이 많으신 분이라 조카들을 보면 항상 어리게 보신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뭐, 또 사실이기도 하다. 아직은 젊은 애다.


우리 50대들은 젊지 않다. 뜬금없이 젊다고 했다가 젊지 않다고 했다가 뭐냐?? 글이 꼬이기 시작하긴 하지만 꿋꿋하게.. 아니, 지천명의 나이인데 뭐가 젊다는 건가? 그럼에도 작금의 50대는 젊음을 갈구(?)한다. 젊었을 때가 기억에 잘 없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참 열심히 일만 했다. 그러니 젊음이 뭔지 모른다. 기억에 없다. 그거면 충분하다. 최소한 우리 세대는 우리 자식들이 먹을 걸 가지고 걱정하지 않게는 만들어 놓았다. 이 말을 이해하는 건 부모님 세대와 우리 세대일 것이다. 그러니 젊음이 그립다면, 이제부터 젊어지면 된다. 젊음이 별건가? 젊음은 마음이다. 생각해 보시라. 청바지 입는 50대의 시작이 우리다. 얼굴에 팩도 좀 하자..


최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서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소식들을 접한다. 뉴스나 매체 등을 통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폭력 사태가 일어나는걸 보기도 한다. 이를 굳이 오늘 내가 언급하는 이유는 50대 이기 때문이다. 사유는 이렇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서 논란이 되는 경우를 보면 50대들이 많다. 이상하게 코로나 상황 이후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일들을 보면 신문에 괄호치고 50대가 많다. 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사람 한 사람 다 이해도 못하고, 그런 것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50대가 많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50대의 인구 비율이 높아서 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린 작금의 이런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을 거의 90%는 예측하지 못했다.


전쟁을 치러보진 않았지만, 전쟁의 참상이나 전쟁 후의 어려웠던 삶을 겪어온 세대, 그러기에 신분상승(?)의 기회가 비교적 있었던 세대, 10여 년만 목숨 걸고 공부했으면 이후의 삶이 거의 보장되었던 세대, 반면에 공부만 하기엔 너무나 형편이 어려워서 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버거웠던 사정도 적지 않았던 그런 세대, 부모님 세대를 겪어보진 않았지만 부모님의 삶을 보면서 전쟁 상황에 대해서도 알았던 그런 세대, 남자들은 군대에 가서 때리고 맞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런 세대,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시모의 말씀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왜곡된 조강지처의 삶을 받아들였던 그런 세대, 자식 교육이 최고의 투자라고 자식 교육에 거의 인생 걸었던 우리 세대................


너무나 많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어떤 세대든 할 말은 많다. 아, 또 있다. 스마트 폰이라니? 알파고? 어벤저스? 무료 국제 전화?........ 우리는 이런 시대가 올 것이란 것을 자라면서 예측하지 못했다. 세상이 좋아질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 일지는 몰랐다. 그런데 세상이 내가 30 이전에 살았던 세상보다 좋아지고 있는 건 맞는 거지? 면사무소 소재지의 중학생이었던 우리는 교생 선생님이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온다 했을 때,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웃었었다. 바로 학교 앞에만 가도 물이 넘쳐나는 개울에서 뛰어놀다 목마르면 그 개울물 마셔댔던 때이었으니.. 그저 공부 열심히 해서 사법고시, 행정고시, 회계사, 대기업 취업, 그리고 또 뭐 있더라? 이게 다였다. 대기업 취업을 끼어 넣은 건 순전히 나의 욕심이다. 내가 대기업에 취업했으니까. 지금 우리 아이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세상이 올지 어느 정도는 예상한다. 유튜브만 조회해도 관련해서 수도 없이 많은 영상이 떠 오른다. 그게 맞을지 안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리 세대가 자랄 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친구들은 스마트폰에 대한 개념조차도 알지 못했다.


아, 기억나는 미래 예측 이야기가 하나는 있다. 초등학교 때 내가 그렇게나 들락거리던 만화 (독고탁을 보기 위해서, 나는 당시 독고탁 마니아였다.) 가게에서 어느 날 만화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당시에 알약 하나 먹으면 배가 부른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했었었다. 그런데 만약 지금 알약 하나 먹고 배부르고, 영양소가 충분하다고 하면 나는 그런 세상이 좋지 않다고 본다. 먹방 유튜버들은 그렇다 치고, 나도 맛집 찾아다니거나 뭐를 해 먹거나 하는 걸 좋아하는 관계로 그런 세상은 싫다. 그렇더라도 당시 그런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글을 이어가다 보니 이상하게 옆길로 빠진 듯이 보이나, 결국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다. 마스크 난동이건 이외 불미스러운 내용들에 50대들이 자꾸 거론되니 마치 50대의 이미지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 나만 괜히 유난스러울지도 모르겠으나.. - 50대들아 그러지 말자. 우리가 어려운 세월을 견뎌 왔고, 이제 우리들 자신 또는 아이들이 그 열매의 맛을 보고 있으니 이로써 충분하다. 그러니 화를 내지도 말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역행하지도 말자. 우리들 세대의 밝은 모습을 어둠이 먹어 들어가게 하지 말자.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짙어진다는 그런 말장난에 넘어가지도 말자. 밝으면 그냥 밝은 거다. 그저 우리는 우리 세대가 살아온 자체로 되었다.


같은 50대로 거의 다르지 않은 세대를 살아온 50대들이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엇갈린 상황에서 초래되는 상대적 박탈감, 수십 년을 일에만 매달려 왔는데 유튜브 방송으로 수십억의 돈을 거머쥐는 (나이로 보면 나보다 훨) 젊은 사람들 - 말이 길어지는데.. 그렇다고 이분들이 쉽게 그걸 하신다는 것은 아님. 절대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우리 세대를 강조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고, 심지어는 마치 유튜브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돈을 긁어모으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일부 매체들도 있음을 먼저 언급합니다. - 아, 10년만 젊었더라면 나도 저거 할텐데라는 부질없는 생각 등으로, 만약에 고통받거나 고통까지는 아니더라도 배 아파하고 있다면, 그건 아니다.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파하는 것이 사람의 인지상정이라 하더라도, 그럼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없는 바에야 굳이 아파할 이유가 없다. 두려움 없이, 거침없이 치고 올라가는 내 자식 세대의 젊은이들이 아름답다. 그네들과 우리 세대의 차이는 좌고우면이다. 우리 세대는 생각이 너무나 많다. 우리도 거침없이 치고 가면 될 것을... ㅋㅋㅋ 그러기엔 실패 기억이 너무나 많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럴 상황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고꾸라질 때가 되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고꾸라 진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고꾸라 지지 말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 고꾸라 지지도 말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화병이 나서 고꾸라 지지도 말고, 지나온 삶에서 - 나의 삶인데 - 나만 빠진 거 같아서 고꾸라 지지도 말자. 비우려야 비워지지도 않는 마음 붙잡고 왜 이렇게 비우기가 힘드냐고 고꾸라 지지도 말자. 고꾸라질 때가 되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고꾸라 진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남의 떡이다. 그러니 커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떡의 크기를 가지고 이런저런 생각도 할 거 없다. 그저 하던 대로 익숙한 대로 열심히 살자.


언제나 그렇듯이, 내 얘기를 좀 더 해보자. 멕시코에서 온전하게 40대를 보내고, 성숙한 50대에 한국 복귀를 한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적응기를 보냈다. 적응기라는 게 별거는 아니다. 그럼에도 뭔가 이상하게 순간순간 낯설고 서툴렀다. 심지어는 글을 써가면서도 전엔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왔던 용어조차도 기억하기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너무나 잘 짜여 있는 인터넷 환경이나, 거의 모든 공적인 일들이 인터넷으로 다 된다는 거 조차에도 적응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너무나 쉽게 전화번호만으로 인증이 되어 버리는 편리함이 불안하기까지 했다. 군대 복무 등을 위해 한국에 일찌감치 들어와 있던 우리 큰애가 휴대폰으로 이런저런 결제를 하고, 집 앞 현관에 택배 상자들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면 돈이 그냥 나가는 거 아닌가 라는 불안도 있었다. 물건은 실물을 보고 사야 한다는 강한 믿음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거다.


** 막간에 -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하는 게 우리나라만큼 편한 나라 보셨는가요?


어느 날 아내가 안국동에 멋진 카페가 있으니 가보자 해서 주말 (코로나 상황 전이었다.)에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겨우 자리를 먼저 잡고 앉아 있었고, 아내는 커피 주문을 하러 간사이에, 내 옆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나가려 일어서서 자리를 떠나는데, 막 들어온 어떤 학생이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바로 커피 주문을 하러 나가는 거였다. 그 학생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왠지 마음이 불안했다. 내가 오랫동안 있었던 나라였다면, 2분 내에 그 가방은 없어지고,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에 앉아있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한 참이 지나도록 그 가방은 그 자리에 있었고, 어느 누구도 그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 학생이 올 때까지 가방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혹시나 그 학생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가져갈까 봐 말이다. 아내가 커피를 가져온 후에 그 학생도 커피를 가지고 가방을 얹어둔 자리에 앉아서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는데,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꺼내는 것이었다. 최소한 150만 원 정도는 되는 물건이 든 가방을 그렇게나 놓고 갈 수 있는 성숙된 사회였다. 아마도 나와 아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가방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거다. 이런 사회를 우리는 만들어 왔다. 그러니 그걸로 되었다.


사회적 안전이 상당히 안정된 나라에서, 그런 나라를 만들어온 우리 세대가 이제 60대를 바라보면서 왜 자꾸 고꾸라 지려 하는지.. 나는 지금 돈이 엄청나게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의 생각을 가지고 돈이 엄청나게 많으면 정말이지 너무나 행복할 것 같다. 몸짱이었으면 좋겠다. 평생 몸짱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몸짱이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멕시코에 근무 당시 방문했던 주지사 공관 같은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수영장도 있고, 잔디 공원 같은 공간도 있는 그런 집이 있다면 나는 정말로 행복할 거 같다. 돈이 많고, 몸짱이니 당연히 집도 클 것이고, 마음만 먹으면 멕시코의 주지사 공관 같은 집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다. 그러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당연하다. 건강도 돈도 있으니 얼마나 좋겠나? 그리고 또 뭐 없나?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으나, 만약에... 행복하겠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현재 나는 돈이 엄청나게 많기 위해서, 몸짱이 되기 위해서, 주지사 공관 같은 집에서 살기 위해서 절실하게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있다. 돈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면서, 나도 몸짱이 되어서 내 돈 들여서라도 시니어 화보 찍고 싶은데, '김원곤 교수님은 대단하다.' 그리고 부럽다 하면서, 주지사 공관 같은 집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정작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긴 뭔가를 하더라도 돈이 엄청나게 많아지거나 몸짱이 될까?라는 의심을 거둘 수는 없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누군가에게 내가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한다고 이야기하면 10명 중 10명의 사람들은 "At your age? hell no, impossible!!" 한다. 만약 내가 멕시코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면, 10명 중 3명은 "Ok. if you try, it will be."라 하고, 4명의 사람은 "Ok. Try. It will be difficult, but it worth itself.", 나머지 3명의 사람은 "It could be or not. But it could be."라 함을 안다. 왜냐고, 내가 물어봤거든.


고꾸라질 마음과 시간이 있다면, 정말이다. 뭔가를 하자. 나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했지만 서도.. 작게 뭔가는 한다. 뭐하는가 하면, 화보 찍는 훗날을 생각하면서 푸시업과 스쿼트를 매일 한다. 상당히 장기간을 했음에도 몸에 변화는? 없다. 아직은.. 그저 여기저기 아프진 않다(입방정이 아니길). 몸짱부터 하고 나서 돈 생각하기로 했다. 말이 그렇다는 거다. 그리고 순간에 항상 끊이지 않게 뭔가는 새로운 걸 배운다. 전에 언급했던 SNS 등등을 배우고 익혀 간다. 의미는 뭔가 작은 일이더라도 고꾸라지는 마음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작은 것부터 매일 해보자는 말이다.


하고 있는 일과 하고 있는 생각과 전혀 관계가 없더라도 아무거나 하나 배워보세요. 뭔가 익숙해지고 달라지는 그 하나로 즐겁습니다.


"50대들 힘냅시다. 아직은 고꾸라질 때가 아닙니다. 그리고, 끝으로 '우리 아이들' 그렇게 철없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 세대, 우리 세대 존경하더라고요. 20, 30대인 아이들을 믿어 보세요. 어리지 않습니다. 다들 성인입니다."


* 이 글은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해온 50대인, 제 개인적 의견이면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