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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복현 Aug 21. 2023

방 한 개와 바꾼 그림액자 같은 집



내 친구 영숙이네 집은 부천에 있다.   소형 아파트가 많다 보니 신혼부부가 결혼 생활을 시작하기 좋은 도시이다. 생활권 안에 편의 시설들이 아주 다양하고 풍부하다. 백화점과 쇼핑몰이 많다 보니 근거리에서 이동이 가능하다. 1호선과 7호선 가운데 있으니 서울로 출퇴근하기 좋은 곳이고 서울보다는 저렴하니 자금 사정에 맞게 수요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고금리인 상황에서는 전세를 원하는 사람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거주 조건에서 월세가 유리한지 전세가 유리한지 다 알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을 때 지불하게 되는 대출이자와 월세로 계약하였을 때 나가는 비용을 계산하여 비용이 적은 쪽으로 선택한다. 그러나 내 친구 영숙이 입장에서는 월세보다는 전세를 놓아야 자금 회전에 무리가 없다 보니 전세로 계약이 되기를 우선시한다.

출처: 부천현대백화점 공식블로그


 반대로 지금은 임차를 원하는 사람들은 월세가 유리하다. 월세이든 전세이든 현재 시점에서 유리한 것이 미래에도 꼭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전세 빼기, 특히 내 친구 영숙이의 아파트에는  6개월째 비어있는 집이 있었다. 주변에 전세가격이 더 저렴한 아파도 있으니 바짝 긴장이 되었다. 영숙이네 집이 무사히 전세 계약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사 시작을 한다.



영숙이네 집은 96년식으로 27년 정도 된 아파트이다. 그동안 가전제품의 크기가 달라졌고 종류도 늘어났다. 가전제품이 들어갈 자리가 부족하였다. 특히나 양문형 냉장고는 덩치가 커서 19평 소형 아파트의 더 좁게 만들었다. 현관 입구에서 가까운 쪽에 설치되어 있다 보니 집에 들어갈 때 첫 느낌이 답답하였다. 이 덩치 큰 냉장고를 이동할 수 있다면 현관에 들어선 느낌이 시원하고 환해 보일 것 같았다.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이 냉장고 자리 확보였다. 


크지 않은 싱크대이지만 길이를 줄여 한편을 냉장고에게 양보하는 것이 좋을 듯하였다. 냉장고 옆면이 보이지 않게 되고 앞면만 보이니 간결해 보이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하였다. 싱크대 길이가 짧아 작업대도 확보가 어려웠다. 작업대 역할을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하였다. 바로 식탁이었다. 식탁은 용도가 다양하다. 책을 볼 수도 있고 식사도 하고 취미 생활을 할 수도 있다. 식탁이 크면 재택근무에도 유용하다. 이전의 구조로는 식탁 자리가 애매하여 크기가 작아질 수밖에 없었지만 냉장고를 이동하면 2미터짜리 식탁도 가능하게 되었다. 냉장고 있던 자리에  낮은 식탁을 설치할 생각을 하니 속이 시원하다. 



요리 준비는 식탁에서 하고 뒤돌아 개수대에 와 레인지에서 요리하고 한 걸음 뒤 식탁에서 맛난 식사를 하면 된다. 식탁 하나로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면 그만큼 이득이다. 카페에서 볼 수 있는 큼지막한 마음 넉넉해지는 식탁이 의뢰인의 집에도 가능해진 것이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큰 것이 냉장고 얼마든지 얌전한 가전제품이 될 수 있다. 이쯤에서 상상해 보기로 한다.




지금처럼 큰 냉장고를 현관 입구에 배치를 하면 냉장고가 크게 가로막고 있다. 남편이 퇴근을 하여 집에 들어왔을 때 아내가 싱크대에서 요리를 하는 장면을 볼 수가 없다. 볼 수 없다는 것은 귀가한 남편이 ‘여보 나왔어’라고 하면 듣지 못한 아내는 계속 자기 할 일만 할 것이다. 남편은 마침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는데 아내까지 모른 체한다면 순간 감정이 올라올 수도 있다. 아니 사람이 들어왔는데 아는 체도 안 한다는 말이 생각과 다르게 ‘툭’하고 나가면 부부 싸움은 시작이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가구의 레이아웃이 중요하다. 




또 다른 상상을 해보자. 냉장고를 옮겨주면 커다란 덩어리가 사라지니 작은 동굴은 사라지고 시야가 확보가 된다. 장애물이 없으니 힘든 남편이 작은 소리로 귀가를 알려도 아내는 금방 알아채고 반갑게 인사를 할 것이다. 가정의 평화는 지속된다. 작은 불씨를 막아주는 상상을 하면서 즐겁다.


출처:삼성전자 공식홈페이지


이번에는 복도 쪽에 있는 작은 공간에 세탁기 건조기를 넣어야 하는데 입구가 좁아 들어갈 수가 없다. 사이즈가 커진 세탁기 들어가려면 출입구를 넓혀야 하는데 다행히도 새시 사장님이 도와주셔서 일명 까대리를 반듯하게 하여 충분히 공간을 확보해 두었다.



조적벽돌이 남아 있는 모습



하지만 언제나 만족스럽게 잘하는 것은 아니다. 치명적인 실수도 한다. 작은방을 확장을 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창틀만 제거하고 날개를 제거하지 않은 것이다. 벽돌로 된 조적이라 제거가 가능하였는데 멀쩡히 벽돌인 줄 알면서도 내력벽이라 착각을 하였다. 약간씩의 날개를 남겨두었으니 방을 확장하였지만 네모가 아니라 중간에 날개가 생긴 것이다. 너무 난감하였다. 이미 바닥공사, 난방공사까지 끝났는데…….. 속이 타 들어갔다. 친구는 나를 믿고 맡겼는데 어이없는 일이 발생을 하였다. 




지금 생각해도 바보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내 친구 영숙이에게 사실 대로 이야기 하였다. 영숙이도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였지만 나를 신뢰하였기에 내력벽이겠거니 생각했단다. 너무 미안하고 쥐구멍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해결 방법을 찾아야만 하였다.





이 작은방의 장점은 넓은 창이었다. 넓은 창으로 보이는 뷰는 액자 같았다. 초록색이 풍부한 나무가 한눈에 들어왔다.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 안전한 이 공간에서 향기로운 차를 한잔한다면 초록 나무는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사계절 변하는 모습은 살아있는 무료로 보는 명화일 수도 있다. 


실수였던 공간을 우리는 카페 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하였다.


 예쁜 등을 달고 공간에 맞는 벤치와 테이블을 배치하니 홈 카페가 되었다. 예쁜 색의 쿠션과 인형들은 포근한 분위기로 이끌어주었다. 수납가구를 쌓아둘 수도 있지만 가족들이 아늑하게 차를 마시며 화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가족이 추억이 차곡차곡 모아질 것이다.





  인테리어는 금요일에 마무리가 되었다. 토요일에 집을 보고 간 신혼부부가 월요일에 계약이 되었다. 3일 만에 계약이 된 것이다. 내 친구 영숙이랑 부동산 사장님이 활약으로 인테리어 마무리 시점에 집을 볼 수 있도록 섭외를 해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 신혼부부는 방 3개짜리가 기본 조건이었다. 의뢰인의 집은 방이 2개짜리였으니 사실 기본 조건에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받았다. 

 




부동산 사장님에 의하면 방 3개짜리를 원하였지만 살짝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의뢰인의 집은 방이 2개짜리였지만 작은방을 확장하여 큰 방 2개처럼 사용할 수 있었으면서 전세가격이 낮아 보유한 자금으로 충분히 계약이 가능하였다. 이 상황을 알고 있는 부동산 사장님이 임대인도 임차인도 모두 만족시킬 거리를 찾아 연결한 것이다. 부동산 소장님은 "내가 억지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순리대로 중개한다."라고 겸손해한다. 추가로 인테리어가 잘되어 있어 신혼부부에게 안내가 가능하였다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가격과 인테리어라는 조건은 만족을 하였지만 신혼부부는 여기까지가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방 3개짜리와 방 2개짜리를 비교하면 어찌 되었건 방 3개짜리가 우선이다. 방 3개짜리를 원하였을 때는 어느 정도 자금조달 계획이 되어있었을 것이다. 누군가 권해주어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계약을 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무엇을 본 것일까? 무엇을 상상했을까? 아마도 다른 집에 없는 큰 창에서 액자를 발견하지 않았을까? 초록나무가 액자 속으로 들어온 그림 같은 모습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카페 공간을 보았을 것 같았다. 맞았다. 공실 탈출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수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고요하고 아늑함을 상상한 것이다. 





입주 후에 화장실 천장에 설치된 특별한 제습 환풍기 AS 건으로 이사 후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신혼살림이 아주 예쁘게 정리되어 있었다. 살짝 핑크빛이 도는 전체적인 벽지와 아이보리 소파가 아주 잘 어울렸고 방 2개를 여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다. 주방 식탁 등이 금빛 색상인데 식탁의자도 같은 황금색으로 맞추어 세트처럼 보였다. 타워 워시도 넉넉하게 설치가 되어 있어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화장실 거울 조명도 전체적인 집안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냉장고 자리에 식탁자리를 확보하였답니다.









화장실 입구에 약간의 공간이 있어 낮은 수납장을 만들었는데 수납장 위에 자주 사용하는 소품들을 놓아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어 보기 좋았다. 맨 처음 걱정했던 냉장고는 원래 그 자리인 것처럼 능청맞게 자리 잡고 있었다. 집안 전체 분위기는 잡지에 나오는 것 같은 예쁜 모습이었다. 신혼부부가 좋은 에너지로 원하는 삶을 살기를 응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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