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의 다짐
입사하고 얼마 안 된 근무의 마지막 라운딩에 있었던 일이다.
우울증을 진단받아 한층 더 예민한 암 환자분이었다. 취침 전약 투약하러 갔을 때, 환자가 말을 건넸다.
“선생님 여기 온 지 오래 안 됐죠?”
나는 멋쩍어하며 답했다. “신규 티가 많이 나죠? 하하. “
워낙 내 하는 행동이 익숙하지 않고 어리숙하여 티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의 답변을 받았다.
“선생님이 너무 착하셔서요, 여기 선생님들은 다 바쁘거든요. 신경 못 써주시니 암환자들 상처받아요.”
답변을 듣고 잠깐 생각했다. 그 말을 꺼낸 환자의 마음 그리고 그런 모습으로 비쳤던 선생님들의 사정, 양쪽의 입장이 모두 공감되었기 때문에 섣부르게 답하기 조심스러웠다.
많은 과중에서 종양내과를 선택한 이유는 ‘암환자’들을 간호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외과에서 수술로 한 번에 끝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들의 질병을 받아들이고 남은 생까지 함께 살아가야 하는 현실일 수도 있다.
나의 간호는 그들이 ‘회복’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순간을 느끼면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환자를 대하며 내가 하는 행동, 말투는 낯선 병원에서 그들을 더욱 안심시켜 주고 싶은 그런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환자가 말한 위의 답변만으로 한 번에 잡아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상황과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무의식 속 내 간호가 전달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직접 들으니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아, 굳이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 사실은,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는 시기라 인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내가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 해결해주고 싶은 것들은 많은데, 신규인 내가 아직 해줄 수 있는 건 들어주고 친절하게 말해주는 것 밖에 없다는 사실, 그리고 일이 생기면 프리셉터선생님한테 전달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이 환자들에게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설정한 방향은 그들을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충분한 지식과 실력’을 지닌 간호사이기 때문에 ‘친절’만 한 간호사로 남기보다는 실제로 실력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 지금 내세울 수 있는 ‘친절’만 한 간호사인 순간에도 분명히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며, 목표를 매일, 순간마다 이뤄나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난 환자가 있기에 간호를 할 수 있다.’
아 환자분의 말에 마지막에 이렇게 답했다. “제가 더 배우고 공부해서, 환자분들께 더 해드리는 게 많을 수 있는 간호사가 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