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나는 27살, 그는 24살.
5월에 만나 6월에 연인이 되어 7월에 롱디를 시작하면서 다시 혼자의 삶으로 돌아간 나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처음 해보는 롱디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마지막 학기에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로 거의 스스로를 감금하다시피 하며 다른 어느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외로움은 극에 달했고, 남자친구가 있어도 직접 만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자 사실 모든 게 내가 만들어낸 상상이 아닐까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겨울쯤 되자 다행히 긴 공부의 끝이 보이면서 상황은 안정되었고, 나는 그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동안, 내 마음은 설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복잡하기도 했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내 남자친구였지만, 우리는 국적도 달랐고 모국어도 달랐고 다른 세상에서 태어나고 살아왔으며 아직 서로를 대단히 잘 알지도 못했다. 공통의 지인도 거의 없다시피 했고, 아무런 접점도 없는 타인이었다.
그런 남자와 연인이 되고, 지구 반바퀴를 날아서 만나러 가는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으면서 연인으로 지낸 건 한 달 남짓이었고, 연애 초반에는 다들 좋은 점만 눈에 들어오니까, 다시 만나보면 서로에게 실망하고 헤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상처만 남을 수도 있고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떤 미래가 기다리든 간에 그 미래를 내 손으로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긴 여정 끝에 그를 다시 만났다.
나만큼은 아니라도, 그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걸까.
긴장한듯한 미소로 공항에서 나를 맞아주는 그를 보자 안심이 되었고, 그동안의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2주간의 길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나는 그의 가족도 만나고 그와 로드트립도 하면서 즐겁게 보냈다.
그와 같이 있으면 있을수록,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와의 행복한 시간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왔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미래를 함께 계획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