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반찬은 사랑이다.
조카들 영어 공부를 봐주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길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깐 들렀다가 가."
평소 먼저 전화하는 법이 없는 엄마가 전화해서 집에 들르라고 한 거면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으므로 5분 거리에 있는 엄마 집으로 향했다.
"잠깐 있어 봐 봐."
부스럭부스럭. 내가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엄마가 이것저것 챙겨서 가방에 담아 주신다.
(아마도 빨리 집에 가서 남편 끼니 챙겨야 할 나를 생각해서 그러신 것 같다. 물론 나는 남편 저녁을 잘 챙기는 현모양처는 아니다.)
"레몬즙은 요새 많이들 먹는 거니까 꼭 챙겨 먹고, 장조림하고 멸치반찬 좀 넣었으니 집에 가서 먹어."
가방 안을 보니 요즘 홈쇼핑에서 유행하는 레몬즙 제품 두 통과 장조림, 멸치반찬이 지퍼백에 담겨 있었다.
엄마는 한참을 레몬즙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셨는데 내 마음은 온통 맛있는 장조림과 멸치볶음 반찬 먹을 생각에... ㅎ
엄마 장조림과 멸치볶음이 실로 오래간만이다. 원래 반찬을 잘 얻어먹지 않는데 엄마께 얼마 전 선물로 드린 한우를 혼자 드시기 그러셨는지 장조림을 만들어 나눠주신 거다.
엄마 드시라고 드린 거지 이렇게 반찬으로 돌려받을 생각은 안 했는데...
항상 내가 뭘 드려도 잘 받지 않으시려고 하고, 이유 없는 용돈도 받지 않으려고 하는 엄마는 이렇게 소고기 선물도 영 마음이 쓰이시나 보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무뚝뚝한 엄마와 무뚝뚝한 딸의 마음은 이렇게 소고기와 장조림처럼 표현된다.
아무튼 오늘 저녁은 장조림과 멸치반찬으로 마음이 따뜻할 것 같다.
엄마가 오래 건강하게 곁에 계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