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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urth Daughter Apr 22. 2024

장조림과 멸치볶음

엄마의 반찬은 사랑이다. 

조카들 영어 공부를 봐주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길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깐 들렀다가 가."

평소 먼저 전화하는 법이 없는 엄마가 전화해서 집에 들르라고 한 거면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으므로 5분 거리에 있는 엄마 집으로 향했다. 


"잠깐 있어 봐 봐."

부스럭부스럭. 내가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엄마가 이것저것 챙겨서 가방에 담아 주신다.

(아마도 빨리 집에 가서 남편 끼니 챙겨야 할 나를 생각해서 그러신 것 같다. 물론 나는 남편 저녁을 잘 챙기는 현모양처는 아니다.)  

"레몬즙은 요새 많이들 먹는 거니까 꼭 챙겨 먹고, 장조림하고 멸치반찬 좀 넣었으니 집에 가서 먹어."

가방 안을 보니 요즘 홈쇼핑에서 유행하는 레몬즙 제품 두 통과 장조림, 멸치반찬이 지퍼백에 담겨 있었다. 

엄마는 한참을 레몬즙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를 설명해 주셨는데 내 마음은 온통 맛있는 장조림과 멸치볶음 반찬 먹을 생각에... ㅎ


엄마 장조림과 멸치볶음이 실로 오래간만이다. 원래 반찬을 잘 얻어먹지 않는데 엄마께 얼마 전 선물로 드린 한우를 혼자 드시기 그러셨는지 장조림을  만들어 나눠주신 거다.  

엄마 드시라고 드린 거지 이렇게 반찬으로 돌려받을 생각은 안 했는데...

항상 내가 뭘 드려도 잘 받지 않으시려고 하고, 이유 없는 용돈도 받지 않으려고 하는 엄마는 이렇게 소고기 선물도 영 마음이 쓰이시나 보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무뚝뚝한 엄마와 무뚝뚝한 딸의 마음은 이렇게 소고기와 장조림처럼 표현된다. 


아무튼 오늘 저녁은 장조림과 멸치반찬으로 마음이 따뜻할 것 같다. 

엄마가 오래 건강하게 곁에 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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