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페이지를 넘기며

후배와 함께해오던 일을 정리하며 드는 소회

by Fourth Daughter

나는 인생을 여러 개로 나눠진 챕터라고 생각하고, 각 챕터마다 한장씩 한장씩 무언가를 써내려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챕터는 또 잘게 쪼개보면 단락으로 나뉘고, 단락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최근 2년 간의 직장생활과 내가 했던 일, 거기에 따른 인간관계는 40대 챕터에 직장생활에 대한 단락에 쓰여지는 스토리쯤이 되겠다. (40대 지금 쓰고 있는 챕터는 '가족'이 중심주제이므로 직장생활은 주변 주제다. 따라서 30대 '일과 활동'이 주제였던 챕터에서의 직장생활 이야기와는 비중과 무게에서 크게 다르다.)


2년 반 전에 대학 시절 후배에게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채용되어 일을 시작했다. 치열하고 괴로웠던 30대 하던 일을 모두 정리하고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내안으로 내안으로 파고들었던 시간이 있었다. 5년간 그러한 시간을 보내고 난 후였기에 어느 정도 사람들을 만나고 소소하게 (집순이가 아니라 밖으로) 활동 반경을 좀 넓혀도 '내 마음의 여유가 남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함께 그렇게 시작했던 직장생활이었다.


그런데 한 열흘 전에 후배가 이직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별을 통보했다. 갑작스럽고 당황했지만 며칠 생각을 정리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기로 했다. 아쉬움도 있고 서운함도 크지만 내 인생에 중심 주제가 아닌, 큰 일이 아니므로 그냥 넘기기로 한다.


명절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나의 직업 생활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출판사 일을 다시 일으켜야 하나? 아니면 뭐라도 작게 시작해야 하나?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나? 당장에 수입이 줄고 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므로 고민은 된다. 사십대 중반이 된 나이도 고민에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인생 지금 챕터의 '중심 주제'를 벗어나진 말자고 다짐해본다.

아직 2-3년 정도는 더 가족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 가족에게 시간을 내는 일은 어느 정도의 경제적 희생이 따른다. 그 시간 동안 다른 생산성 있는 일을 뒤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내 형편에 감사할 뿐이다.


일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뒤로 하고 싶지 않다. 조카들과 영어공부하는 시간도 너무 즐겁고, 덕분에 언니와 동생 자주 보는 것도 좋고, 엄마와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시간 내어 일주일에 한 번씩 데이트하는 것도 좋다.


2025년 또 어떤 페이지가 내 앞에 펼쳐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중심을 잡고, 한발씩 내딛어보자.



작가의 이전글장조림과 멸치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