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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urth Daughter Oct 27. 2021

이런 리메이크 칭찬해! 홍반장 부활기 <갯마을 차차차>

아쉽게도 <갯마을 차차차>가 끝났다. 1회부터 8회를 몰아보기하고, 그 이후부터는 본방사수하게 된 작품. 요즘처럼 볼 것 넘쳐나는 시대에 본방 시간 기다려 보는 작품은 거의 없는데, 아마도 <동백꽃 필 무렵> 이후 처음으로 본방사수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방송이 끝난 시점에서 내가 왜 이 작품을 좋아했던 것일까 생각해본다.    

  

1. 어느 영화보다 매력적이었던 원작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갯마을 차차차>는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2004년 영화로 김주혁, 엄정화가 주연한 코미디 장르의 영화이다. 지금에 와서 다시 본다면 영화가 그리 매력적일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정말로 재미있고 흥행했던 영화로 기억한다. 소재도 기발했고, 스토리도 웃기고 정감 넘치고 작은 감동이 있었던 작품이다. 물론 김주혁과 엄정화의 연기도 아주 맛깔나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원래 나는 한국영화의 대단한 팬은 아니다. 한국드라마는 좋아하지만 한국영화는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보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개봉 당시에 보았고(나는 아직까지 ‘올드보이’도, ‘기생충’, ‘미나리’ 등 천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작품들도 보지 않았다. 구미가 안 당기면 보지 않는 주의라서), 그만큼 당시에도 매력적인 영화였다.      



2. 원작보다 좋았다 

무엇이든 원작을 리메이크를 한다고 하면 조금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리메이크하는 원작은 보통 작품 그대로 뛰어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잘못 손을 대면 원작의 기운까지 해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갯마을 차차차>를 8회까지 보지 않고 있던 이유도 그런 우려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가 갈수록 들려오는 평이 좋아서 ‘어디 한 번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1회를 시청한 후 8회까지 죽 내달리게 되었다.    


3. 왜 <동백꽃 필 무렵>과 비교하게 될까? 

첫째, 주변 인물들의 생생한 서사와 인물 묘사가 훌륭했다. 1회를 보면서 놀랐던 것은 조연 배우들의 라인업이었다. 평소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놀랐는데 조연 라인업이 이렇게 훌륭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드라마에서 주변 인물의 이야기가 주요 스토리 라인에 양념으로만 들어가지 않고 중심 스토리를 강화하고 조율하는 전체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둘째,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도 좋았다. 요즘처럼 이웃 얼굴도 모르고 사는 삭막한 일상에 드라마를 통해서 따뜻한 이웃 간의 정을 느끼며 대리만족할 수 있었달까. <동백꽃 필 무렵>에서도 그러한 정취를 읽을 수 있는데, 우리는 아무래도 주변인물을 경계하면서도 옛날에 느꼈던 그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이웃의 정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드라마로 그런 것을 느끼고 싶은 건 아닌지 싶다. 여 주인공이 남 주인공과 주인공 마을에 녹아드는 과정도 억지스럽지 않았다. 요즘의 젊은 여성 ‘윤혜진’의 시선에서 공진마을 사람들은 처음에는 ‘불편’, ‘이해불가’에서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이웃들의 정에 녹아드는 과정이 자연스러웠고 공감이 갔다. 셋째,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았다. <사랑의 불시착>으로 눈도장을 찍은 차정화 님, 맛깔 나는 연기의 달인 조한철, 인교진 님, 그리고 이번에 다시 보게 된 귀여운 친구 표미선 역의 공민정 님과 시크한 횟집 사장님 역할을 멋지게 해닌 이봉련 님까지 모든 연기가 아우라져서 극의 흥미를 더했던 것 같다. 이밖에도 할머니 3인방과 이상이 님 외 모든 배우들의 케미가 너무나도 훌륭했던 작품이다.    

  

4. 요즘에 들어 더 멋있고 경쟁력 있는 홍반장 캐릭터. 

원작 영화를 볼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홍반장처럼 영화사에 독특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는 몇 없는 듯하다. 감독이 어떻게 이런 인물을 떠올렸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캐릭터. 백수지만 못하는 게 없고,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서 해결하는 홍반장.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홍반장의 매력이 더 크게 드러난다. 거기다가 홍반장의 과거 서사까지 설명하며 친절하고 애절하고 따뜻한 라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결정적으로 보면서 흥미를 느꼈던 점은, 이러한 홍반장의 역할이 2004년 내가 봤을 때보다 더 능력 있고 멋있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요즘처럼 만능해결사가 귀한 때에 홍반장은 누구보다 유능하고 멋져 보인다. 특히 윤혜진처럼 시골 저택에서 사는 외지인이라면 홍반장 같은 인물이 누구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집에 전등이 나가도 누구를 불러야 할지 모르고 뭐가 고장 나도 ‘**마켓’에서 찾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AS 서비스를 찾기 힘들다(요즘은 철물점 출장도 부르기 쉽지 않더라는). 이럴 때 믿음직한 홍반장 같은 인물이 마을에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끝났지만, 이런 리메이크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왔으면 한다.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배우 김선호 님 스캔들이 터져서 요란한데, 배우는 배우로, 작품은 작품으로 보아서 작품이 스캔들 때문에 훼손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따뜻한 스토리, 재미있는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아주 좋았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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