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문장 하나를 쓰고 보니 꼭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박자도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브런치 작가 신청하고 내 마음이 꼭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처럼 콩닥거렸던 게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작가가 되어야지’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생각들, 말들을 어딘가에 풀어놓고 싶었고, 보따리를 풀어놓을 플랫폼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던 중에 글을 즐겨 읽던 <브런치>를 떠올렸고 이런 결과로 이어지는 행운이 따랐다.
별다른 각오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브런치에 글을 몇 편 쓰고 나니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작가 신청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준비 없이 이뤄진 첫 번째 작가 신청. 결과는 물론 불합격이었다. 괜히 침울했다. 나이 마흔을 넘기고 겨우 이제 ‘합격/불합격’ 마음 졸이는 시험은 졸업한 건가 싶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불합격’ 앞에 입사 시험도 아니고, 지원 사업 공모도 아니고, 알바 면접 자리도 아닌데 자괴감이 불쑥 들며 ‘그래, 내 주제에 무슨 작가야.’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비웃었다.
이후로 작가 신청에 대한 생각은 일절 접고 일기장처럼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몇 편 더 쓰다가, 니체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나도 ‘기억력’보다는 ‘망각력’이 더 좋았는지 또다시 작가 신청을 해볼까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 니체도 그랬다. ‘비역사적’으로 느끼면서 행복하게 살라고. 그래서 다시 용기를 내어 두 번째 작가 신청에 도전했다.
물론 첫 번째 신청 때보다는 조금 더 공을 들였다. 브런치에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중심으로 시리즈를 기획하고 시리즈마다 어떤 글을 쓸 것인지 대략적인 개요를 설명했다. 그리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떤 글을 쓸 수 있는지 강점도 피력했다. 작가 신청할 때 내가 쓴 글 중 3편의 글을 선택하여 첨부했는데, 그런 느낌이 잘 드는 글들을 골랐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에 브런치와 함께 열었던 블로그 주소도 첨부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글을 쓰려고 브런치를 열었을 때 알림에 초록색 점이 떠 있으며 뭔가 달라진 화면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작가가? 설마?’라는 두근거림이 환호로 바뀌었다. ‘야호!’ 오랜만에 입 밖으로 터지는 탄성이었다. 이제 합격/불합격 소식에 떨 일 없이 평가 없는 안정된 행복을 누리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어느새 망각의 강으로 흘러갔는지, ‘합격’의 기쁨을 옆에 있는 언니와 함께 시원하게 누렸다.
시중에는 ‘모르면 떨어지는 브런치 합격 노하우’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작가 합격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데 너무나 운이 좋았다. 아무래도 작가 신청으로 마음고생하지 말고 좋은 글 많이 써보라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벌써 내 글을 읽고 간 분들이 있다. 우왓!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글 써보도록 노력할게요!”
아직까지 고민이 되는 부분은 글을 높임말로 쓸지 낮춤말로 쓸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글의 성격에 따라 내 생각이 많이 담긴 글은 독백처럼 낮춤말로 쓰고, 정보성 글은 경어체로 쓸 생각이다. 점점 쓰다보면 내 글도 좋은 질이 들지 않을까.
글을 쓰고 보니 일종의 신고식처럼 되었다.
“여러분, 저 작가 되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