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수다방

기쁨편

by 마흔아빠

오! 오셨네요.

늦은건지 이른건지 모를 이 시간에 여긴 어쩐일이세요ㅎㅎㅎ


알아요. 깨어있고 싶어서 일어나 계신게 아닌거. 잘 알죠ㅎㅎ

약올리려던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근데 딱히 다른 인사말이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이번엔 어떤일로 눈을 뜨게 되셨을까요.

아마 수유중이실 수도 있겠고, 간신히 아이를 눕히고 다 달아나버린 잠에 괜시리 폰을 만지작 거리시다 오셨을 수도 있겠죠.

지금 어떤 상황에 계시든지, 그 귀한 시간에 이 글을 찾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참 잠이 귀한데 말이죠.

저는 정말 잠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정확히는 지금도 잠이 참 많아요.

근데 이제는 잠을 많이 자는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에 이른거 같아요.

하루에 6시간이라도 자면 사치스러운 느낌이네요.

그러다보니 이 시간들이 너무너무 힘들면서도, 그덕분에 이렇게 글로나마 인사드릴 수 있으니 감사하기도 합니다.




새벽의 시간은 참 신기해요.

묘하게 차분해지면서도, 묘하게 감정들이 요동치기도 하죠.

새벽 공기에 사람의 감정을 일으키는 무언가가 있는게 분명해요.

연구원 출신 과학자가 그런 근거 없이 애매한 이야기를 해도 되냐구요?

뭐 어때요. 이걸로 논문 쓸것도 아니고ㅎㅎㅎ

이 시간만큼은 잠시 대문자 T를 저 안쪽 서랍에 넣어두자구요.




저는 여러가지 상황과 개인적 이유들로 감정을 외면한채 살아왔었어요.

감정을 느끼거나 표출하면 나약한 사람이라고 여겨진다고 생각했고,

분노, 슬픔, 불안 등 부정적 감정들이 제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저를 덮쳐오는 기분이었죠.

그래서 모든 감정에서 멀어졌어요.

다행히 부정적 감정은 잦아들었지만, 그보다 더 많이 긍정의 감정도 못 느끼고 살았죠.


그래서 우리 밤톨이를 기르면서 아내에게 진심으로 이렇게 얘기한적도 있어요.


"밤톨이가 참 부럽다. 밤톨이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웃고, 화가나면 바로 소리지르고, 슬프면 옷이 다 젖을정도로 울잖아. 그렇게 솔직하게 모든 감정을 느끼고, 표출하는 밤톨이가 나는 너무 부러워"




꼭 저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네 삶이 그렇잖아요.

어른이기에, 사회적 지위가 있기에, 각자의 자리가 있기에.

어떤 감정들은 특히나 꾹꾹 눌러담을때가 더 많잖아요.


아닌거 같으신가요?

지금 잠깐 한번 같이 생각해볼까요?

마지막으로 활짝! 웃어본적이 언제세요? 어떤것 때문에 그렇게 웃으셨나요?

잠시 화면에서 눈을 돌리고 기억을 더듬어 봅시다.

아, 유튭이나 인스타 보면서 웃으신거 말구요ㅎㅎㅎㅎ 우리 양심적으로 그건 빼자구요.

화면보면서 웃은거 말고, 사람과 사람끼리 마주보며, 눈을 맞추며 웃으신적이 언제세요?


바로 오늘, 좀전에도 그랬는데? 하시는 분들.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진짜에요.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신거에요. 좀더 자랑스러워 하셔도 좋겠어요ㅎㅎㅎ


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았거든요.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다보니, 사람을 만나도 특별히 재밌다고 느끼지 못했던것 같아요.

그런 시간이 오래되다보니 아얘 사람을 잘 안만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기쁨도, 행복도, 즐거움도 없이, 거의 대부분 무표정의 얼굴로 굳어지게 되었죠.

근데 밤톨이를 키우려니까 그러면 안되잖아요?ㅋ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라던데, 안그래도 자주 못보는 아빠가 자기랑 같이 있는데 항상 무표정으로 뚱- 하니 있으면 밤톨이가 너무 슬플것 같더라구요.




밤톨이가 말을하고 생각이 점점 자라나면서, 어떻게 이 아이에게 아빠의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 아빠에게 해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을 다해 집중해주기로 했어요.

그리고 아빠가 어떻게 느꼈는지 정확하게 얘기해주기로 다짐했죠. 비록 그게 진심이 아닐지라도 말이에요ㅎㅎㅎ


예를 들어 이런거에요.

밤톨이가 이제 막 말을 하기 시작하던 무렵의 일이에요.

제가 지끈거리는 두통에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어요.

잠깐, 아주 잠깐동안 질끈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몇번 문질렀는데 밤톨이 눈에는 그게 걱정되었나봐요.

갑자기 잘 놀던 아가가 발딱! 일어나더니 어디론가 도도도 가더라구요.

그리고 자기 장난감 통에서 뭔가를 하나 들고오더니


"아빠! 약!"


하면서 내밀더라구요.

립밤인데 밤톨이가 좋아해서 다 쓰고난 다음에 장난감 상자에 갖고 놀라고 넣어줬던거였어요.

그게 왜 약인지는 전혀! 모르겠으나, 아빠한테 그걸 약이라고 내밀고 너무나도 뿌듯해하는 우리 밤톨이가 보이더라구요.


"아빠 머리 아픈것 같아서 주는거야?"
"으응!"

"고마워 우리 아들. 아빠 걱정해줘서 고마워. 아빠는 밤톨이가 아빠 걱정해주니까 너무 기쁘다"

"으응-"


그러고는 밤톨이는 양 어깨에 뿌듯! 이라고 써붙인 듯한 느낌으로 한껏 더 신나서 다시 놀더라구요ㅎㅎㅎㅎ


여러분. 새벽시간의 마법을 빌어 이 자리에서만 말씀드리는데,

솔직히 기쁜 느낌은 별로 없었어요ㅋㅋㅋㅋㅋㅋ

그냥 우리 밤톨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지, 기쁜 마음이 드는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근데 그냥 그렇게 기쁘다고 얘기해주면,

우리 아가가 너무너무 행복해하더라구요.




우리들은, 우리 어른들은,

다 큰 성인이라는 이유로,

엄마/아빠라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돌봐야한 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람을 만나고 기쁨을 얻기란 참 어렵잖아요. 사실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생각을 바꿔봤어요.

'기쁨을 받기 어려우면, 내가 기쁨을 주면 어떨까' 라고 말이죠.

제가 한 생각이지만 꽤나 괜찮은 생각이지 않나요? 그것도 우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말이죠!ㅋㅋㅋ우후훗!ㅋ


물론 쉽지만은 않아요.

안그래도 너덜너덜한 멘탈과 체력인데, 기쁨까지 준다는게 가당키나 한가 싶죠.

특히나 졸려서 짜증짜증 내면서도 안잔다고 안잔다고 땡깡부리는 아이들을 보고있다보면

영화처럼 뒷목을 손날로 탁! 쳐서 캑! 기절시키듯 재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오를 때가 한두번이 아니죠!ㅋㅋㅋㅋㅋㅋ그쵸?ㅋㅋㅋ 그렇죠?ㅋ......그..렇지요..?......?


그래도요, 우리 아가들처럼 눈만 마주쳤는데 저렇게 행복하게 웃어주는 사람이 몇이나 더 있을까요.

(그게 새벽 3시라는게 문제이긴 하지만요ㅋ)

그래서 아주 간단한것부터 해보기 시작했어요. 엄청 크게 '내가 이 아이를 기쁘게 해줘야겠어!' 라고 생각하면 못하겠더라구요.


"고마워", "행복해", "기뻐"


요 3개를 무슨 공식처럼 입에 붙게 연습했어요.

그런거 있잖아요. 인형인데 배 꾹 누르면 '알라뷰! 알라뷰!' 소리나는 거요. 그런 느낌인거죠ㅋ


밤톨이가 뭐만 하면


"오구 ~~해줘서 고마워, 아빠는 밤톨이 덕분에 행복해, 밤톨이가 ~~해서 기뻐"


이렇게 3단 콤보가 자동으로 튀어나가도록 말이죠ㅋㅋㅋㅋㅋ


결과요?

잘 모르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

적어도 나쁘진 않은거 같아요ㅋㅋㅋ

한가지 확실한건요, 볼이 아프게 웃을일이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는거에요.

우리 가족이 함께 마주앉아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이미 충분한 결과인것 같아요.


어떠세요?

오늘 하루 우리 아가에게 기쁨을 주셨던 순간들을 돌이켜보시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었던것 같지 않나요?




새벽은 참 신비로운 시간대죠.

하루의 끝인지, 시작인지도 모르겠고, 세상에 나만 혼자 덜렁 떨어져서,

온갖 수난과 고난을 받고있는 기분이 들기도하고,

그러다보니 괜히 더 울적해지기가 더 쉬운 시간인것 같아요.


반대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하죠.

저만해도 이렇게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것도 라라 수유하다가 떠올린거였으니까요.

새벽에 혼자서 분유 먹이고 있다보면 심심해서 뭐라도 얘기하고 싶어지더라구요ㅎㅎㅎ

그러니 기왕이면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써보자구요.

우리 아기에게, 우리 가족에게, 우리 소중한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위한 가장 간단한 행동 한가지 하기! 어떠세요?ㅎㅎㅎ




오우. 혼자 너무 많이 주절거렸네요ㅎ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어요. 조금이라도 쉬어야지 또 힘내서 우리 아가들을 안아줄 수 있을것 같아요ㅋ

쉴수 있는 시간이 다음번 수유텀까지가 될지, 우리 아가가 갑자기 울면서 깰때 까지일지, 아니면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이 이제 일어나서 엄마아빠를 찾는 시간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요ㅎㅎㅎㅎ


화면 넘어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글로 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를 찾아와주셔서,

같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혼자 떠드는게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도 이제 좀 쉬셔야죠. 짧더라도 그 마음에 행복과 평안이 가득하기를, 미소를 지으며 기대 쉴수 있으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가정에도 행복과 평안이 가득하기를, 같이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