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육아

수면교육편

by 마흔아빠

아이가 성장하고 발달하는데 있어서 분리수면이 맞는가 동반수면이 맞는가는 학계에서 조차 꾸준한 연구 대상이다.

수면교육 논문 키워드.png 2000~2024년 'co-sleeping' 혹은 'solitary sleeping' 주제로 게재 논문 건수. 영유아 수면과 관련된 연구는 지속 증가 추세다.(출처 PubMed)


세계 수많은 석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계시니, 해당 분야와 아무 상관없는 전공의 연구원 나부랭이였던 내가 뭐가 좋다 나쁘다 평가하는건 어불성설이다.

그렇지만 명색이 R&D 출신인데 아무렇게나 아이를 키울수는 없지 않은가.

가장 자신있는 특기인 다시(Re) 찾아보기(Search)를 살려 논문 몇개 읽은 결과는 다음과 같다.



논문의 결론

1. '엄마'의 수면의 질은 동반수면에서 현저히 나쁘다 (E. Volkovich et al., SLEEPJ, 2018, 1–14)

2. '아기'의 수면의 질은 차이가 없다 (ES Barry, J Genet Psychol. 2021 Jul-Aug;182(4):183-204. 외 다수)

3. 영아 시기부터 계획적으로 진행된 '동반수면'을 진행한 경우,

정서적 안정감과 일상생활에서의 독립성은 더 높다. (MA Keller & WA Goldberg, Inf.ChildDev., 2004, 13369-388)

4. 돌 이후, 아기의 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리수면 → 동반 수면으로 전환하는 경우,

부모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지고 아기 수면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S Barry, J Genet Psychol. 2021 Jul-Aug;182(4):183-204)


요약하면,

동반수면 - 엄마 개피곤, 아기 잘잠, 아기 안정감 좋음, 독립성 향상

분리수면 - 엄마 잘잠, 아기 잘잠, 아기 발달상 문제 없음

정도겠다.



우리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 라는 철학으로 밤톨이때부터 철저히 분리수면을 했다.

밤톨이때 임신 9개월까지 지속된 극심한 입덧(하루에 크래커 1봉, 사탕 4알...)으로 몸이 휠대로 휜 아내에게 산후 회복을 위한 숙면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밤톨이의 신생아 시절부터 아기 침대를 우리 침대 옆에 붙여놓고 지냈다.

점점 고개를 가눌 무렵부터 침대 주변에 쿠션가드를 둘러서 바깥이 잘 안보이게 하고 우리 침대와 살짝 떨어뜨려 놓았다.

뒤집기/되집기를 할 무렵부터는 천기저귀 등으로 우리 침대와 가까운 면을 가려서 우리가 안보이게 하고 우리 침대와는 더 멀어지게 뒀었다.


이렇게 조금씩 연습하면 괜찮을줄 알았지......만! 수면교육의 끝판왕은 '분리수면' 이 아니라, '스스로 잠드는 것' 이었다.....



스스로 잠들 수 있어야 자다가 깨서 주변에 부모가 없어도 아기가 다시 혼자 잠든다.

그렇지 않으면 자다가 깨서 부모를 찾으며 울기 시작하고, 그때마다 달려가서 안아서 재운다면 분리수면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항상 부모가 곁을 지키고 있게된다.


그러다보니 처음으로 잠들때부터 스스로 누워서 잠드는 연습이 필요하다.

안아서 재우고, 잠들면 눕히는건 그리 어렵지 않다.

애가 깊이 잠들때까지 약 45분정도 안고 있기만 하면 된다.(어때요? 쉽죠?)

반대로 스스로 잠들기 연습은 엄빠의 굳은 의지가 필수다.

다시한번 반복한다. "굳은 의지" 가 없으면 안된다.


일단, 준비과정부터가 험난하다.

매일 일정한 수면 루틴을 확립해야한다.

같은시간에 막수를 하고, 같은 시간에 씻기고, 같은 기도와, 같은 자장가를 불러주며 잠잘때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

집을 어둡게 해두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도 우리는 저녁식사 이후엔 되도록이면 간접 조명만 사용하는 중이다.


'오 그거면 되나?' 싶을 수도 있는데 "매일" 그것도 "같은 시간"이 관건이다.

하루 일상의 루틴을 항상 일정한 시간대에 가져가는 건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루틴인 출퇴근만해도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보라......나만 어렵나..?)


그리고 '졸리면 자면 된다' 를 아직 모르는 아가는 졸립다고 눕히면 울기 시작한다.

실제로는 얼마 울지 않는데 우는 소리를 들어야하는 부모의 마음은 아주 그냥 녹아내린다.

저렇게 울다 애가 어떻게 되는게 아닐까...! 하며 시계를 보면 눕혀서 울기시작한지 3분도 안되어있었던 때가 허다하다.

졸리면 눕히지 말고 졸리기 전에 눕히라는 수많은 조언들을 토대로 밤톨이의 취침 시간을 계속 앞당긴 결과, 밤톨이는 6시 반!에 자는 아이로 고정되었다.


그말인 즉슨, 6시 반이면 육퇴다!!

물론 다음날 새벽 5시면 깰때가 많고 운좋으면 6시~7시 까지 잘때도 있지만, 뭐가 어떤가!

내일의 피로는 내일의 내가 얻어맞을 거다!

그리고 말이 좋아 육퇴지 아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난 다음에야 진정한 집안일이 시작되니, 이거저거 집안 정리하다보면 시간은 순삭되기 일쑤다.

게다가 초보 엄빠였던 우리는 혹여나 간신히 재운 밤톨이가 깰까 온 집안의 빛을 수유등 수준으로 어둡게 만들어놨었다. 아내와의 대화도 속닥거리며 귓속말로 얘기할 정도였다.

유독 잠들기 힘들어한 날이 있으면, 밤톨이를 재우고 맛있게 저녁을 먹으리라던 당찬 우리의 계획은 밤 11시가 다되어서 차디차게 식은 밥 엔딩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둘째 라라도 이미 분리수면 진행 중이다.

지금은 스와들업의 힘을 빌려 잘 잠들고 있기는 한데 이걸 어떻게 졸업시킬지 벌써부터 막막하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