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는 잘 싸우지 않는다.
자랑하는게 아니라 둘다 어마어마하게 예민한 성격이기에 싸웠을 경우 서로에게 입히게될 상처가 너무 클것을 잘 알아서다.
그런 우리가 연애시절 정말 심각하게 싸웠던(혹은 언쟁) 기억이 하나있다.
언쟁의 주제는 '미래의 아이에게 산타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말할것인가' 였다.
왠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몇시간동안 정말 진지하고 심각하게 언쟁을 벌였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의견의 평행선을 달렸다.
"산타 클로스" 그 한 주제로 말이다.
심지어 그때는 아직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도 전이었다!ㅋㅋㅋㅋ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에,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은 착한 어린이, 어른이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 뒤에 이어질 내용을 읽으며 여러분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 일단, Fact 부터 짚고 넘어가자.
(위의 충고를 무시하고 계속 읽어내려온 어린이, 어른이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그동안 여러분들이 봐왔던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가신 흔적, 인증샷 등등은 전부 부모님의 노력과 AI의 산물일 뿐이다)
나의 어린시절을 돌이켜보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그 사실을 느끼고 있었고
실제로 그 사실을 알게되었을때 그다지 큰 충격은 받지 않았던것 같다.
하지만 주변에서 산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큰 충격과 상심을 경험했다는 사람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따라서, 내 의견은 이랬다.
- 산타는 없다
- 아이에게 잘못된 혹은 거짓된 정보를 줄 필요는 없다
- 나중에 깨달았을 때 상심할 리스크를 굳이 가져갈 이유가 없다
- 아이의 선한 행동이 어떠한 대가를 바라고 하는 행동이어서는 안된다
- 상상력은 다른 이야기책 등으로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
- 다른 아이들과 근본부터 다르다는 요소는 강력한 자존감의 동기일 수 있다
- 그러므로 아이에게 산타는 없다고 가르쳐야 한다
이에 대한 아내(당시 여친)의 의견은 이랬다.
- 산타는 없다(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consensus가 형성되었다!)
- 거짓된 정보를 알려주는게 아니라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는 것이다
- 어린시절 너무나도 행복한 core memory가 될 수 있다
- 착한 행동이라는 동기부여 차원에서 유효한 수단이다
- 마법과 요정의 세계를 떠올리며 아이의 상상력이 커나갈 것이다
- 다른 아이들은 다 산타에 대해서 신나게 이야기 할때 우리 아이만 회의론자로 만들 순 없다
- 그러므로 아이에게 산타는 있다고 가르쳐야 한다
결국 우리는 그날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너무 늦어진 시간으로 인해 서로에게 찜찜함만을 남긴채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그리고 이 주제는 우리에게 밤톨이가 찾아왔을 때, 다시금 부상했다.
임신 후기, 이제 진짜 아기를 만날 준비를 해나갈 무렵 아내가 갑자기 물었다.
"밤톨이 나오면 진짜로 산타 없다고 말할거야?"
".......애 나오면 다시 생각하자"
그래서 지금, 우리 밤톨이는, 산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가.
너무나도 확고하게 산타는 있다고 믿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몇달 전부터 산타 할아버지에게 뭐 갖고 싶다고 할거냐고 은근 슬쩍 소원 목록을 확인하는 밑작업도 마친 상태였다.
와중에 원래 갖고싶다는 장난감은 도저히 구할 수 없어서, 교묘히 다른 선물로 유도까지 깔끔히 완료해두었다!(제네시스 SUV 다이캐스트 왜 안파냐구요ㅠㅠ)
마지막에 소원을 바꾸면 산타 할아버지가 헷갈려서 오히려 선물을 못 주실 수 도 있다고 말해주는 안전장치까지 걸어두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날밤을 새며 선물을 포장하고, 트리밑에 예쁘게 두고 있었다!!! 뽜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부질없다.
아기가 태어나 보니 그깟 산타가 있고 없고가 절대 중요하지 않다는걸 깨닫게 된다.
우리 아이가 행복하다면,
우리 아이가 한번 더 웃을 수 있다면,
우리 아이에게 즐거운 추억을 한가지라도 더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확신할 수 있다.
만약 밤톨이가 나중에 산타의 진실을 알게되더라도,
슬프고 상심하는게 아니라 그동안 고생한 우리에게 감사할 줄 아는 멋진 아이로 커나갈 것을 안다.
크리스마스는 마법같은 날이다.
기쁨과 감사, 위로와 용서, 행복과 평화가 온 세상에 넘치길 전 세계인이 바라며 기도하는 날이다.
그러니 산타의 존재같은 사소한 일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가정에, 삶에, 성탄의 기쁨과 축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