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짓기 편
나이가 나이이다보니, 주변 친구들 중에도 아이가 둘 이상인 친구들이 꽤 있다.
그 친구들의 둘째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나면 나는 늘 같은 질문을 했었다.
"야, 둘째는 좀 다르냐?"
그러면 친구들의 답변은 항상 "확실히 다르다" 였다.
그리고 시작되는 육아 토크.
우리집 둘째는 젖병 하나가득 탄 분유를 5분만에 원샷했네,
형아 따라한답시고 돌도 되기 전에 갈비를 뜯었네,
누나 쫓아 다니다 보니 혼자서 책을 읽기 시작했네,
첫째가 옆에서 실로폰을 뚱땡똥땅 뚜드리는데도 잘 자고 있었네,
어쨌네 저쨌네..
이전에 아빠들이 되기 전에는 대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었을까,
아기가 안생겼으면 만나서 아무말도 안하고 헤어질뻔 했겠다 싶을 정도로
언젠가부터 친구들과 만나도 아이들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의 90%가 넘는다.
(남자들이라고 안할줄 알았는가? 괜히 '딸바보' 라는 표현이 생긴게 아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는 그냥 '다른가보다' 정도였다.
그런데 내가 둘째가 생기고보니 정말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게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아이들이 맞을까 싶게 다르다!
하긴 나도 우리 누나와 외모부터가 닮은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으니 놀라울 일은 아닐 수 있겠지만,
막상 내 눈앞에 펼쳐지는 개성 넘치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흠칫(혹은 으잉?) 싶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일단 제일 먼저, 이름 짓기부터가 다르다.
첫째 밤톨이의 이름짓기는 심장소리를 들었던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인명어 사전과 출생신고된 아이들 이름 순위를 뒤져보며 맘에 드는 이름을 찾아보고,
영어/라틴어 이름을 섭렵하여 각 이름의 의미와 씨름하고,
양가 부모님 추천까지 받아서 하나의 엑셀 시트로 정리했었다.
이름별로 아내와 내가 각각 선호도 순위를 매겨 놓고,
매일 밤 태담을 하면서 "밤톨아, 너는 이 이름이 좋아- 저 이름이 좋아?" 하며 물어보기도 했었다.(나만 이래?)
그래서 그 중에서 뭘로 골랐냐고?
아무것도!
지금 밤톨이의 이름은 그렇게 고민하고 정리했던 엑셀 표에는 있지도 않던,
전혀 생뚱맞은 이름으로 정해졌다.
밤톨이가 태어나서 신생아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아내와 물끄러미 보고있는데,
둘이 동시에 "얘 이름은 xx다" 라고 튀어나왔다.
아가의 얼굴을 마주보며 우리 둘의 머리속에 떠오른 그 이름을 불러보는데 너무나도 찰떡 같이 잘 어울렸다. 그 이름 외에 또 다른 이름은 떠올릴래야 떠올릴 수 없을 정도였고,
어쩌다 떠오른 이름으로 아기를 불러보아도 영 아이와 맞지 않고 어색한 느낌이 드는게,
굳이 비유하자면
댄디한 정장에 노란색 오리발을 신고 강남대로 한복판을 거니는 비즈니스맨을 보는 것 같은 기분,
혹은 티모씨 살라메 같은 얼굴을 가진 외국인이 다가와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안뇽하쒜요. 줴 이름은 '바둑이' 임뉘다"
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달까.
둘째 라라의 이름짓기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출산 후 아내가 조리원에 있을때도 여전히 둘이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면서
'아 이름지어야 하는데...뭘로하지' 상태였다.
심지어 출생신고를 위한 출산확인증을 잠깐 잃어버려 아내와 둘이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미리 고민해봤자, '아이고 의미없다' 로 귀결될 것을 너무나 잘 알게된 우리이기에,
둘째의 이름은 순식간에 지어졌다(라라야 미안...ㅋ).
그리고 본의 아니게(!) 출생신고도 달랐다.
첫째 밤톨이 때는 온라인 출생신고 시스템이 갖춰져있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와 아내의 본관이 어디인지, 한자로는 어떻게 쓰는지 찾아봤다.
서류에 정확하게 쓰기 위해서 몇번이고 연습장에 본관을 쓰는 연습을 하고,
출생신고서에 또박또박 정성스레 적어서, 조심스레 제출했었다.
둘째 라라 때는 IT 강국 대한민국 답게
집 소파에 기대 앉아 클릭 몇번만 하면 거의 모든 정보가 자동으로 채워졌고,
간단한 정보만 키보드로 타이핑해서 출생신고를 마칠 수 있었다.
세상 참 편해졌다!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가 뭣이 그리 중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마음이 중요한 것을. 안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