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둘째, 그 차이에 대하여

2. 태몽편

by 마흔아빠

첫째와 둘째의 다른점, 그 두번째, 태몽 이야기.


뼈속까지 이과생이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논리적 사고를 추구하는 연구원 출신 답게,

태몽과 같은 예지몽에 대해서는 사실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냥 그런 이야기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릴적 읽었던 위인전에서는 항상, 백마가 알을 품었다던가, 용이 승천했다던가 하는 탄생비화가 등장했었다.이런 이야기를 읽을때마다 나는 그저 특별함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하는 장치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다만, 꿈이 가지는 신비로움(?) 혹은 막연한 동경을 마음속 저 어딘가에 갖고 살아왔던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 어릴적 자주 보던 드라마나 시트콤(목욕탕집 남자들, 순풍산부인과, 세친구, 남자셋 여자셋...다들 알지?), 심지어는 '전설의 고향'같은 TV시리즈 같은데서도 심심찮게 미래를 예측하는 꿈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했었다.

그러다보니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우리 아가의 태몽이 신경쓰이는건 어쩔수 없는 일이다.

(내가 너무 올드한건가....이런거 걱정하면 진짜 나이든거라던데...하...)


첫째 밤톨이의 태몽은 내가 꾸었다.

여지껏 태몽을 믿지 않는다고 해놓고 느닷없이 뭔소리냐 싶을 수 있다만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 이건 태몽이구나!' 싶은 꿈을 직접 꾸어보니 이걸 굳이 아무 의미없는 그냥 "꿈"으로 치부하기에는 또 아쉬움이 남더라.

나도 어쩔수 없는 대한민국의 도치대디일 뿐이니 어쩌겠는가ㅋㅋㅋ


나는 원래 꿈을 거의 안 꾸는 편이라, 기억에 남는 꿈도 손에 꼽는다.

그런데 그때는 시기도 묘하게 맞았고(임테기 하기 직전), 내용도 선명해서 아직까지 머릿속에 8K VR처럼 또렷하다.

먼 발치에 떨어져있는 나무에 오색 찬란한 깃털이 너무나도 예쁜 새가 한마리 앉아있었다.

긴 꼬리까지 색깔이 아름다운 것이 마치 극락조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마냥 화려하지만은 않게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는 모습은 팔색조나 긴꼬리딱새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울음소리도 어찌나 밝고 경쾌한지 듣고있기만해도 만면에 미소가 떠오르는 노래소리 같았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조금의 망설임이나 위화감 없이 새를 향해 손을 내밀며

"이리 온"

하고 부르자, 조금전까지 즐겁게 노래를 부르던 새가 까맣고 동그란 눈으로 나를 귀엽게 바라보더니 날개를 활짝 펼쳐 날아올라 내 손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부리며 볼을 내 손에 부비며 기분 좋은듯이 재롱을 떠는 새를 내가 소중하게 양손으로 받쳐 품에 안아주는 꿈이었다.


그 새의 무게감이며, 손에 스치는 깃털의 부드러운 촉감, 내 손을 안아주듯 폭 안겼을때의 따스한 체온,

중간중간 나를 바라보는 마치 생긋 웃고 있는 듯한 새까만 보석같은 눈동자와 장난기 어린 표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손에 올라앉아있는 양 생생하다.

그리고 내 품에 폭 안기는 그 순간, 그 소중한 감각은 떠올리고 떠올려도 매번 가슴이 찡하며 알 수 없는 눈물이 벅차오른다.

꼬리깃 색깔이 화려한 극락조
색깔이 아름답지만 마냥 화려하지만은 않은 팔색조
수수한 색깔이지만 알수없는 품위가 묻어나는 긴꼬리 딱새


그러고 태어난 밤톨이는 딱 그 꿈에서 만난 새가 사람이 된것 같은 아가였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방긋방긋 잘 웃는 Happy Baby에,

만 4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넘쳐나는 장난기에,

어디서 배워온 건지 매번 깜짝 깜짝 놀라도록 예쁜 말을 재잘재잘 늘어놓는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가다.


둘째 라라의 태몽은.....없다...ㅋ

나중에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밤톨이의 육아는 정말 '마라맛' 그 자체였다.

그러다보니 첫째를 돌보느라 항상 번아웃 상태에 시달린 우리는 꿈 꿀새 없이 라라를 맞이하게 되었다.

미안타, 엄빠가 오빠 돌보느라 마이 힘들었따. 어쩌겠누, 둘째의 숙명으로 받아들이렴.......ㅠㅠㅋ


그러다보니 안그래도 고민 많은 육아의 과정에 한가지 고민거리가 더 얹어졌다.

언젠가 라라가 기대에 가득찬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아빠, 내 태몽은 뭐였어???"

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할까...


막상 첫째 밤톨이는 아들이라 태몽이 없었다고 해도 대충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딸인 라라가 그렇게 물어보면 차마 "없는데?" 라고 할 순 없지 않겠나.

거짓말로라도 그럴싸한 꿈을 꾸며내야하나....

아빠가 드래곤볼을 모았더니 라라가 튀어나왔다고 해야하나....


첫째와 둘째의 태몽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