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둘째, 그 차이에 대하여

3. 둘째는 알아서 큰다?

by 마흔아빠

다둥이 부모이신 주변 선배님들, 친구들에게 둘째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들 '둘째는 수월하다', '둘째는 알아서 큰다' 등의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래서, 키워보니 진짜 그러한가?


아니다!!!!! 누가 알아서 큰대!!

둘째도 엄청 힘들게 큰다! 다만 첫째를 돌보느라 신경이 분산될 뿐, 힘든건 똑같다!!!


물론 경력직 부모답게 조금은 수월하게 대응하는것도 있다.

다만 그게 어떤 기술이나, 아이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게 아니라

경력직 부모가 가지는 강점인 '내려놓기'에 있을 뿐이다.


첫째때는 뭐든지 내 책임이었고, 원인과 결과를 비교분석하면 최적의 결론을 낼 수 있을것 같았고,

나는 그 누구보다 이 아기의 기질과 성향, 최선의 양육방식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키웠다.

그러다보니, 애가 아파도 내탓, 애가 울어도 내탓, 애가 잠을 안자도 내탓, 애가 설사를 해도 내탓, 애가 밥을 안먹어도 내탓...뭐든지 내가 문제였다.

울면 분명히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내가 그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울음이 지속된다고 생각하며 키웠다.

내가 분유를 잘못탄게 아닐까, 괜히 애한테 안맞는 분유를 먹인건 아닐까, 괜히 가던 병원말고 다른델 가서 코로나에 걸려온게 아닐까, 내가 아까 너무 세게 놀아줘서 애가 각성상태가 유지되서 잠을 안자는게 아닐까, 애가 장이 약한건 나를 닮아서 그런건 아닐까(망할 유전자!)...


그런데 이만큼 애를 키워놓고 돌이켜 보니,

내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건 정말 극소수이고 결국 모든것은 하나님만이 아신다는걸 깨닫는다.


애가 운건 그냥 운거고, 애가 아팠던건 그냥 아픈거고, 애가 설사를 한건 그냥 애가 그렇게 태어난거다.

애가 그런것을 어쩌겠는가! 유전자 변형된 거미라도 구해다가 물릴텐가!

오히려 나는 매순간 최선을 다해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했고, 아이를 편하게 해주고 가장 좋은 방법으로 양육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그냥 그런거다.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의 마음가짐은 첫째때와 사뭇 달랐다.

'아 잠은 다잤네', '얘는 얼마나 울려나', '사람 살려(?)' 등등..


그러니 애가 울어도,

"오구 우리 라라, 힘들어요? 어쩌니 그게 크는 거란다. 아빠가 안아줄께"


애가 2시간마다 깨서 울어도,

"그래 넌 울어야지 어쩌겠니. 근데 아빠도 너무 졸립다. 젖병이 자꾸 입에서 빠져나가도 라라가 이해해-"

(젖병을 입에 물려놓고 조느라 어느샌가 보면 아가 입이 조커처럼 옆으로 찢어져있고, 라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옴뇸뇸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애가 변비가 와서 배앓이로 비명을 질러도

"아이고 응아하는게 이렇게 힘든일이다 그지? 어쩔수 없어. 복근 단련하자! 하늘자전거~ 핫둘핫둘 핫둘핫둘"

이러고 넘어가게 된다.


거기에 플러스로 첫째 밤톨이의 마음도 헤아려줘야만 한다.

얘도 덩달아 세상이 뒤집어진(어찌보면 부모보다 더 심하게) 당사자이니 얼마나 놀라고 힘들겠는가.


첫째때는 애가 조금만 울어도 비상대피 사이렌이 울린것마냥 긴급대응 모드가 작동했다면,

둘째때는 애가 울어도 첫째 눈치 보느라+첫째 돌보느라 그냥 냅두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첫째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세상 모든 둘째에게(나와 우리 아내를 포함해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건넨다.


게다가 시간은 첫째에게 흐른만큼 착실히도 우리에게도 흘러있다.

분명 첫째때는 안그랬던거 같은데 애를 5분만 안아줘도 손목과 어깨가 끊어질거 같고, 숨이 가빠오고, 등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우리는 5년만큼 늙어있었고, 5년+a 만큼 체력은 깎여있었고, 5년만큼 지혜로워져 있었다.

그러니 우리가 애를 조금 느슨(절대 방치하는게 아니다!)하게 키우는건 경력직 엄빠의 지혜 때문이지, 절대로 몸이 안따라줘서 그런게 아니다.

아니여야만 한다.


첫째든 둘째든 여전히 아가는 열심히 크고있고, 아가에게 모든것은 쉽지않다.

달라진건 우리의 마음가짐과 5년전에 비해 급격히 비루해진 몸뚱이뿐이다.

하루하루 그저 아이와 아내에게, 우리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미래의 나와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기를 기도하며 버틸 뿐이다.


우리 모두 그렇게 커왔고, 살아오지 않았을까.

조금은 편하게, 조금은 여유롭게 육아의 시기를 즐겨보도록 노력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가능하다면ㅋ)

알아서큰다편_삽입이미지.png 우리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잘하고 있다. 우리가 잘못해서 아기가 우는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