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와 DDR
라라의 배앓이가 시작됐다.
그리고 정말 야속하고 신기하게도 꼭 배앓이는 새벽에 심해진다.
신생아들은 아직 낮밤도 못가리면서 왜 새벽에 배앓이를 하는지 알수가 없다.
첫째 밤톨이는 워낙에 배앓이가 심한 아기였어서 라라 정도면 양반이다 싶다.
응아를 못하고 계속 용트림을 하면서,
얼굴이 시뻘개진 채로 몸을 배배배배 꼬고, 자꾸 게워내고, 찢어지듯 높은 pitch로 울어댄다.
배고프니까 울면서도, 젖병을 물리면 배가 불편하니까 아직 이도 안난 잇몸으로 젖꼭지를 물어뜯어가며 화를 낸다.
요 쪼꼬만 꼬물이 녀석이 어찌 그리 언짢은 티를 잘 내는지,
"으흐으으으음~~!'
하며 목을 긁는 소리는 그 옛날 마을 수령의 사또가 저리가라 수준이다.
젖병을 물리면 배 아프다고 화내고, 젖병을 빼주면 배고프다고 울고,
배가 아프니 꼴랑 30 mL 먹어놓고 먹기 싫다고 에베베베 혀로 밀어내고,
이제 졸리니 졸립다고 울고, 졸린데 배가 아프니 울고.......
신생아 기초체온이 높아서 더운건지, 3키로 남짓한 애랑 씨름하느라 더운건지 그 새벽에 온몸이 진땀으로 뒤덮인다. 아내 깰까, 첫째 깰까 노심초사하며 어떻게든 빠르게 달래야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오는 새벽만큼이나 묵직하다.
아기인지 럭비공인지 모를정도로 요래조래 쪼물딱 거리며 이래 눕혔다, 저래 안았다 품속에서 애를 굴리기를 반복하다 드디어 가장 효과적인 자세를 찾았다.
아빠 가슴에 라라 가슴과 배를 밀착시키는 느낌으로 안고 한쪽 전완근으로 엉덩이를 받히고,
다른 손으로 라라 목을 지탱하며 위아래로 새털처럼 가볍게 바운스 바운스.
(빠르고 거친 바운스는 절대 금물!! 흔들린 아기 증후군 주의!!)
포인트는 얼굴까지 가슴에 밀착시키면 여지없이 따님의 언짢으신 "으흐으으으음-!"을 들을 수 있으니,
배만 밀착시키고 가슴부터 얼굴은 살짝 떨어져서 라라의 뒷통수를 손으로 소중히 받히고, 내가 얼굴을 숙이면 라라와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자세가 최적이다.
(이런 복잡한 자세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쪼물딱 거림이 있었겠는지 상상해보라..!)
이렇게 안고있는 자세로 덩실덩실 춤을 추듯, 무릎-허리-팔-어깨가 모두 한박자로 위아래 바운스를 해주면 금방 눈이 풀리며 입이 벌어지는 라라를 볼 수 있다.
유튭에 '짐볼을 이용한 아기 재우기'로 유명한 자세를 내몸으로 한다고 보면 된다. 짐볼을 하나 사야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쓰지않고 먼지만 쌓이는 운동기구는 자전거 하나로 족하다는 신념으로 사지 않았다.
대신 나와 아내의 관절이 날아가는 중이니 현명한 결정인지는 고민이 되는 포인트다.
수유등만 간신히 켜져있는 한밤중에 비명지르듯 우는 아기를 안고 두둠칫두둠칫 덩실덩실 꿀렁꿀렁 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한켠으로는 짠하다가도 꼴이 참 우습기도 하다.
그래. 기왕 할거 열정을 불태워보자.
춤추는 문화가 서양에 비해 덜 대중적인 대한민국에서 내가 언제 또 우리 딸을 품에 안고 춤을 춰보겠는가.
뺙뺙 울어대는 라라의 귀에 속삭여 본다.
"딸래미, 아빠랑 춤한곡 땡겨 볼테야?"
다이아몬드 스텝, 왈츠 스텝, 천계영 작가의 오디션에서 류미끼가 말한 KBS무용단 춤 등등..
족보를 알수없는 오만가지 스텝을 밟아본다.
몸치에 박치인 아빠지만 뭐 어떤가!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나의 파트너는 내 춤솜씨에 인사불성인데, 이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 왕년에 오락실에서 DDR, 펌프 한번 안밟아본사람 없을거다.
그 시절 오백원짜리 동전을 소중히 쌓으며 내 차례를 기다리던 그 느낌으로,
차마 입 밖으로 부르지는 못하겠지만, 버터플라이(야이야이야~ 유 리틀 버터플라이~)와 베토벤바이러스(빠바바 빠-바 빠-바 밤, 빠라바 빰빰빰빰 빰-!)를 머리속으로 부르며, 괜히 빙글 한바퀴도 돌아보자.
어느새 곯아떨어진 라라를 눕히고 토닥거리며 인사를 건넨다.
"함께 춤을 추게되어 영광이었습니다, My lad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