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하게 카페에서
여름엔 일부러 카페를 찾는다.
중, 고등학교 때는 안면몰수하고 은행과 관공서 로비를 차지하고 있었다. 에어콘 때문에. 하지만 이제는 눈치가 보여 아메리카노 한 잔 값으로 에어콘 바람을 즐긴다. 쿠폰은 알뜰히 챙긴다.
직장도 다니니 월급 나올 걸 생각해서 당차게 신용카드로 커피 값을 냈다. 주말이니 책 한 권 들고 나왔다.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백수의 최대 강점 '자유'를 직장에 구속당하고 나니 이 책이 끌렸나보다.
매장 전체를 휘젓고 다니는 애들만 없다면 카페는 낙원이다. 애인도 없는 한가한 주말은 이렇게 보내야 주말답다.
일주일에 평일을 제외하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찾아오는 이 시간들. 월요일에 긴 바지 입고 이 여름에 출근할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러니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커피를 즐기고 책을 읽는다. 굳이 안 읽어도 책은 들고 있는다. 멍한 표정은 좀 신경쓰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