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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연 May 11. 2024

음식 단상(斷想)

콩송편과 깨송편

아침과 늦은 저녁, 세수를 하며 보게 되는 나의 얼굴, 매일 보는 얼굴이다보니 5초 이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찍은 사진 속에 무심한 얼굴로 등장한 나를 본 날이면, 그 날은 거울 속의 나를 20초 이상은 보는 것 같다.


지금 보이는 이 얼굴이 사실은 진짜가 아닌 거지?

의식할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내 공간 속에서 거울로 마주 하는 이 얼굴도, 사실은 나 스스로에게 잘보이고 싶어 만들어낸 예쁜척인거지?

라고 하며......


찍어요, 찍을께, 여기봐.

라는 신호에 맞춰 짓는 표정과,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짓는 표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사진 속에 무심하게 찍힌 나는 말그대로 맨얼굴.

아, 나는 평소 저런 얼굴을 하고 다니는구나.

아, 나는 평소 저렇게 웃는구나.

참으로 풀기 없는 표정으로 다니고

진짜 주책맞게도 웃네.

그런데, 그게 또 마음에 차지않다가도 많이 밉지는 않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무심결한 맨 얼굴은, 콩송편처럼 은은하게 달고 쫀득하면서도 고소하다.

하지만, 타인들 혹은 가족들과 어우러지며 기록으로 남기는 일상속 내 표정은 많이 달고 고소한 깨송편 같다. 

왜 나는, 보여지는 시간 속에서만 그리 달달한 깨송편이 되는걸까.


리들은 모두 스스로에게 무척 박하다고 한다.

평가도, 베품도, 시간도, 사랑도.......

깨송편을 한입 깨물었을때 퍼져오는 달콤함과 고소함처럼, 나의 모든 시간과 모습에 흐믓하게 웃자.

때로는 뭉근한 단맛이 도는 콩송편의 목직함으로 책을 읽고, 내 스스로를 생각할 때에는 한 입에 달콤함이 확 퍼져오는 깨송편처럼 사랑스럽게 웃어보자.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내가 너무 좋다.

나는 이런 나를 만든 내 자신이 한없이 달콤하다.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이 아닌 스스로에게 건네는 달콤한 칭찬.


오늘처럼 하늘이 묵직한 무게로 흐린 날이면 고소한 콩송편을 깨문듯 은은한 단맛의 책 읽기를 해야겠다.

어느새 주말, 지난 5일도 참 잘 살아온 나를 칭찬하며 씨익 달콤하게 입꼬리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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