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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연 May 12. 2024

음식 단상(斷想)

폭신한 찐빵을 그대에게


금덩이 수 천 개를 곱게 곱게 빻아 온 세상천지에 흩뿌린 듯 찬란해도 그대,

머릿속에 켜켜이 쌓인 번민과 고민이 가득해서, 이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없으신가요?


아가의 보드라운 손바닥 같은 폭신하고 향긋한 바람이 햇살에 반쯤 익은 볼을 매만져도 그대,

가슴속을 짓누르는 가난과 근심 때문에 눈물이 나는 건가요?


차르르르 차르르르

그대가 오늘 걸었던 5월의 숲길에 울려 퍼지던 나뭇잎들의 종알거리는 즐거운 노랫소리가 그대,

머릿속을 꽉 채운 슬픔과 분노로 마음의 귀가 닫혀 들리지 않던가요.


많이 지치고 힘들어 막막하겠지만 그대,

가난과 슬픔과 고민과 번민 그리고 근심과 분노가 그대의 아름다운 마음과 굳센 의지를 흔들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그대는 분명히 다스려나갈 거예요.


오늘 그대의 눈앞에서 웃고 있던 세상 가장 소중한 보석들을 떠올리세요.

천천히 심호흡하며 구겨졌던 마음을 한쪽 구석부터 펴보는 겁니다.

오래 웅크려 앉아 있다가 한 번에 벌떡 일어나면 무릎이 꺾여 다시 넘어질 수 있듯이, 마음도 그래요.

우그러지고 잔뜩 구겨진 마음을 한 번에 펴려고 하면 더 가슴이 꽉 막히면서 암담한 눈물이 먼저 터진답니다.

그러니, 번민과 슬픔과 분노로 잔뜩 구겨진 마음의 제일 귀퉁이를 조금씩 펴는 거예요. 그리고 그 자리에 당신의 가장 소중한 보석들의 웃는 얼굴을 작게 그려서 새겨놔요.

하나씩 하나씩 그려서 새기고, 그다음에는 그대가 생각하는 그대의 가장 예쁜 웃음을 새기고, 그다음에는 그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떠올려 새기는 거예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구겨진 마음을 펴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햇살도 바람도 공기도 나무의 노랫소리도 모두 모두 스며들 거랍니다.

진짜예요. 약속해요.


지금이 가장 힘든 그대에게

달콤하고 폭신한 찐빵을 드립니다.

한 입만 드셔보세요.

따뜻한 달콤함이 온 입안에 가득해지고, 천천히 씹는 잇새 사이로 푸흐흐 하는 성긴 웃음소리가 새어 나올지도 몰라요.

힘내라는 괜한 격려를 하며 보이지도 않는 힘을 드릴 수는 없지만, 그대에게 세상에서 제일 달콤할지도 모를 폭신한 찐빵을 드립니다.

그대의 입에서 새어 나온 푸흐흐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저는 퍽 안심할 것 같아요.

푸흐흐 성긴 웃음소리를 찐빵 속에서 터져 나온 뜨거운 김과 함께 뱉어내고, 우리 함께 다시 웃어봐요. 그리고 외쳐요.

나는 내가 너무 소중하다. 나는 내가 너무 예쁘다.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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