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과 금붕어

숨이 가빠올 때

by 백일



나는 어항과 금붕어를 가졌다.


나는 불안장애와 공황장애와 약간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 세 가지 병명을 한꺼번에 이야기하니 인생이 시궁창에 처박혀 불행에 찌들어 있는 사람 같아 보이지만 막상 그렇지는 않다. 그래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지만 나에게도 행복은 있다. 그걸 스스로 항상 되뇌어준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사실 공황발작이 제대로 왔던 적은 아직 한 번뿐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발작의 전조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것도 아니지만. 발작이 왔을 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숨을 쉬기 어려운 게 아니었다. 사실은 그게 맞는 거겠지만, 심리적으로는 아니었다. 마치 불가능의 영역처럼 느껴졌다. 당연한 일이,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행위가, 매일 매 순간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일이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마치 어항 속에 갇혀버린 것처럼, 나를 둘러싼 공기가 하나하나 얼어붙어 활동하기를 중단하기라도 한 것처럼, 나의 죽음을 빌며 저주하는 누군가가 내 목을 조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꺽꺽대며 우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 숨을 못 쉬겠어요 “




그 한마디를 뱉는데 어떤 노력이 필요했는지 떠올리기조차 끔찍하지만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목을 부여잡고 한 자 한 자 신물을 토해내듯 뱉어냈던 것이 기억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왈칵 쏟아져 나오는 눈물과 함께 간헐적으로 겨우 터져 나오는 숨 사이로 말을 뱉는다는 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숨이 넘어간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고 말았다. 그런 이해 따위 단 한 번도 바란 적 없었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스스로 발작이 오려는 패턴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불안감에 시달리며 손발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 그다음엔 좀 더 증상이 심화하기 시작하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지다가 식은땀이 나면서 몸에 힘이 쭉 빠진다. 이 모든 증상들은 겹겹이 쌓아 올려지며 보편적으로 보기에 지나치게 그리고 갑자기 눈물을 쏟게 되며 모든 일에서 진정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나 발작의 원인이 될 만한 일에서는 더. 그렇게 숨을 헐떡이다 발작이 오는 것이다.


물 밖으로 던져져 아가미를 벌름거리며 아무리 애를 써도 숨을 쉴 수 없는, 버둥거리며 입만 뻐끔대는 금붕어처럼 말이다.



참 모순적이고 악순환적인 관계다. 불안해지면 증상이 오고 증상이 오면 발작이 오고 그렇게 발작에 대한 기억 때문에 별 것 아닌 일에도 금세 불안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또 물 밖에 던져진 하찮고 무력한 한 마리의 금붕어처럼 뻐끔대는 것이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애써 숨을 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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