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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234. 우리 곁의 영웅들

중국 우한에서 원인 미상의 폐렴을 유발하는 병원체가 새로운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로 밝혀졌고, 이는 박쥐 등의 야생동물이 감염원일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전염성도 강해서 사람 간 전염도 발생했고, 최근에는 무증상도 감염될 수 있다는 말이 떠돌면서 세계 각국의 불안감은 점점 증폭되고 있습니다.     

평택에서도 국내 네 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은 지난 2015년 메르스를 경험했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나마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민들이 예전처럼 막연한 불안감에 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다른 지역보다는 조금 차분하게 대처하는 것 같습니다.     

뉴스를 보면 현재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곳곳이 마비되고, 세계 각국은 자국민을 격리하기 위해 전세기를 속속 투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한 차례 우리 교민을 실은 비행기가 도착해서 현재 지방에서 격리된 상황입니다.     

한동안 지방에서는 교민이 그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으나 시민의 성숙한 타협과 협조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고, 오히려 그분들이 편안히 머물다 떠나라고 응원하는 현수막도 내걸렸다고 하니 이 또한 고마운 일입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따뜻한 인간애와 동포애를 발휘한다는 것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잠시 울적했던 나로서는 그분들의 포용이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교민들은 살던 곳을 떠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국가의 존재를 새롭게 느끼게 되었을 것이고 국민의 따뜻함과 진한 동포애를 통해 조금은 마음의 위로를 받았을지 모릅니다.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하던 당시 우리 평택에는 많은 영웅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환자들을 피하기에만 급급했던 그때, 격리자들을 돌보며 물품을 전달하거나 시민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밤을 새워 응대했던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보호복을 착용하고 환자들을 돌보느라 가족이 기다리는 집에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의사와 간호사들도 있었습니다. 평택시 곳곳의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자신의 안전을 뒤로 한 채 소독용 걸레로 닦아내며 메르스가 하루빨리 진화되기를 기도하던 많은 봉사자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한 지역을 얼마나 무력감에 빠지게 할 수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메르스가 종식된 이후 그분들의 영웅담이 회자되지 않아 무척 아쉬웠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서운 신종 바이러스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대상과 싸운다는 것은 큰 인내와 의지가 필요하고, 서로를 향한 인간애와 공포에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가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미 슬기롭게 바이러스와 대면한 경험이 있고, 그 속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용감하게 맞선 많은 영웅이 아직도 지역 곳곳에 있는 만큼 지금의 난관도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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