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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242. 지도자의 덕목

장자의 달생편達生篇 ‘목계지덕木鷄之德’에는 훌륭한 지도자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첫째는 자신이 제일이라는 교만함을 버려야 하고, 둘째는 상대방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급함을 버려야 하고, 셋째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교만하지 않고, 평정심을 가질 수 있고, 누구에게나 온화한 사람이 바로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지도자를 바라는 마음은 시대를 막론하고 같은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은 예전보다 기대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훌륭한 지도자를 이야기할 때 동양에서는 주로 지도자의 내면에 관한 부분을 강조합니다. 반면, 서양에서는 실천적인 행동에 관한 부분을 강조합니다. 내면이 갖춰지면 행동은 저절로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 동양적 사상이라면,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행동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은 서양 사람들이 갖는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손자孫子는 지도자의 품성에 대해 지성, 신뢰, 덕성, 용기, 엄격함을 강조하지만,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부패와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책략과 힘을 겸비한 군주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입니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것은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같을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확실하게 훌륭한 지도자를 평가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그 지도자를 얼마나 ‘믿고 신뢰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믿음’이나 ‘신뢰’는 감정의 영역인 만큼 수치로 계산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도자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타인의 신뢰를 강요할 수 없는 것도 그것이 바로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참다운 지도자가 되려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아니고서는 절대 불가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도자가 무한한 신뢰를 받는 예는 우리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바로 우리들의 부모입니다. 가정은 작은 조직이지만 그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무한 신뢰의 비밀을 조금은 알 수도 있습니다.     

부모는 세상이 아무리 위험해도, 그의 곁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때로는 엄하게 야단을 치기도 하지만 정작 내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는 누구보다 먼저 나를 구하러 옵니다. 설령 내가 낙제하고 돌아와도 무능하다고 비난하는 대신 함께 극복할 대안을 찾아줍니다. 나를 이용하거나 계산적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그런 부모에게 우리는 무한한 신뢰를 보냅니다. 때문에 누군가의 신뢰를 받고자 하는 지도자라면 이러한 부모의 역할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요.      

제21대 국회의원선거도 끝나고 우리는 또 한 번 새로운 ‘지도자’들과 마주했습니다. 국회의원은 국가라는 거대한 체제 속에서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들이 만든 법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는 소외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빈익빈 부익부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지휘자는 많아도 참다운 지도자가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고 보면 4년이 지난 후에도 오늘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며 자축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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