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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창조적 인터랙션(CIxD) 연구원과의 인터뷰록

by 산들바람
"당신은 은퇴하셨나요?"

이 질문 앞에서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2024년 12월 31일, KAIST 연구원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나는 설레면서도 긴장된 마음이었다. 나의 『챗GPT와 함께 자서전 쓰는 노하우』브런치북이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이 글은 그날의 인터뷰를 정리한 기록이다. IT회사 기술 상담 Expert 에서 AI 크리에이터로 전환하는 과정, '은퇴'와 'AI활용' 그리고 '자서전 쓰기'에 관한 나의 생각을 담았다.

'은퇴'란 결국 새로운 시작이다. 특히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만난 지금, 우리에게는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 글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란다.

* 인터뷰는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창조적 인터랙션(CIxD) 연구실의 연구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며, 인터뷰 내용은 글의 가독성을 위해 재구성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pt-lifestory




2024년의 마지막 날, 오후 3시.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구글 미트를 켜고 비대면 인터뷰에 응했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창조적 인터랙션(CIxD) 연구원이 내 브런치북 『챗GPT와 함께 자서전 쓰는 노하우』를 읽고 연락을 해왔다. 퇴직을 앞두고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에게 도움이 될 만한 ChatGPT 활용법을 소개한 내 글에 감명을 받았다며, 은퇴 후 제2의 삶 설계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을 연구하는데 내 경험을 듣고 싶다고 했다. 2024년 카카오브런치북으로 발행한 『챗GPT와 함께 자서전 쓰는 노하우』가 KAIST의 연구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였다. 일부러 2024년 마지막 날로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내 저서가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기쁨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1. '은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현재 은퇴를 하셨다면 은퇴 이전 직업과, 은퇴를 결심하신 계기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직업이란 무엇일까요? 생계를 이어주는 것을 말하는 걸까요? 아니면 사회적 역할을 말하는 걸까요? 묻고자 하는 직업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소득을 얻기 위해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일이라면, IT 회사에서 기술 상담하는 Expert로 올해 초에 퇴사했어요.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을 포함하는 활동이라면, 2007년도부터 사진작가로, 2012년도부터 에세이스트로 창작 활동하고 있구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은퇴라면, 글쎄요. 은퇴한 건지 여러 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한 직장에서 10년, 20년 일하다가 정리해고나 명예퇴직으로 퇴사하는 게 은퇴를 말하는 거라면, 나는 해당 사항이 없다. 회사를 들어갔다가 어느 정도 돈을 모으면 퇴사해서 사진을 찍고, 생계가 어려워지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그러다 또 돈이 모이면 나와서 글을 쓰고... 이런 식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 본업은 작가라고 생각예요. 작가에게 있어서 은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 그것들에 대해서 좀 고민이 되네요. 생계를 위해서 IT 회사에서 기술 상담 Expert로 일을 했는데 그 일을 다시 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은퇴가 맞을 거 같기도 하고요.







2. AI와의 만남,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



생성형 AI를 처음 어떻게 접하게 되셨나요? 어떤 특성에서 가능성을 보셨나요?


2023년 1월, IT 회사에서 기술 상담하며 ChatGPT를 알게됐다. 동료 사이에서 활발하게 사용하며 의견을 나눴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점차 이 도구의 가능성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ChatGPT는 단순한 도구 이상의 의미였다.


"저는 원래 논리적인 것보다는 직관적인 사람이에요. 수포자이고, 영어도 서툴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싶은데 재주도 없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이를 실현할 능력이 부족했죠. 그런데 AI라는 놀라운 기술을 만난 거예요. 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는 훌륭한 도구로서 저의 창작 세계를 완성할 가능성을 발견한 거죠."







3. AI와 함께하는 창작의 여정



ChatGPT와 Claude 등 여러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특히 자서전 작성에는 어떤 도움이 되나요?


"ChatGPT는 논리적 능력이 탁월해요. 하지만 영어 기반이라 번역투의 글로 답변하죠. 저는 글쓰기에서 순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는 ChatGPT와 브레인스토밍하며 논리와 구조를 잡고, Claude로 한국어 초고를 쓴다. 여기서 더 나아가 Dall-e로 밑그림을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디자이너 AI(무료다!)로 완성도 높인 이미지를 생성하여 삽화로 활용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맞춤형 GPTs를 통한 자기 발견의 여정이었다. 12년간 써온 나의 에세이들을 AI에 학습시키면서, 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자기 성찰을 경험했다. AI는 내 글 속에서 반복되는 삶의 패턴을 찾아내고, 미처 인식하지 못한 나의 성향과 변화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주었다. 예를 들어,'글모음을 읽고 내가 좋아할 만한 색을 정해서 그 이유를 에세이로 작성해 줘'라고 명령 내렸을 때, AI는 '빨간색'의 상징성을 분석하며, 단순한 색채 선호도를 넘어, 내 삶에 담긴 강렬한 열정을 보여주는 글을 생성해 냈다. 이렇게 AI는 마치 오랜 시간 나를 지켜본 통찰력 있는 독자처럼, 나의 글쓰기에 담긴 깊은 의미들을 발견해 냈다.







4. 자기 성찰의 도구, AI와 함께하는 자서전 쓰기



왜 은퇴를 준비하는 중장년들에게 AI와 함께하는 자서전 쓰기가 도움이 될까요?


나는 이 질문에 우리 세대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지금 40대 후반에서 60대 사이의 중장년층은 급격한 산업화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살아온 세대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은퇴 후 갑자기 찾아오는 공허함이 있어요. 평생 일만 하다가 갑자기 찾아오는 이 낯선 시간 앞에서, 많은 분들이 방황하시죠. 하지만 자서전 쓰기를 통해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자신을 만날 수 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과거 자신을 이해하고, 현재의 나를 발견하며 미래의 삶을 상상하는 거죠.'


자서전 쓰기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글을 쓰면서 우리는 잊고 있던 자신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치유가 일어난다. AI는 이 여정을 더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조력자가 되어준다. 오랜 시간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그 시작점으로 AI를 통한 자서전 쓰기만큼 좋은 도구는 없을 것이다.








5번. AI와의 균형 잡기 - 상담자이자 조력자로서의 AI



자기 성찰적 글쓰기에 AI를 내면을 탐구하는 상담자처럼 활용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경험이신가요? 한계점은 없었나요?


많은 사람들이 AI를 인간의 대체제로 보거나, 반대로 맹목적으로 거부한다. 하지만 나는 AI를 '현명한 조력자'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AI는 AI로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해요. 너무 인간처럼 행동하려 하거나, 우리가 AI에 지나친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죠. 특히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요. 하지만 AI의 객관적 시각과 방대한 지식은 분명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특히 심리 상담 측면에서 AI는 독특한 장점이 있다. 시간과 비용의 제약이 없다, 상담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상담자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인간으로서 감정적일 수 있기에, 부정적이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AI가 전문가보다 더 편할 수 있다. 물론 AI가 전문 상담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상적인 고민 상담이나 자기 성찰의 도구로는 훌륭하다.






6. AI 시대의 새로운 창작 패러다임을 꿈꾸며



AI 크리에이터학과에 진학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가요?


"IT 회사에서의 업무가 곧 AI로 대체될 거라는 걸 깨달았죠. AI가 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 직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봤어요. 그래서 사진작가와 에세이스트의 경험을 살려 본격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서울사이버대학교에 AI크리에이터학과가 신설됐더군요. 지금은 그곳에서 공부하면서 ChatGPT와 Claude로 글을 쓰고, 여러 AI 도구로 이미지도 만드는 등 여러 창작 실험을 하고 있어요."


AI는 패턴화 된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인간을 불필요한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다. 물론 이는 고용 불안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는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싶어요. 창작의 즐거움을 알고 있으니까요. AI를 통해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고, 음악도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정보 부족으로 포기했던 것들이, 이제는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가령 3D 프린터로 뭔가를 만들고 싶으면 ChatGPT가 잘 알려주죠. 저는 브런치북 집필을 통해 새로운 창작 모델을 실험했어요. "AI 공존 시대, 창작 방식은 이렇게 변할 거에요. 인간은 자서전 쓰기의 프로듀서로 AI는 일종의 대필 작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으로요."


서울사이버대학교 AI 크리에이터학과에 진학한 것은 단순한 학업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AGI의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향해 - 2024년에서 2025년으로


KAIST 연구진과의 만남은 나의 글쓰기 여정에 뜻밖의 선물을 안겨주었다. 내가 브런치에 연재했던 『챗GPT와 함께 자서전 쓰는 노하우』가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는 단순한 인정을 넘어, 내가 구상하고 있는 퍼스널 브랜딩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 큰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은퇴'의 의미도, '일'의 개념도, '창작'의 방식도 모두 달라지고 있다.『챗GPT와 함께 자서전 쓰는 노하우』를 기반으로, 나는 AI를 활용한 자서전 쓰기 집단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AI와 함께 자기 성찰적 글쓰기를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며 자신의 주변을 좋은 사람들로 채우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


어쩌면 이 도전이 실패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챗GPT와 함께 자서전 쓰는 노하우』는 단순한 기술 활용 실용서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은퇴'란 더 이상 인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했다. 그 희망은 나에게도 주어진 거니까.


어느덧 2025년 새해가 밝았다. 이제는 새로운 챕터를 써야할 때,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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