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간다움

인간 VS 인간형로봇 분별 1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中에서

by 산들바람


릭이 말했다. “이것 말인가요?” 그는 긴 전선이 연결된 납작한 접착식 원판을 들어 올렸다. “얼굴 영역의 모세관 팽창을 측정하죠.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이것이야말로 일차적인 자동 반응이거든요. 도덕적으로 충격적인 자극에 대한 이른바 ‘부끄러움’이나 ‘얼굴 붉힘’ 반응이죠. 그런 반응은 자발적으로 조절이 불가능하죠. 피부 전도성이나 호흡이나 심장 박동수와 마찬가지로요.” 그는 다른 장비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연필 모양의 손전등이었다. “이건 눈 근육 내부에 일어나는, 긴장으로 인한 동요를 기록하죠. 얼굴 붉힘 현상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는 대게 적지만 충분히 감지가 가능한 운동이 발견되는데 - ”

“그런데 그게 바로 안드로이드에게서는 발견될 수 없다는 것이겠군요.” 레이첼이 말했다.

“자극 질문을 가지고 생성되지도 않죠. 절대로 안 됩니다. 비록 생물학적으로는 그런 게 있을 수 있지만요. 잠재적으로는요.”

레이첼이 말했다. “그럼 어디 저도 검사해보세요.”


(중간 생략)


릭은 세 번째 질문을 골라서 말했다. “당신은 생일에 송아지 가죽 지갑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두 개의 측정기가 녹색 영역을 지나서 적색 영역의 반응을 기록했다. 바늘들이 격렬하게 흔들리다가 이내 가라앉았다.

“저라면 그걸 받지 않을 거예요.” 레이첼이 말했다. “그리고 그걸 선물한 사람을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뭔가를 짧게 적은 뒤에 릭은 계속 말을 이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불가리 컬러 전시회> 작품 中


엄마,

이 소설이 발표된 지가 50년이 넘었어. 다시 말하자면 엄마 나이 스무 살 때쯤 나온 책이야. 지은이는 필립 K. 딕란 소설가인데 1928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사람이야. 엄마 나이보다 25살 많은 사람이지. 필립 K. 딕은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돼. 마지막 세계대전으로 핵폭탄이 터진 후, 지구에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화성으로 이주하면서, UN 법률에 의거해 '모든 (화성) 이민자는 각자가 원하는 특징을 지닌 하위 기종의 안드로이드제공받아 소유'할 수 있게 돼. 외계에서도 사용 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은 식민화 프로그램에서 가동력이 좋은 소형 엔진 노릇을 해. 그래서 1990년 정도가 되면(소설 집필 당시에서 20년 후) 인간형 로봇(엄밀하겐 유기체 안드로이드')의 수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아졌대.

근데 화성에 있어야 할 (노예) 로봇 몇몇이 지구로 탈출해서 인간 행세를 하며 돌아다니니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서 '릭'이라는 '현상금 사냥꾼'을 고용해서 그들을 퇴역(죽이는 게 아니라)시키는 임무를 맡겨.





안드로이드 로봇이 인간형 로봇이라고 얘기한 것 기억하지?

그렇담, '릭'은 인간과 인간 행세를 하는 로봇을 어떻게 구별할까?


맞아. 이 소설은 인간과 인간형 로봇의 차이가 무엇인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야.


릭이 로봇을 구별해서 제거하는 방법은 간단해. '거짓말 탐지기' 같은 기계에 '보이트 캠프 척도'라는 기준으로 거짓말하는 로봇이라 판단하면 그대로 제거하는 거야. 총으로. 아주 간단하게.


그렇담, 인간과 로봇을 나누는 기준 즉, '보이트 캠프 척도' 리스트가 무엇일지 궁금할 거야.

맞아. 내가 엄마에게 묻고 싶은 게 바로 '보이트 캠프 척도'가 과연 인간과 로봇을 구분 지을 수 있는 잣대가 될까, 하는 의문에서 비롯돼.

나의 난해한 물음에 엄마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상식선에서 대답해주면 돼. 나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엄마처럼 간단명료하게 답을 내리는 게 진짜 어렵거든.


자, 그럼 첫 번째 질문!


나 : 엄마는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지갑을 선물로 받는다면 어떻겠어?


엄마 : (짜증을 내며) 그게 무슨 말이야?


나 : 아! 엄마는 송아지 가죽 지갑을 가져본 적이 없지. 바꾸어 말하면 태어나서 자란지 얼마 안 되는 송아지 의 가죽을 벗겨서 만든 지갑을 선물로 받으면 어떻겠냐는 말이야."


엄마 :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에잇! 그런 게 어디 있냐. 금방 낳았는데 그걸 잡냐!


나 : 아.. 그게 그러니까. 우리는 영계로 만든 치킨을 즐겨 먹잖아. 살이 연하고 부드럽다면서 말이야.


엄마 : 에잇. 그거하고 그거하고 같냐. 고기를 먹어야 하는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하는 거야. 옛날에는 소 한 마리 잡으면 동네잔치였어. 엄마도 어렸을 땐, 비위가 약해서 고기 안 먹고 음식을 가렸는데, 요즘은 스님도 고기 먹고 절에 들어갈 때는 목욕 싸악 하고 들어간다더라. 진짜 스님처럼 채식만 하기까지 고비를 넘기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이제는 옛날처럼 잡는 걸 직접 보는 것도 아니고. 다 손질돼서 나오는건데. 안 먹으면 힘이 달린다며 자꾸 고기 찾는 건 너잖아. 안 그래?




그래 그렇지. 그렇담 고기는 그렇다 치고.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지갑이 부드럽고 좋다면서 자랑삼아 들고 다니는 모습이 50여 년 전, 필립 K. 딕이 생각하기엔 로봇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는거 아냐.

5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지갑이 차고 넘치는 지금까지, 우리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긴 원시 시대 인간은 사냥한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었으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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