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날 아이에게

#20. 《아름다운 책》

by 서정연

속싸개에 꼭 싸여 있던 아이는, 마치 나비가 되기 위해 고치 속에서 잠들어 있는 것만 같습니다. 과자 봉지 두 개만 하던 작은 몸이 조금 자라서 삼 등신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머리가 가장 무거운지 힘겨워하지만, 두 손을 마주 잡고 고개를 가누는 모습이 제법 의젓합니다.


배방귀 소리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하루하루 함께 읽은 책도 조용히 쌓여 갑니다.

클로드 부종의 그림책 **《아름다운 책》** 속 토끼 에르네스트는 책 한 권을 집으로 가져옵니다. 궁금해 달려온 동생 빅토르에게 책은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둡니다.


책 속에 빠져 있던 두 형제 앞에, 어느 날 여우가 갑자기 들이닥칩니다. 도망칠 틈도 없이 잡아먹히겠다고 생각한 순간, 에르네스트는 들고 있던 책을 번쩍 들어 여우 머리통을 내리칩니다. 머리통에는 금세 커다란 혹이 돋고, 주둥이도 제대로 다물지 못합니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에르네스트는 책을 여우의 주둥이 속에 밀어 넣습니다. 여우는 그림책에 이빨이 박힌 채 놀라 달아나 버립니다.



《아름다운 책》 한 장면


잠시 뒤, 에르네스트가 말합니다.

“봤지? 책은 정말 쓸모 있는 거야.”


빅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합니다. 다음에는 더 크고 단단한 책을 가져오자고, 속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것으로.


아이에게 책이 얼마나 쓸모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아이가 스스로 펼치고 싶어지는 책을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 찬,

아이만의 아름다운 책을.







이로운, 아름다운 아이야.




아이는 자라고, 삶을 다시 읽습니다.


[함께 읽은 그림책] 《아름다운 책》 | 클로드 부종 (글/그림) | 최윤정 (옮김) | 비룡소


글 | 서정연 아이가 자라는 찰나를 지켜보며, 그림책 속에서 삶의 물결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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