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일기>를 내고 북토크를 두 번 했다. 두 번의 북토크 모두 거대한 세상에서 쉽게 작아지는 우리를 지켜줄 미물력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했는데, 첫 번째 북토크에서는 <미물일기>출간과 출간 후 TMI를 덧붙였고, 두 번째 북토크에서는 새 그리기 클래스를 같이 가졌다. 세상에서 태어나 북토크를 해본 경험이라고는 딱 두 번 밖에 없는 북토크 새싹이라 내용을 구상하기 전에 고민이 많았는데 고민 끝에 딱 두 가지만 챙겨도 망한 북토크는 되지 않겠다 싶었다. 오신 분들이 참가비가 아깝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행사가 될 것. 참가자들이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동시에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는 재미를 안겨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첫 번째 북토크는 장소도 친숙한 이후북스인 데다 아는 분들이 반이어서 마치 미물 파티 같은 느낌으로 친근하고 떠들썩하게 열렸고, 두 번째 북토크는 인덱스숍에서 다정한 수다를 곁들인 아티스트들의 드로잉 모임 스타일로 열렸다. 정말 재밌었다. 원래 북토크라는 것이 진행자가 제일 신나는 행사인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뭉클하고 감동했고 즐거웠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으로 북토크를 기억하게 되기까지 준비하는 시간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는데 사실 북토크를 준비하면서부터 행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소화불량에 걸렸다. 잠도 잘 안 왔다. 평소에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문장의 끝을 흐리고 주어와 목적어를 자주 빼먹고 말을 하다가 그냥 웃어버리는 한 마디로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말을 잘했으면 글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중간에 말할 내용을 까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무명에 가깝고, 게다가 책이 빵 뜬 것도 아니고, 그런데다 하필 북토크 일정이 여름휴가 기간과 겹치고 코로나마저 확산되는 추세라서 모객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걱정을 뒤로 하려고 노력하며 원고를 준비하고 참가자분들에게 나눠드릴 자료를 만들고, 원고 내용을 외우는 나름 고난의 시간의 거쳤다. 그리고 열린 두 번의 북토크를 통해 직접 사람들의 눈을 마주 보며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엄청 떨렸지만 걱정보다는 내가 말을 잘하더라(객관적으로 잘한다는 것이 절대 아니고). 화술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열의, 와주신 분들이 모두 즐거우면 좋겠다는 열성 덕분인지 중간에 길을 헤매지 않고 준비한 내용을 모두 잘 마쳤다. 사람들이 <미물일기>와 저자 진고로호로 이 시간을 기억해주지 않더라도 앞으로 우리 주위에 살아있는 작지만 대단한 존재들과 만날 때마다 삶의 경이를 음미하고 실체가 확실하지 않은 거짓된 불행이 하루를 망치려고 할 때마다 우리를 지켜줄 미물력을 떠올리는 것으로 이 시간이 북토크에 참가하신 분들의 삶에 스며들면 좋겠다는 마음.
역시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새로운 북토크를 준비하기 위해 또 소화불량에 걸리고 잠을 설치는 날이 오더라도 북토크로 받는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가 좋다. 북토크를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새로운 글을 쓰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책을 만들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