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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고로호 Jul 12. 2022

<미물일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작년 봄,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한 <미물일기>의 초고를 올해 봄, 완성했습니다.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원고를 다듬은 후, 여름이 막 시작되는 시점에 책의 서문을 썼습니다. 책의 인쇄를 기다리는 동안은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졌고 며칠이나 해를 볼 수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흐리던 하늘이 맑게 개어 눈이 시릴 만큼 파란 하늘 위 새하얀 구름이 피어난 날, 책의 모습을 하고 <미물일기>가 제 앞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나무와 꽃과 새와 벌레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작고 꼬물거리는 것,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며 피고 지는 것들을 볼 때면 자꾸 시선이 갔고 그 순간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일상에서 작은 생명을 발견하고 그들의 모습에 제 자신을 겹쳐보는 일이 좋았어요. 어떤 날은 외로움을, 또 다른 날에는 삶의 기쁨을, 그때그때 저를 사로잡고 있던 감정을 투영하며 미물들을 바라보는 시간은 즐겁기도, 작지만 꽤 든든한 응원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책을 쓰며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에 선정됐다는 큰 행운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은 만큼 그에 걸맞은 멋진 글을 써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 부담으로 작업 초반에 있어 보이는 지식과 교훈적인  문장들이 글 안에 난무할 때 개인적인 경험을 온전히 따라가는 글쓰기를 권유해주신 편집장님 덕분에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미물일기>를 손으로 처음 만져본 7월의 첫날은 올해 처음으로 매미소리를 들은 날이기도 했고 물기가 마르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에서 벼룩파리가 대량으로 번식해 집안 곳곳에 날아다니는 바람에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벌레를 잡았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미물일기>는 책으로 출간됐지만 저는 여전히 계속해서 살아있는 것들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싶은 마음과 필요에 따라 살아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며 그들을 쉽게 죽이는 모순 속에서 미물일기를 쓰고 있어요.



작년 여름 상추 안에서 작고 꼬물거리던 작디 작은 민달팽이가 책의 표지로 다시 제게 왔을 때 <미물일기>가 책으로 나왔다는 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출간의 기회를 주신 카카오브런치와 어크로스 출판사를 향한 감사함을 또 한 번 새겨봅니다. 요즘 배롱나무꽃과 능소화가 참 예뻐요. 매미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여기저기 초록색 풀벌레들이, 어린 시기를 무사히 마치고 이제 막 어른이 된 새들이 많이 보이네요. 덥고 습한 날씨가 힘든 건 사실이지만 생명력 가득한 이 아름다운 계절은 금방 지나가버릴 것이기에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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