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감각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감각을 느끼며 존재하는 걸까? 감각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감각이란 단지 몸으로 느끼는 자극에 불과한 걸까?
뇌에는 12개의 신경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신경은 바로 후각 신경이다. 후각은 우리가 냄새를 맡을 때 작동하는데, 이 신경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들이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감각이 바로 후각이다.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면, 맛도 제대로 느낄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감각들이 단순히 신체의 반응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감각들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깊이 연결되고, 그것이 결국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음식을 먹을 때, 그 맛은 단지 입에서 느껴지는 것만이 아니다. 맛을 느끼는 순간, 그 맛은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자연의 풍경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감정, 기쁨이나 평온함이 함께 밀려온다. 그리고 매일 숨을 쉴 때, 공기가 코로 들어오고 나가는 그 감각도 우리에게 생동감을 준다.
결국, 감각은 우리가 단순히 ‘느끼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존재를 깊이 있게 인식하게 만들어준다. 감각을 통해 우리는 세상과 소통하고, 그 소통 속에서 살아 있음을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럼 나는 언제 모든 존재에 감사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까? 이 질문을 던지며, 문득 떠오른 순간들이 있다. 어느 날, 김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묵은지의 깊고 진한 맛이 입 안에 퍼졌다. 익숙한 맛, 엄마의 손맛. 그 김치는 친정 엄마가 담가 준 것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언젠가 이 김치를 다시는 못 먹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구나. 그 생각에, 작은 감동과 함께 감사함이 밀려왔고, 나는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며칠 전, 아침에 마트로 가던 길에 일어난 일이다. 밤새 쏟아진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은 그날, 길을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산과 나무, 풀, 벤치 위까지 모두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순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자연이 주는 이 풍경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감사와 경외심이었다.
평소 나는 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산을 쓰고 가방을 메고 길을 걷는 동안 내 옷이 젖는 것이 불편하고 싫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영화 속 주인공이 비 오는 장면을 기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회사 면접을 보고 나왔을 때, 긍정적인 예감과 함께 비가 내리는 순간, 나는 그 장면을 하늘로 바라보며 감사함과 아름다움이 함께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때 비는 더 이상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연의 일부분으로, 그 순간의 아름다움으로 내 마음을 채워주는 존재가 되었다.
때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눈앞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가끔은 문득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게 될 때, 그때서야 모든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