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행복한 우리 가족

어린이집 가족캠프에 다녀왔다.

by 여지나

어제는 어린이집 가족캠프가 있었다.


직장 일은 조금 일찍 마치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해맑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간식을 입에 넣어 주었다. 늦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친구들과 까르르 웃으며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잘 지내고 있구나…’


아이와 함께 간단한 게임에도 참여했다. 합창하는 모습, 율동하는 순간도 영상으로 담았다. 유독 사랑스러운 모습을 골라 남편에게도 보내주었다.


그날 남편은 동료들과 저녁 식사 약속이 있었고, 원래 어린이집 행사에 참여하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이라, 남편에게 “편하게 다녀와”라고 말했었다. 행사 중에는 아빠들만 참여하는 게임도 있었지만, 우리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저녁식사 시간, 세 가족이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두 가족은 부부가 함께 왔고, 우리 가족은 나와 아이 단 둘이었다. 그때, 옆에 앉은 한 아이 엄마가 말했다.


“정말 대단하세요.

저 같으면 남편 없이는 혼자 못 왔을 거예요.”


나는 웃으며 “저는 원래 혼자 참여해도 편해서요. 약간 마이웨이?”라고 답했다. 말 진심이었다. 평소에도 아이와 둘이 다니는 걸 즐곤 했다.


행사 막바지엔 몸도 뻐근하고 피로가 몰려왔다. 차가 막힐까 봐 다른 차들이 먼저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전에 재빨리 집으로 출발했다. 착한 뒤 아이와 함께 피곤한 몸을 얼른 씻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출근해서 잠깐 쉬는 시간에 휴대폰 앨범을 열었다. 어제 찍은 영상 중, 아이가 부모들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장면을 보았다. 나를 바라보며 열심히 부르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무심코 캡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화면 속, 수많은 아빠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왔다. 어제 식사자리에서 들었던 “대단하세요”라는 말.


그땐 칭찬 같았는데, 오늘 다시 떠올리니 왠지 외로웠다. 남편이 약속을 미뤘다면 어땠을까? 우리 가족도 완성된 느낌이라 흐뭇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정말 좋기만 했을까?


남편은 그런 자리를 불편해하는 편이다. 불편한 상황에 무리하다 보면 원치 않는 갈등이기기 쉽다. 그랬다면 내 성격상 후회했을 게 분명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갈등을 좀 심하게 견디 힘들어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혼자인 게 낫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함께 가자고 남편에게 강조했다면, 그랬다면 그는 가족캠프에 함께 왔을 사람이다. 어쩌면 내가 남편이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시 상상해 봐도 남편에게 약속을 취소하면 좋겠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남편은 평소 다정한 편이고 화도 잘 내지 않지만, 사실 나는 누군가의 찌푸린 표정 하나에도 불안하다.


그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때로는 외로움을 감당하는 일이었다.


아이도 조금은 아쉬웠을지 모른다. 나 역시 모든 것을 함께하는 가족들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이게 최선일지 모른다.


우리 가족의 모습이 ‘이상적인 가족’의 기준에는 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지켜주고 있다. 서로의 약한 부분 이해하려 하고, 자주 포옹하고, 가끔은 사랑한다고 말한다.


아이에게도 서툴지만 많은 사랑을 주려고 노력한다. 아이의 건강을 함께 챙기고, 달에 두어 번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함께 웃을 수 있는 곳으로 나들이를 간다. 그렇게 소박하지만 '우리만의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가끔은 사회가 기대하는 '행복한 가족'의 기준이 버겁다. 늘 공평하거나 함께하는 가족이 아니라면, 결혼을 잘못한 거 아니냐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그런 눈빛을 받을 때는, 나만 초라한 것 같다.


그러나 삶은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


5:5로 나누든 6:4로 나누든 이 비율이 언제나 그대로 유지될 수는 없다. 상황은 계속해서 바뀌기 마련이다. 그 비현실적인 기준에 계속 나를 끼워 맞추다 보면 남들 보기엔 그럴듯하겠지만, 진짜 내 마음은 자꾸 어딘가로 멀어져 간다.


오랫동안 고민해 봤지만 황금비율은 결국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각자의 욕구를 존중하면서도, 함께하는 행복을 누리기 위한 방법을 찾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만의 행복한 순간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결혼 생활 10년 동안 맑은 날과 흐린 날이 예고 없이 이어져 왔다. 수없이 흔들리다 이제야 균형을 찾아가는 내 마음을, 반나절짜리 가족캠프 하나로 다시 뒤흔들고 싶지 않다.


조금 느리지만 우리 가족은 분명히 자라고 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확실하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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