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그래도 되지 않을까
지난달부터 유독 책을 찾게 된다.
요즘은 소설이 좋다. 저녁식사 후 집안일을 접어두고 읽거나 출퇴근길에 오디오북을 듣는다. 매일은 아니고 듣고 싶을 때만. 저녁시간도 마찬가지다. 읽고 싶을 때만, 읽고 싶은 것으로 읽는다.
읽다가 지루하면 바로 덮어버린다. 바쁘면 또 며칠이고 쉰다. 그러다 틈과 여유와 욕구가 만나면 언제든지 펼친다. 이 책 저 책 바꿔가며 보기도 한다. 스릴러 소설을 읽을 땐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속도가 빨라지긴 하지만.
날은 어두워지고 잠들긴 이른 시간, 아이가 숙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바닥이나 소파에 엎드려 책을 편다. 어제 읽던 책일 때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것일 때도 있다. 유튜브나 드라마를 볼 때처럼 오로지 '재미'에만 몰두하여 읽다 보면 시간은 적당한 속도로 흐르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미웠던 사람도 잊어버리고, 후회되는 순간도 흐려진다.
인물의 모습이나 배경을 마음껏 상상하니 만족도는 최상이다. 어떤 책이든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밑줄을 그어둔다. 가끔 감상평도 한마디 적는다. 어쩔 땐 누구랑 이야기하듯이 '나도 그래'라고 써놓기도 하고. 내 글씨체로 일부 지저분해진 책이 왠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삶도 그럴 순 없을까.
하고 싶은 생각만 하고, 먹고 싶은 것만 먹고, 가고 싶은 곳만 가고. 그래도 되지 않을까. 나를 포함한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일만 아니라면, 너무 잘 살 필요가 뭐가 있나 싶은 요즘이다.
갓생, 아침형, 경제적 자유 같은 말들이 때로는 신기루 같다. 지금 당장 선택하고 만질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그냥 행복하면 좋은 삶 아닌가.
오늘도 퇴근길에 읽고 싶은 책을 들을 거다. 재미없으면 다른 책으로 넘어갈 거고. 생각도 하고 싶은 생각만 할 예정이다. 저녁메뉴도 먹기 싫은 건 안 먹을 거고. 그래도 될 것 같다. 나와 누군가에게 불행만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