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들에 대하여

by 여지나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평점이 낮은 영화도 거기선 재밌고 그곳의 웅장한 분위기, 고소한 맛의 팝콘과 콜라면 충분했다.


그런데 지난번에는 별로였다. 인생영화의 성공적인 속편, 터맛 팝콘과 탄산. 완벽한 조합이었는데도 그저 그랬다. 혼자만의 자유시간은 흔치 않기에 많이 아쉬웠다.


최근 여유시간이 한 번 더 생다. 이번엔 카페로 향했다.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니 화관보다 나았다. 다행히 주문한 차도 맛이 좋았.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어릴 땐 시간이 나면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은 공간도 사람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당연한 일이다. 영화관도 설레지 않게 된 건 씁쓸하지만.


공연장이나 전시관, 바닷가. 내가 좋아하는 다른 곳들도 자주 가면 영화관처럼 무덤덤해질까. 어차피 자주 가기도 어렵지만, 오히려 귀하게 보는 지금이 나은 걸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들에 무뎌지는 게 아직은 낯설다.


사랑하는 것들도 조금은 멀리 있어야 아름다움으로 남는 걸까. 그리움과 아름다움이 어쩌면 비슷한 건가 싶다. 내가 원한다고 마음껏 불러대면 무엇이든 견디지 못하겠지. 나조차 그렇다.


사랑하던 것들을 계속 사랑하고 싶다. 필요하다면 거리를 두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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