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있어줘서 고마워
내 오랜 아이돌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어릴 땐 무작정 갔지만 지금은 다르다. 남편에게, 아이에게, 시간에게, 돈에게, 나와 가족의 건강에게. 그 모두에게 양해를 구했다.
나와 그들은 일 년에 한두 번쯤 만난다. 남들이 보기엔 세월의 흔적이 있겠지만 우리 눈엔 그대로였다. 노래도, 우리를 보며 행복해하는 모습도, 여전한 장난기까지 전부.
살아오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자주 갔던 카페나 식당 같은 건 같은 자리에 몇 번이고 다른 가게가 들어섰다. 날 좋게 보는 줄 알았던 사람이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때로는 가족조차, 내가 믿었던 모습의 이면이 집채만큼 커 보인다. 거울 속 내 모습은 말할 것도 없고.
나와 내 주변, 어쩌면 세상이 전부 바뀌어버리는 게 감당하기 어려울 때쯤, 그들을 만나면 잠시 돌아간다. 모든 것에 정을 주던, 작은 것에 설레던, 변하기 전의 나를 만난다.
그들도 우리의 변화가 보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건강'을 챙기라며 입을 모은다. 아이돌 콘서트에서 건강을 챙긴다니 아이러니하지만, 아이돌도 팬들도 비켜갈 수 없는 것이 시간이다.
그들도 느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앳되지 않다. 그럼에도 손에 쥐고 있던 사탕을 건넸던 마음을 기억해 줄 땐 내가 준 것도 아닌데 뭉클하다.
서너 시간의 단단한 세계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돌아와 진짜 내 곁의 사람들을 만났다. 어제와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해도 한동안 괜찮을 것 같은 기분으로.
좋아하는 과자의 맛, 아이가 보여주는 미소, 남편의 한결같은 말투, 가끔은 나를 걱정하는 엄마까지. 생각해 보면 변하지 않은 것들 중에 좋은 게 남아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것이 변해가고 있지만, 몇 가지 정도는 그대로 있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