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절반쯤 거두어간 도심의 하늘은 비현실적이다. 인간이, 공장에서, 자동차가 뿜어대던 입김이 마스크 속으로 사라지며 자연생태계는 스스로 복원하고 있다. 코로나 19는 신의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사악한 인간에게 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걸까.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여행작가를 꿈꾸었다. 겨우내 얼었던 아틀라스 산맥의 눈이 녹아 오아시스로 넘쳐흐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질레바를 만들어주겠다며 나를 초대한 사하라 소녀 수카이나 집도 방문하고 싶었다. 아틀라스 산맥 아래에서 만난 사하라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밀크티도 그리웠다.
하지만 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를 맞이했고, 낯선 세상이 청한 악수가 우울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레시피가 필요했다.
주유하다 말고 찰칵!ㅡphoto by stellaㅡ별꽃
누군가 가슴이 떨릴 때 여행하라고 했지.나만의 비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생각과 동시에 즉각 실행에 옮겼다. 혼자 영화 보고, 템플스테이 가고, 커피 마시고, 걷고, 사색하는 시간에 이미 익숙했기에 새삼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무엇이던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친구와 도심을 벗어났을 땐 등에 달라붙었던 복닥거림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와우! 이게 현실? 우리나라 맞아?"
아무런 계획도 없이 민낯 여행을 떠나온 우리 앞에 펼쳐진 풍경의 유려함, 유럽의 시골길을 달리는 착각에 빠질 만큼 선명한 파스텔톤 색감. 길고 도톰하게 빛나는 구름은 뉴질랜드 남섬에서 보았던 풍경과 흡사했고, 감아 오르는 산안개에 감추어진 산맥이 이따금 내보이는 속살은 신비스러웠다.
Photo by-stella 별꽃
굽이쳐 휘돌아 넘는 진고령 고개엔 구름이 쉬고, 차창으로 불어오는 바람 끝엔 여행자의 상념과 환희가 동시에 묻어난다.
간밤에 내린 비는 상큼한 흔적을 남겼다. 달리다 문득 멈춘 사찰, 마당을 걷는 보살들 발걸음이 무척 조심스럽다.
대웅전 앞피안을 넘나드는듯 비현실적 목소리는 스님의 염불소리다.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관세음보살'
합장을 하고 염불을 따라 하는 나를 본다.
'데엥 데엥' 풍경이 울고 빨랫줄에 앉았던 나비는 코스모스 밭으로 훨훨 날아간다. 처마 끝에 제비가 날아와 앉는다. 신선각에서 나와 법당을 향해 부산스럽게 걸어가는 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