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둘ㅡ계절의 상념

검은 새 한 마리 후드득

by stellaㅡ별꽃


보랏빛 라벤더 길(photo by stella-별꽃)

라벤더를 상징하는 연보랏빛 타일이 곱게 깔린 길, 건너편 하늘에 걸린 구름이 말을 거니 머릿속을 휘감았던 여행자의 고뇌는 사라진다. 고즈넉함속 서정적 풍경 무심하기조차 하다.

보랏빛 도라지 꽃과 보랏빛 길ㅡphoto by stella-별꽃

고개가 아프도록 하늘을 올려다보는 도라지꽃,
사라진 태양에 당황한 해바라기는 고갤 숙였다. 6월 날씨라 믿기 어려운 초가을 날씨.


그러고 보니 올해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펜데믹이 끼친 긍정적 영향이랄지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 걱정 없이 봄을 보냈다.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마저 드는 요즘이다.


특정 계절을 상징하던 코스모스는 제철을 잊고 눈치 보듯 피어났다.

강아지풀 ㅡphoto by stella-별꽃

간밤에 내린 비를 품은 강아지풀은 함초롬하다.


샛별 보며 등교하던 시절, 논두렁에 핀 강아지풀을 쑥 뽑아 이슬 맞은 거미줄을 돌돌 만다. 친구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목 언저리에 대고 살살 비벼주면 커다란 송충이가 기어가는 느낌에 놀라 괴성을 지르며 눈물 콧물 난리를 핀다. 짓궂은 남자아이들에게 당할 때마다 울었던 나다. 참 아련하.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차 뒤로 불쑥 습지와 오솔길이 보였고 나는 바로 차를 세운다.
등산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와 단체사진을 부탁한다.

"작가님이시라 포스가 다르네요. 저희 포즈 촌스럽죠?"

내손엔 스마트폰 하나가 들려있을 뿐인데 무슨 작가님 일까.

산책로ㅡphoto by stella-별꽃

오솔길을 중심으로 왼편은 습지 오른편은 호수다. 호수 곁 포플러 나무는 고고 하나 호젓하다. 말을 거는 바람이 부끄러운지 이파리들은 자잘 자잘 웃으며 몸을 떤다.

잔잔히 밀려오는 파문, 자맥질하는 새, 나무에 기대 잠시 눈을 감는다. 초록빛 상념에 물들 즈음 '후드득' 검은 새 한 마리 힘차게 날아오르고 동그라미를 그리며 밀려가는 잔물결.

날아오르는 검은새ㅡphoto by stella-별꽃

검은 새 한 마리 어디가느뇨.

가는 너를 어쩌지 못하고
파르르 몸만 떠는 잔물결

바람은 이내 네가 떠난 자리를

밀어 내고

비잉 비잉 애꿎은 소용돌이만


#강원도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