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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ㅡ별꽃 Feb 13. 2022

TACIT 소금 피낭시에

아련한 봄날 같은 맛이랄까

갑자기 떠오른 추억

"저기 있잖아요. 문 열고 나가다 깜짝 놀랐어요. 모로코 가보셨어요? 모로코에 서퍼들의 천국 에싸우이라 해변이 있거든요. 거기랑 정말 비슷해요."


"아 정말요? 찾아볼게요. 여기 있네요. 아름다워요.

봄 되면 여기도 바다가 훨씬 더 아름다워지거든요. 봄에  꼭 다시 오세요."



바ㆍ다ㆍ냄ㆍ새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바다는 감출 것이 없다. 에메랄드빛이니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물빛이란 단어만으로도  바다는 충분히 괜찮았다. 첫새벽을 달려온 덕분인지 해변엔 나와 별(반려견) 단 둘 뿐이었고, 이따금 물질을 끝낸 건장하거나 늙수그레한 남자  잠수부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바닷속에 던져두었던 세상의 모든 짐을  다시 건져 올린 듯, 등에 진 바다의 무게에  걸음은 휘청거렸다.  '털썩!' 리어카에 던지듯 내려 둔 바랑에 든 해산물과 미역에서 향긋한 바다 냄새가 났다.


2미터 목줄이라는 정해진 룰에 의해 더 이상 진전하지 못하는 별이의 세상을 무장해제시켜주었다. 목 줄이 풀린 별은 깡충깡충, 폴짝폴짝, 솟구치듯 뛰어오르고, 모래에 몸을 비비고, 앞머리 털이 뒤로 젖혀지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놀았다.

 자유라는 공간에서도 별은 스스로 거리를 조정하고, 주인을 수시로 확인하며 다시 돌아왔다 달려가곤 한다. 생전 짖지도 않고, 사람도 동물도 가리지 않고 잘 따르고 좋아하는 순하디 순한 별, 가끔 하룻강아지처럼 굴기도 하는데, 저보다 서너 배는 덩치가 큰 아이들에게 겁 없이 다가가 애교를 피는 거다. 다 착한 아이들만 있는 줄 아는 맘 같지 않은  세상을 아직 모르는 별은 몇 번을 물릴 뻔했다.


얼마나 뛰고 달리고 싶었을까. 게으름이

스멀거리다가도 혀가 빠지도록 웃으며 좋아하는 별이 생각에 별 망설임 없이 핑계처럼 훌쩍 떠나오게 된다.


소멸과 창조의 인연

인생은 매 순간 소멸되는 것 같다가도 매 순간이  창조처럼 여겨지는 것은, 나를 붙잡아 앉혀 둘-그래서 시간을 죽이는-시간보다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일이 더 흥미로 때문이다.


초짜리 스치는 인연이든, 지속될 인연이든, 그 인연이 사람이던 사물이던 단 한순간도 같지 않음이 창조인 것이다.


나이 들면서 사람도 좋지만, 나는 고요히 불어오는 바람과, 반짝이는 윤슬과, 사라락 몸을 뒤집으며 깔깔대는 나뭇잎 소리와, 창공을 차고 오르는 새소리와, 고요 속 행자승의 도량석과, 카페의 백색소음과, 바디감 좋은 커피  모금과, 창가에 부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는 일과, 소금 빵과, 햇살 좋은 곳에 앉아 넘기는 책갈피 소리, 에어 팟 사이로 흐르는 클래식에 더 심취한다. 지금이 그런 순간이다.


별이는 갈매기를 잡는다고 달리고, 잡혀줄 듯 모래 속에 두발을 묻고 서 있던 갈매가 날아오르고, 나는 바닷물속 따개비를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 말이다.


왜?


부스터 접종 후 형부는 급하게 심장 수술을 했다.  친구가 다니는 성당 교우는 세명이나 급성 혈액암으로 세상을 등졌다고 했다. 대체 백신 패스는 왜 하는 걸까.


스치는 인연 내는 백ㆍ색ㆍ소ㆍ음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한잔이랑 소금 피낭시에 초코 하나 주세요."


"어머 강아지 너무 귀여워요. 몇 살이에요?"


"이제 한 살 하고 3개월 지났어요."


"짖지도 않고 진짜 착하네요."


"별아, 언니가 별이 착하대. 근데 여기 하도리랑 세화 해변 닮았네요."


주인(오시는 분들이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


"맞아요. 그래서 저도 가끔 오는데 카페가 좀 넓었으면 좋겠는데, 여기는 그냥 사진 찍고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게 불편하네요."


먼저 갈게요. 잘 놀다 가세요. 네네 감사해요


피ㆍ낭 ㆍ시ㆍ

소금 피낭시에 초코 맛은 어떠냐 하면......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바삭' 소리를 내며 짭조름한 소금 알갱이에 단맛이 섞여 내는 풍미가 마치.... 찬바람 속에 봄기운이 파고드는 아ㆍ련ㆍ함 같은 거랄까.


그 향이 위장에 퐁당 빠졌다 다시 목젖으로 뿜어 올리는.. 암튼 내겐 지극히 매력적인.. 그래서  앞니로 몰 조다진 후, 커피 한 모금을 얼른 입에 물고 꿀꺽 삼켰다는......

햇살 좋은 봄날에 다시 들러 책 한 권 읽고 오고 싶은 곳~~ 카페를 다시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아 참ㆍㆍ가격도 착해서 쓰담쓰담 해주고픈)


언제 어떻게 바다도, 인생도,  변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직장생활, 별이 돌보기, 아들 반찬 해다 주기, 효녀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친정엄마 밥 먹고 오기(엄마는 팔순 노모데도 여전히 딸이 약하고 아픈존재라 생각하신다)


활발하지 않은 SNS와 글쓰기, 내 능력을 벗어난 일들에 한계를 느끼며, 짧은 기간이지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있 요즘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는 늘 느끼는 거지만 아날로그형 덜 진화된 인간에 가까운 모양이다.


Tacit... 잠잠한... 무언의...암묵의... 청간해변과 나는 잠잠한 기억을 주고받는다.

#photo by 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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