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부처님은 못 뵈었지만

by stellaㅡ별꽃
바람의 인사

새벽4시, 빗장걸린 방문을 연다. 습한 바람 끝에 빗방울이 매달린다. 그 빗방울이 새벽을 두드린다. 어제 다담시간에 배운 참선의 자세를 하고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 것도 안됩니다. 졸거나 잠이 들수도 있지요.

'

문득 스님 말씀이 생각나 눈을 뜬다. 저벅저벅 마당을 가로지르는 소리, 리듬을 잃은 풍이 다급한 소리로 운다.

분심 든 마음탓인지 몸은 이내 툇마루 끝으로 나선다.

와이자 모양의 나뭇가지로 만든 빗장ㅡphoto by 황성자


바람 사이를 헤집으며 들리는 행자승의 중저음 도량석이 새벽으로 스민다. 無明의 잠에 빠져있는 중생들을 깨우는 의식인 도량석에 나는 끌린다. 옆방 보살 두명이 댓돌 위에 놓여진 신발을 끈다. 우산을 펼쳐 드는 순간 하늘로 몸을 홀랑 뒤집으며 바람과 합세해 끌어당기는 통에 마당으로 추락할 뻔 한다.
비에 젖은 신발을 댓돌 아래 밀어 넣고 뒤집혀진 우산은 덩그러니 댓돌 위를 차지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새벽의 대웅전 모습ㅡphoto by 황성자
촛불이 켜진다. 삼배를 하고 좌정한다. 소가죽으로 만든 법고가 울고, 쇠로 만든 운판이 '챙챙챙챙' 운다.나무로 만든 목어가 울고, 쇠로 만든 종이 운다. 사찰은 사물소리로 가득차고 하늘을 나는 새도, 땅 위의 짐승도, 물속의 고기도, 지옥에서 고통받는 영혼도, 현세의 중생들도 모두 깨어나 예불 채비를 한다.


고요한 법당 안은 숨 죽은 고요가 가득한데 궁금한 바람이 자꾸 안을 기웃거린다. 플라스틱 바람막이를 뒤집어 쓴 초는 바람에게 목숨을 내어 준다. 누군가의 손에서 성냥불이 그어지고 스님 한분이 마당을 향해 활짝 열려있던 문을 닫는다.

숙소 창호지문ㅡ해탈향ㅡphoto by 황성자

뜻모르는 불경을 합송한다. 울컥울컥 올라오던 내면의 통증이 위장에 가로 걸린다.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터질것 같은 신음을 참느라 한손으론 입을 막는다.

'우당탕퉁탕! 삐이익'

.어느 보살인지 거사인지 참 요란하다 생각하며 곁눈질 하는데 아뿔싸! 바람의 시험이었다. 나 혼자 흐트러져 버렸다. 새벽예불이 정점으로 가고 있다. 반야심경을 합송하는데 스님 한분의 몸이 움찔 움찔 안하게 흔들린다.

어제 다담 시간에 서론도 본론도 없이 도통 모르겠는 소리를 하던 거사다. 엎드려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짜듯 싸매고 엉덩이는 대웅전 천정 높은 줄 모르고 치켜 세운 자세가 가관이다. 예불이 끝나는 소리는 용케 알고 제일 먼저 법당문을 나선다.

새벽예불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보살들ㅡphoto by 황성자

둘씩 짝을 지어 걸어가는 보살들은 부산에서 왔다는 여고동창생들이다. 햇살에 금빛으로 변하는 부처님은 못뵈었지만 혹시 모르지. 자하루에 걸친 햇살이 바다 끝에 떨어져 부처님께 돌아가면 보랏빛 부처님을 볼 수 있을지.

달마산을 통째로 흔들던 바람이 조금씩 옅어지며 완도 앞바다를 엿본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비 내리는 풍경이 좋다ㅡphoto by 황성자

그 무엇도 욕심나지 않는 이 방은 천국이다. 걸칠것도 버릴것도 없는 無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