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을 더 쌓으셔야겠습니다.

스님 저는 여기 올 때마다 비가 오거든요

by stellaㅡ별꽃
태풍 '다니스'의 영향으로 쏟아지는 비ㅡ미황사
"보살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안양에서 왔습니다."


"아이쿠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도 먼 길을 오셨군요. 그 마음과 정성이 바로 수행이지요."


"그 옆에 거사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인천에서 왔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처음이신가요?"


"네. 친구가 이승에서의 삶이 며칠 남지 않은 것 같아 기도라도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찻잎을 우려 낼 그릇을 뜨거운 물로 헹군다. 그 그릇에 찻잎 함께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린다. 연둣빛 맑은 색으로 우러난 차를, 자기로 된 주전자에 따르고 그 주전자의 찻물을

다시 조그마한 유리 주전자에 따르면, 수련자들은 각자의 잔에 자기 몫을 따르고 옆사람에게 주전자를 넘긴다.


개미 기어가는 소리차 소란스런 이 곳. 스님은 한 마리 학 같다.

공양간의 기도문ㅡ미황사


"보살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저희는 다섯 명이 여고 동창입니데이. 미황사 템플스테이가 세 번째인데 스님! 노을이 질 때 말 입니다. 거 있지예. 노을이 대웅전을 비추는데 부처님이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이 났다 아입니꺼. 그래서 금빛으로 빛나시는 부처님을 뵈러 여러 번 왔는데 한 번도 못 봤습니더. 오늘은 태풍 때문에 옷이 다 젖어버렸습니데이. 아이구 무서버라. 천둥 치고 베락(벼락) 떨어집니다."


"금빛 부처님을 뵙기가 쉽지가 않은데 보살님은 덕을 많이 쌓으셨나 봅니다. 그런데 말이죠. 부처님이 보랏빛으로 빛나실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웅전을 바라보는 이곳을 자하루라 부르지요. 노을이 대웅전을 거쳐 이곳을 지나 완도 앞바다에 떨어지면 부처님은 보랏빛으로 물드십니다."


"스님! 저는 올 때마다 비가 오는데 왜 그런 거죠?"

"보살님은 덕이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

"네! 스님."
비에 젖은 세 잎 클로버ㅡ미황사 마당



"거사님은 미황사를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도솔암 갔었쥬. 길을 잃어버렸단 말여. 뒤로 가도 틀리고 앞으로 가도 틀리고 전화를 했쥬. 택시 타는 게 낫대유. 도솔암 가는 길이 이상했단 말여. 길을 잃었는디 아 내가 그래도 실력은 있나벼......주절주절 너덜너덜...." ㅡ그 중생은 비를 많이 맞은것 같았다.ㅡ
"아 씨! 밤새겠네. 뭐야."

누군가 볼멘소리를 하고, 그 남자를 바라보며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끄덕 맞장구치며 듣는 것 같던 사람들 얼굴이 부풀어 붉어지고, 에라 말을 끊어줘야지 암묵적으로 모두 틈을 보는데


"참선하는 방법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른발을 먼저 가운데 회음부가 있는 곳까지 접으시고 왼발을 살포시 그 위에 포개시면 됩니다. 단전에서 호흡을 끌어올려 코로 내쉬고 눈은 어느 한 곳을 정해 놓고 지긋이 응시하며....."


적확하게 쳐내고 들어가는 스님의 노련함에 말 많은 거사의 입이 닫힌다.

인터넷 자료 참조

다담(茶談)이 끝난 자하루엔 비와 어둠과 바람이 한데 섞여 마당으로 뛰쳐나간다. 덕이 넘치든, 부족하든 무에 그리 중요할까. 지금 이 순간처럼 더 내려놓을 것이 없는 편안함이 가장 큰 덕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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