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사찰풍경
화려한 속세의 옷을 벗고 수련복으로 갈아입는다. 일상의 소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불 몇 채와 다기세트, 선풍기 한대가 전부인 방안의 소박함이 좋다. 커피물을 올리고 가방을 열고 짐을 정리한다.
오후 5시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이 있을 예정이란다.
사찰 주변을 천천히 돌아본다. 대웅전 옆 도랑에선 쏟아지는 비가 작은 폭포를 만든다. 빗소리가 경쾌하다.
템플 담당 스님은 아기처럼 맑은 피부와 단전에서부터 울리는 맑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졌다. 마이크가 없는데도 조용하나 파동이 느껴진다.
숙련된 조교라며 예불시 지켜야 할 예절에 관해 시범을 보이라는 보살은 앳된 얼굴의 처자다. 그런데 맨발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친 그녀는 자꾸 두발을 감추려 애쓰고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녀의 발로 시선이 따라간다.
"절을 할 때 발은 어떻게 하죠 스님?"
"오른발은 동(動)적인 상태를 의미하고 왼발은 정(靜)적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기도는 비우고 고요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왼발로 오른발을 지그시 눌러 동(動)을 억제하고 절을 하시면 됩니다."
연습으로 합송 하는 반야심경은 이상하게 속을 훑는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잠시 쉬었다 대웅전으로 향한다.
사물이 울고 예불이 시작된다. 열어 둔 문을 바람은 심술궂게 잡아채고 밀며 대웅전을 기웃거린다.
마지막 삼배 시 소원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빌라 하셨는데 나도 모르게 '내 마음 닿는 곳으로 가게 하소서!'라고 중얼거린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대자로 눕는다. 무엇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을 온전히 사유한다.
내 마음 닿는 그 곳은 어디일까?
궁금한 바람은 자꾸 문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