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과 쌍화탕
명동에 있는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우리은행) 외환 파트 이대리와 상담 약속이 잡혀 있었고, 서소문에서 북창동을 지나 소공동 지하상가를 걷고 있었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탓인지 후텁지근한 공기에 숨이 막히는데 지하상가 바닥에 파동이 일정도로 퉁퉁 튀는 노랫소리에 발걸음이 멈추었다.
돌아선 그대 등에 흐르는 빗물은 빗물은
이 가슴 저리도록 흐르는 눈물 눈물
초라한 그대 모습 꿈속이라도
따스한 물가에서 쉬어 가소서
배철수가 부르는 '빗물' 이란 노래였다. 기타만 잘 치는 줄 알았던 그의 목소리에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득한 외로움이 묻어났고 노래 가사는 서울살이가 고달픈 그녀에게 하는 말 같았다. 다음날 당장 무교동 레코드 가게 할아버지에게 녹음을 부탁했고,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후로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빗물' 노래는 그녀의 최애청곡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