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llaㅡ별꽃 Feb 12. 2024

카페 메콩

그렇게 인생은 반복하며 흘러가리니

언덕을 구르는 낡고 오래된 차 한껏 숨을 들이마시며 긴장했지만, 낮은 바닥이 아슬아슬하게  보호턱에 닿으며 '끄어억' 불편한 심사를 드러낸다.  그 바람에 숨죽여 잠든  푸른 새벽이 기지개를 켜고, 선잠에서 깨어난 새의 앙칼진 화풀이에 이는 허공에 대고 맹렬하게 짖는다.


날 선 겨울 추위 납작 바닥에 엎드려 여차하면 발을 걸어 넘어트릴 태세다. 운전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복잡한 도심을 서둘러 벗어나 차창문을  활짝 열고  차가운 겨울공기를  차 안 가득  채워 넣는다.

창밖으로 머리를 내민 별이의 새하얀 털이 사나운 바람에 날려 찌그러지고, 이따금 그런 별이가 너무 귀엽다 을 흔들며 스치는 사람들.  시선을 즐기 별은 추웠는지 와락 품으로 달려든다.

시야를 가린 별이 머리털에  '아차차' 길을 놓쳐 30분을 더 돌아가게 생겼는데, 고불 구불 차도 인적도 드문 길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생각지도 못한 길 위의 선물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풍경을 즐긴다.


북한강과 설산 사이놓인 철로를 따라 달리는 기차, 통유리 너머 은 바람에 파르르 몸을 떤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창밖 풍경에 사납게 몰아치던 세상의 한기가 가시고 고요와 침묵이 내려앉는다. 카페 메콩이다.


지난 시간의 기억들 잠잠히 뇌리에 달라붙어 하나둘 시간을 읊어대다 지워버리다를 반복한다. 때론 폭풍우처럼 사나웠고, 날처럼 따사로웠다. 꽃 피고 지었다. 나의 기도는 깊어졌고, 넘실대던 시간의 파도는 잔물결처럼 잔잔하며 이따금 윤슬처럼 반짝거렸다. 렇게 인생은 반복하며 흘러가리니......

"어머! 너~무 귀여워요. 어머! 어머! 애교가 장난 아니네요. 이름이 뭐예요? 저희가 잠깐 같이 놀아줘도 될까요?"

누군가 멀리서 눈만 맞춰도 꼬리가 떨어지다 못해 기절할 듯 침까지 흘리며 사람을 반기는 별이를 보고 그냥 지나치기가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카페 안은 별이 덕분에 기분 좋은 소란이 일었다.


눈보라가 가시고 변덕스러운 햇살이 창으로  쏟아져 들어 정수리에 내리쬐니 몸과 마음이 봄날처럼 풀어진다.  따끈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과 짭조름한 소금빵이 찰떡이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노트북 커버가 꿉꿉해져 있다. 비번이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단어 하나만 있어도 손끝에 글이 매달려 쏟아졌는데 으름을 빨래처럼 널어두고 살았다.


"작가님!! 글 정말 좋은데 왜 출간하고도 소문을 안 내욧!!!"

몇 안 되는 열혈 독자분의 진심 어린 호통에 정신이 번쩍 났다. 세상의 흐름과 상관없이 제 속도로 철길을 달리는 기차와, 에어팟으로 흘러드는 '정경화 님의 브르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에 시간은 뒤로 감기고, 내 손끝에서는 오랜만에 투박한 글이 쏟아진다. 별이는 침 흘리며 놀다가도 나를 살핀다. 햇살이 점점 강렬해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해를 돌아보며 내게 주는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