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뿜듯 맹렬하게 지상을 달구던 태양은 갈라타 다리아래 강물에 몸을 던진 후에야 비로소 이성을 찾은 것 같다. 얌전한 파도에 몸을 실은 태양은 하루의 숙명이 다하기 전 가장 낮은 자세로 지상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을 승화시키는 중이다.
수억 개의 보석이 던져진 것처럼 반짝이는 붉은빛 윤슬조각이 생선비늘처럼 튀어 오르고, 그 빛사이를 오가는 여행자들의 실루엣이 메두사와 닮았다고 느끼는 순간, '쏴아~~ 치이이익 토독 타다다닥' 입천장에 쏘아 올린 맥주의 시원한 기포가 뭉쳐 목젖을 타고 위장으로 질주한다.
"캬아~~.." 합창하듯 쏟아낸 탄성.가벼운 취기가 오르고 지친 여행자의심신은 흐물거린다.흡연 경험이 없는 여행자들이니코틴 없는 물담배를 입에 물고 안간힘을 쓰니 코로 입으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며 지금껏 한마디도 없던 현지가이드 상남자 마흐멧을'껄껄' 소리 내어 웃게한다.
저녁식사 후라 그 유명하다는 고등어 케밥은 찬밥 신세이고, 테이블 아래를 제집처럼 편안하게 돌아다니는 길냥이들에게 그 몫이 돌아간다.
흑해와 마르마 해를 잇고,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튀르키예의 보스포루스 해협, 그 위에 걸친 갈라타 다리아래 카페에서 여행자는 가장 편안하고 아름다운 인생의 순간을 맞이한다. 누구의 간섭도, 누구와의 부대낌도, 걱정도, 불평도, 사랑도 미움도 거추장스러운 세상의 옷을 벗어버린 오직 신과 자신만의 시간으로 흡수된다.
강태공들이 다리 위에서 던진 낚싯대가 길고 긴 포물선을 그리며 붉게 물든 강물에 몸을 던지니, 흩어져 날던 갈매기들이 떼 지어 날아오른다. 낚싯줄에 애처롭게 걸려든 물고기 서너 마리가 강태공들 손에 닿기도 전에 번번이 갈매기들의 밥이 되곤 한다.
붉은 태양이 그 빛을 완전히 잃어버릴 즈음, 세상의 온갖 번거로움은 깊고 깊은 강물 속에 잠겨 들고, 아시아와 유럽으로 나뉜 해협도 서둘러 빗장을 걸고 한 몸이 된다.
강 건너 블루모스크는 인간이 만든 인위적이고 휘황한 불빛에 의지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낮에 잠든 바람이 일어나 치맛자락을 사납게 들춰대고, 블루모스크 둥근 지붕 위로 둥근달이 떠올랐다. 기타 연주와 함께 몽롱한 노래로 여행자들을 호객하는 카페 안의 두 남자, 밤의 여행자들을 태운 지상철은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넘나 든다.
바람은 사정없이 머리카락을 흐트러놓는데, 시간이 못내 아쉬운 여행자의 하루는 이스탄불 강가에서 그렇게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