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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본 유학생 상도 Nov 17. 2022

일본인과 친해지기 위한 공략법 下

일본인과 친해지는 3가지 step.

솔직하게 말해서 저번 글을 보지 않고 이번 글만 보더라도 일본인과 친해질 수는 있다.

아니, 그냥 내 글을 보지 않고도 일본에서 몇 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 친구 한 둘쯤은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친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이 당혹스러운 일이 있을 거고, 실패도 많이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 글을 읽는다고 해서 꼭 한 번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후의 내용에 내 성격과 인간관계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서, 본격적인 내용을 이야기할 생각이다.

그런데, 나와 똑같을 수 없는 여러분이 내 이야기만 듣고서 무조건 성공할 순 없다.

애초에 이 글은 내 경험이자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뿐이니까 말이다.

그냥 내 방법을 듣고서 영감을 받아 그걸 실행해볼 뿐일 것이다.

비유하자면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미로에서 그냥 전진하는 게 아니라, 탈출을 해본 경험자의 말을 듣는 거뿐이다.

분명 도움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탈출은 본인이 해야 한다.

그 점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다만, 친해지는 속도나 일본이라는 나라와 민족을 공부를 한다는 측면에서는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경험치를 더욱 올려주는 계기가 될 테니 말이다.


「일본인과 친해지기 위한 공략법 上」




과거 일본 어부들의 디오라마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내 성격과 인간관계를 구축했던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간관계를 만드는 건 내가 잘 못하는 분야기도 하고, 여러분이 더 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랑 똑같은 상황이라면 되게 도움이 되겠지만, 나와 상황이 다를 확률이 더 크니 자신에게 맞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일단 나라는 사람의 성격을 소개하자면 ENTJ서양 사람들처럼 인간관계를 만들어 왔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조금 외향적인 편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과의 관계나 마음을 중요하고 섬세하게 따지는 편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혼자서 자기 계발을 하거나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어울리는 건 잘하지만 굳이 하지 않는 타입이다. 그리고 “친해지면 좋고 아니면 말고” 같은 생각이라 지금 생각해보면 은연중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다 보니 성격이 좀 강한 편이다.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보다는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남중, 남고를 나온 사람이라 더 남자들이 만드는 관계에 익숙한 것도 있다. 그나마 대학에서 동아리나 학과가 여초였기 때문에 “여성성”과 “관계의 친밀성”에 대한 이해도가 좀 있어서 나았다. 그것도 없었으면 진심으로 해결도 못했을 거 같다.


 이 글이 도움 될 사람의 특징을 꼽자면 남성에다가 여성을 그다지 만나보지 못했고, 남자끼리만 친구인 사람이라면 이 글이 꼭 필요하다. 솔직히 읽고서 이해를 못 할 수도 있는데, 그건 실패하면서 깨달을 수밖에 없다. 그냥 도전하면서 느끼길 바란다.


 세상의 모두와 친해질 수는 없다. 나랑 맞는 사람만 친구 하면 되지.
그리고 내가 계속 성장하면 사람들은 날 찾을 거야.



 위의 글만 보고서는 쉽게 이해가 안 될 거 같아, 예전의 내 인간관계를 만들던 방식을 문장으로 만들어 봤다.


 참으로 ENTJ 스러운 효율성에 가득 찬 방식이었다. 나랑 비슷한 점이 있거나, 맞다고 생각하면 엄청 친하게 지낸다. 그 외의 사람이라면 가차 없이 밀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가 모 아니면 도였다. 정말 친한 사람 아니면 그냥 모르는 사람의 관계를 만들며 살아갔다. 한국에서 살 때는 되게 돈이나 에너지적인 측면에서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효율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정말로 일본에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점 중에 하나가 이걸 지금이라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와 사람은 효율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정말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은 진짜 당연한 이야기를 지킨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동물이라 생각한다. 흔들리는 추처럼 매일 이 생각 저 생각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매일 하던 실수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한 이야기를 매일 틀리곤 한다. 슬프게도 이게 내 이야기다. 아마 일본인과의 관계에서 무언가 잘못 됐다면 여러분도 나와 똑같은 실수를 범했을 거라 생각한다.


 어쨌건, 나의 인간관계 방식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만약 여러분이 나와 비슷하다면 이 내용을 꼭 참고하고, 그대로 써보길 바란다.

 

남성 (여성의 경우는 남자보다 훨씬 상황이 낫다고 봄.)

ENTJ (이 경우 T와 성격이 세다는 점을 유심히 봐야 함.)

진짜 친하거나 혹은 모르는 사람이거나. (이 부분도 엄청 중요함.)

효율적인 인간관계. 돈과 에너지의 최적화

남중남고 (정확히는 남자 사회에 더 익숙하다가 맞음.)



 자, 여기까지 읽고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자신의 인간관계를 만드는 방법과 상황이 얼마나 나와 비슷한 지 말이다. 비슷한 만큼 참고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다양하다.


 일본인과 친해지기 위한 Step.0는 자신이 만드는 인간관계 구축 방법을 자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나를 알기 전에는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이 부분은 일 중독자이자 문제와 매일 싸우는 ENTJ의 말을 믿어줬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게 자기를 모르는 것해결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없어서다. 여러분은 이미 내 글을 읽고 있으니 해결하고자 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여러분은 무조건 지금보다 상황을 좋게 만들 수 있다.




체험 당시 만든 스시

 일본인과 친해지기 위한 Step.1 - 만남

 

 일본인과 친해지려면 일단 일본인을 만나야 시작된다.


 그렇지만 다짜고짜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인에게 말을 걸어서 “친구가 되어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일을 하던, 유학을 하면 어찌 됐건 일본인과 부딪힐 기회가 있다. 나의 경우, 유학을 온 대학에서 국제학부에 소속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일본인보다 대만 사람이나 베트남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게 되었다. 나 같은 상황에 처하고서 가만히 있는다면 일본인과 거의 만날 수가 없다. 그나마 처음에 튜터 사람들과 조금 만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좋은 튜터의 경우의 이야기다.


 난 좋은 튜터 분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 사람들과의 관계가 깨졌다. 이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썰이 있지만.. 하나하나 이야기하면 너무 길다 보니 결국 잘 안됬다는 결과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 인간관계가 서툴렀던 것 같다. 그리고 당시에는 내가 일본인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었다. 이게 가장 큰 실패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처음을 생각해보면 만남의 단계에서는 난 좋은 스타트였다. 튜터 분이 일단 한국어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분이었고, 내 대학으로 유학을 온 적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렇다 보니 할 이야기가 많았고, 서로 꽤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분을 포함한 초기 1달의 관계가 깨진 이후에도 나쁘지 않았다. 바로 동아리에 가입했으니 말이다.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다.

 가장 좋은 건 한국과 한국인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예를 들어 튜터 같은 사람 말이다. 그다음으로 좋은 건 공통점이나 말할 소재가 많은 친구가 좋다. 나의 경우, 책을 좋아해서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리고 일어일문학과를 전공하다 보니, 할 이야기가 되게 많다. 작가에 대한 이야기나 서로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활동을 하며 동아리를 해나갔는지 말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정말 많이 만나길 바란다.

 일본인과 만날 때 해서는 안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초반에 그 사람에게 올인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사람도 그 사람의 일상과 관계가 존재한다. 그런데 여러분이 만나고서 얼마 안됐는데 올인을 해버리면 그 사람들은 부담스럽게 느낀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들은 자기가 부담스럽게 느끼는 걸 이야기 안 하고, 행동으로도 잘 안 보인다는 사실이다.


 저번 글에서 이야기한 내용인데, 이 사람들은 너무 착해서 상대가 부담스럽고 불편할까 봐 이야기를 안 한다. 그냥 무시하거나 회피하곤 한다. 사실 나의 경우도, 이후에 생각하면 친구들이 나에게 말해주면 내가 고치면 되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인 거다. 그렇다 보니까 진짜 혼자서 엄청 고민해야 하고, 잘못되는 경우에는 계속 실수를 반복한다.


 그러니, 일본인들은 여러분을 부담스럽고 귀찮게 여길 수도 있는데 그걸 이야기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게 반복되면 여러분은 어떻게 될까?


 축하한다. “국제 왕따”로 전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파리 속, 스시의 모습


 각설하고, 결론은 한 가지다.

 너무 일본 사람들에게 적극적이고 부담스럽게 다가가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 민족들은 토끼나 사슴 같은 초식동물 같아서 잡으려고 다가가면 오히려 도망치기 십상이다.


 여러분의 생활을 하면서 천천히 만나면 된다.

 시간은 많고 여유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몇 번 만나서 아는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일본인과 친해지기 위한 Step.2 - 파악하기


 내가 일본인과 관계를 만들면서 초반에 크게 잘못한 거 중에 그들이 그렇게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인 줄 몰랐다. 나처럼 그냥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말을 당당하게 걸고, 그냥 몇 마디 나누고 서로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면 다 친구가 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봤을 때, 나는 무신경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 모험을 나섰으니까 말이다.


 예전에 일어일문학과 선배 중에서 관계에 대한 구분이 철저한 사람이 있었다. 되게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었는데, 처음에는 그 사람이 이해가 안 갔다. 그러나 지금은 좀 이해가 간다. 정말로 그런 사람들이 일본 사람스러운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일본인들이 유독 장인정신이 강하고 일러스트를 잘 그리곤 하는데, 그 이유가 예민함과 섬세함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일본인을 이해하는 부분에 있어서 이 예민함과 섬세함이 중요하다.


 내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이 섬세함과 예민함을 몰라서였다.

 추가적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말해주자면, 부담스럽게 다가가서는 안 되는 이유도 이 섬세함과 예민함 때문이다. 이 부분을 얼마나 잘 건드리지 않고 상대와 친해질 수 있느냐가 일본인과 친해지는 관건이라 생각한다. 물론 일본인들 중에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있으니까 일반화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내가 느끼기에는 이런 섬세함과 예민함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사람보다 더더욱 많은 것 같다.


축제 당시 동아리 지인이 그린 칠판 아트


 일본인의 속내는 파악하기 어려워..


 지난번, 외국인 친구들과 같이 나라 여행을 갔을 때 들은 고민이다.


 Step.2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해답을 내려주려고 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서양에서 오는 외국인들은 이 부분을 절대 이해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해한다면 서양 사람답지 않은 예민함과 섬세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나도 원래 서양 사람들처럼 쉽게 인간관계를 만들고 빠르게 친해지는 방식을 골랐다. 다르게 말하자면 마음을 빨리 열고 서로 친해졌다고 할까?


 미국이나 브라질계의 외국인에게 있어서 이게 당연한 인간관계 문화다. 덕분에 본인들의 나라에서는 사람들과 빠르게 친해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가 자기 나라가 아니라, 일본이라는 점이다.


 분명 서양계 외국인들도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라는 말을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사람들은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자신들의 나라의 문화를 적용하고 있다. 이러니 인간관계를 만들려고 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고, 속내를 알 수도 없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일본의 방식과 문화를 따르는 게 중요하다. 그걸 좋아하던 아니던, 일본인과 친구를 맺고자 하면 그게 제일 좋은 방식이다.


 그럼 여러분은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나에게 던져야 한다.


일본에서의 인간관계 문화가 그래서 뭔데?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누군가 명확하게 정의한 건 없다.


 제일 좋은 건 자기가 느낀 “일본만의 인간관계 문화”를 머리로는 몸으로든 깨닫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여러분은 쉽게 일본 사회에 접근할 수 없을 테고,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는 이걸 몰라서 실패한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말할 부분은 내가 느낀 바이고, 나와 사귀는 대부분의 일본 사람이 이런 경향을 보여서 만든 나만의 체계다. 단순히 말하면 “뇌피셜”이라는 거다. 그러니 무조건적으로 믿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건 여러분이 알아두면 무조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처럼 빠르게 친해지고, 빠르게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일단 키워드는 앞서 이야기한 거처럼 “예민함”과 “섬세함”이다.

 이 사람들의 마음은 예민하고 섬세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가볍게 사람과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상처를 주거나 실례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사람들에게 무해한 사람들이다. 반대로 나쁘게 말하면 소극적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저쪽이 소극적인데, 이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면 이 사람들의 마음은 도망쳐버린다.


 아마 내가 만난 인종 중에서 가장 친해지기 번거롭고 귀찮은 민족이 아닌가 싶다. 사람마다 개인 편차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반대로 보자면 친해졌을 때, 이들만큼 마음을 열어주고 헌신해주는 사람들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이 사람들은 너무 착해서 어디에서 이용당할까 봐 걱정되는 사람들이다.


 여러분은 어쨌든 이 사람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 해야 하는 게 뭐냐면,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연락을 자주 하거나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방치”의 영역까지 가도 된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한국인과 일본인에게 서로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고 해보자.

 그럼 과연 누가 더 빨리 답장을 할까?


 내가 이 실험을 해본 결과, 한국인은 2~3시간 만에 답장이 왔고 일본인은 6시간 ~ 8시간 정도 후에 왔다.


 이 실험은 한국인이 더 친해서 그런 게 아니냐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조금 서먹서먹한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 예전 동아리에서 얼굴만 몇 번 보고 나를 어색하게 생각하던 여자 후배에게 연락해 돌아온 답장 시간이다. 결코 친하지 않다. 내게 있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같이 지내온 친구는 답장하면 30분 내로 거의 칼답을 해준다.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 동아리에 있는 일본인 친구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당연히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일본인이 연락이 느리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휴대폰을 못 쓰는 점, 애초에 연락을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포함해서 말이다. 심한 사람은 다음 날이다 다다음날까지 연락을 안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나마 연락이 돌아와서 다행이라 여긴다.


 그러니까 이렇게 연락이 느리고 섬세하며 예민한데,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가 몸에 배여서 은연중에 강요하면 어떻게 될까?


 분명 한쪽은 정신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예민하고 섬세한 만큼 인간관계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다.




 내 가족, 정말 친한 친구, 조금 친한 친구, 그냥 조금 아는 사이, 동아리에서 보는 사이, 타인.


 나는 대략적으로 저 6가지로 일본인의 인간관계를 구분하는데, 이건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일반화를 못 한다.


 외국인은 저기서 “가족, 친구, 타인”의 3가지밖에 없다면, 일본인은 그 단계가 1.5배에서 2배 정도 더 있다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서 여러분에게 열리는 마음이 다르다. 그러니 그 선을 억지로 넘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친해지고자 선을 넘으려고 할수록, 그 관계가 무너진다. 여러분만 그냥 무례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이게 내가 했던 잘못이었다.


 일본의 인간관계는 행성과 위성의 관계다.

 자신이라는 행성의 주위에 친구, 가족이라는 위성이 돈다. 위성은 행성의 주위를 계속해서 돈다. 위성은 억지로 그 안에 들어갈 수도 없고, 그 주위를 돌뿐이다. 억지로 들어갈 수 없는 걸 들어가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때부터는 위성이 아니게 된다. 들어갈 수 있게 되면 좋겠지만, 세상의 법칙을 어긴 행동이 성공할 확률은 현저히 낮고,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여러분은 일본인의 속내를 파악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상대가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걸 알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이것도 참 당연한 소리인데.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걸 꽁꽁 숨기고 있는데 그걸 억지로 들추려고 하면 미움만 받는다. 그럼에도 해결책을 찾고 싶다면 그냥 무시하고 넘기거나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말하도록 유도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억지로 일본인 친구의 마음속 궤도에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면 위성은 위성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보다는 내가 어디에 위치한 위성인지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야 궤도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잘 유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잘못된 궤도를 돈다고 생각이 되면 바로 제자리로 가는 게 좋다. 그게 서로에게 있어서 안정적인 관계를 만드는 방법이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속한 위성인지를 파악했다면, 어디까지 상대에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가 답이 나올 것이다. 그게 반복되면 사이가 좋아질 수 있다.


 그 마지막 방법이 step.3다.



 

본인과 외국인 친구들


 일본인과 친해지기 위한 Step.3 - 운영하기


 앞에서 말했듯이, 일본인의 인간관계 문화는 행성과 위성의 관계다.

 하지만, 위성이라고 해도 어색한 친구 사이라면 계속 어색한 친구 사이로 남는 건 아니다. 일본인 친구 쪽에서 그렇게 속으로 낙인을 찍었다면 더 이상 답은 없다. 정말로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다른 사람을 만나는 수밖에 없다. 세상은 넓고 둘러보면 다 일본인이다. 굳이 그 사람과의 관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위성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상대가 여러분과 친해지기 싫다고 낙인찍었다면 절대 좁힐  없다. 좁히면 상대에게 민폐가 되고, 여러분은 눈치 없고 무례한 사람으로만 상대에게 남는다. 이걸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Step.2 파악하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처음 관계를 시작하기는 수월하더라도, 일본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나아가는 게 다들 안 되니 말이다.


 아마 일본 유학을 하려는 여러분은 일본인과 정식으로 사귀거나 교제하는 게 목표인 사람도 있으리라 예상된다. 그런 사람일수록 Step.2를 잘 이해해야 하고, 그다음으로 이 Step.3인 운영하기를 잘 써야 한다.


 



나는 상대와 어떤 관계까지 갈 수 있을까?


 여러분이 상대와의 관계를 파악했다면,  내용을 생각해야 한다.


 이에 따라서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정말로 가끔씩 보는 아는 사람으로만 생각한다면, 거기서 더 나아가기가 힘들다. 억지로 친해지고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상대방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히면 정말 민폐스러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아예 시도를 안 할 수는 없지만, 적당한 선에서 원래 궤도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된 여러분이 가족 같은 관계는 절대 안 될뿐더러  “친한 친구”의 선에 들어가는 건 일본인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어렵다. 처음에는 그냥 “아는 사람”의 선에서 시작해서 천천히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 대화를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를 즐겨야 한다.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 쪽에서도 나라는 사람을 알고,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같이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면 좋다. 놀이공원을 가도 되고, 같이 영화를 봐도 되고, 동아리 활동을 해도 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친한 친구”의 선까지는 못 하더라도 “조금 친한 친구”, “좋은 친구”의 선까지는 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많이 온 것이다. 이들과 인간관계를 맺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급하게 관계를 만들려 하지 않고 시간을 오래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내 개인적으로 사람과 친해지는 것에 있어서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본인과 관계를 맺다 보면 단기간에 “호감 가는 친구”까지 만드는 게 최대였다. 지금이야 친한 일본인 친구들이 많고, 서로 여행 계획도 짜곤 하는데 처음엔 진짜 힘들었다.


 특히 이성 관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동성 친구보다 이성 친구의 쪽이 경계심이 더 강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서로 친해지는 게 타고나길 어렵다. 서로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있고 말이다. 연인을 만들고 싶더라도 쉽지 않을 건 확실하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운영한다는 마음으로 관계를 만들면 된다. 아마 친해질 시간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일본인 친구와 같이 오사카에서 디저트 먹방


 솔직히 말해서 일본인은 내가 이때까지 만나본 인종 중에서 가장 친해지기 번거롭고 짜증 난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난 성격이 드센 편이다. 맞으면 맞는 거고, 틀리면 틀린 거다. 불만이 있다면 그걸 말하고 고치면 된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은 그런 불만을 말하는 걸로 서로의 기분이 나빠지는 걸 걱정하는 예민한 사람들이다. 서로 간의 감정과 기분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보니 근본적으로 나랑 안 맞지만, 세상엔 이런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일본에 와서 제일 잘 배운 게 이거다.


 나와 다른 섬세하고 연약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신경 쓰는 거지?
사람과의 관계가 그 정도로 중요한가?
그렇게까지 감정적으로 깊이 받아들일 내용인가?


 

 그런데 이제 와서는 아 세상엔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내 입장에서는 내 본래 성격과 정반대에다가 신기한 사람들이라 이젠 그냥 귀엽게 보일 정도다. 그리고 이 사람들을 상대할 때에는 지금까지 했던 방법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렇게 대할 뿐이다. 어떨 때는 정말로 모르겠다 싶었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가끔 번거롭고 짜증 날 때도 있겠지만, 그게 이 사람들 나름의 매력이다. 상냥함과 연약함에서 오는 행동이라는 걸 빨리 알아야 한다. 그걸 빠르게 깨닫고, 이 사람들을 보는 순간 그제야 일본인의 진짜 매력을 깨달을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의 속에는 일본 사람들만의 위태롭지만 귀여운 매력이 존재한다.


 나는 이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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