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본으로 유학을 오게 된 이유
어릴 적부터 난 일본이라는 나라와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연관이 깊었다.
나보다 12살 위의 형은 일어일문학과로 당시 대단한 오타쿠였다.
덕분에 형의 옆을 졸졸 따라다녔던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같이 보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봤던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가 내 정신적인 성장과 경험에 큰 영향을 줬다.
누군가는 힘들 때, 책으로 극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 10대 때, 방황하던 시절을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로 해결했다. 그 속에 있는 철학이나 문화에 푹 빠져있다 보니, 힘든 시간이 다 지나갔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는 다른 사람보다 크게 다가온 것 같다. 대학의 학과를 정할 때는 취업에 맞춰서 행정학과나 경영학과를 고르지 않았다. 순전히 내가 공부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어일문학을 선택했다.
누군가가 보기엔 장래성 없는 선택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신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원서를 넣을 수 있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주저 없이 같은 선택을 할 거니까 말이다.
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3년 동안 배웠다.
자랑까지 할 내용은 아니지만, 나름 일본 문화나 일어에 대해 빠삭하여 학교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그 성적들이 나한테 진짜로 가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봤을 때는 전혀 아니었다. 단순히 조금 공부해서 나온 성적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나는 한 가지 도전을 하게 된다.
일본문화와 관련된 책을 쓰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쓴 책은 그다지 좋은 책은 아니다. 학기 중이었던 3개월 간의 짧은 기간 동안 썼어야 하고, 아직 학사도 졸업장도 없는 사람이 쓴 책이니 말이다. 신뢰성이나 내용적인 부분에도 정말 모자람이 많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내가 대학에서 3년간 배웠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래서 쓴 책이 “일본문화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라는 서적이었다.
3년 동안 배웠던 내 일본문화에 관련된 지식이 모두 들어가 있다. 거기에다가 어릴 적 나의 잘못이라던가 후회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이 책의 핵심은 이 부분이다. 나의 10대를 허무하게 보내버린 것에 대한 후회와 앞으로의 다짐을 적은 것 말이다.
아마 지금의 내 모습을 10대의 내가 봤다면 믿지 못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아무 꿈도 없었고,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다른 것들을 닥치는 대로 했었다. 유튜브도 손대고, 웹소설도 손대고, 어떨 땐 그냥 게임하면서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기도 했던 그 시절의 내가 말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방황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진심으로 제대로 된 목표도 없이 방황한 그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런 내가 지금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았다.
심지어는 일본에서까지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귀찮음과 힘듬을 뚫어내고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고르는 것 중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꼭 정답은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믿고 나아갔다.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굶어 죽지는 않으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국화와 칼”처럼 유학생활 중에 일본 사람들에 대해 깨달은 점이 있다면 그걸 기록하고, “일본문화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라는 책을 쓴 내용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일본문화를 좀 더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사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잘 아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그다지 모른다. 그냥 넷플릭스나 휴대폰으로 접하는 몇몇 미디어를 통해서 일본을 바라볼 뿐이다. 그러니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정말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서 사물을 판단하는 거나 다름없다.
이 부분은 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일어일문학과라서 일본에 대해 조금 더 배웠고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조금 더 그들을 판단할 자료를 많이 본 것뿐이다. 실제로 지금 일본의 상황이 어떤지 알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가보는 게 가장 좋은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말이다. 아마 이 부분은 내 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내 글을 보는 독자 중에는 일본 유학을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일본 취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고 행동이다. 힘든 선택이 될 지라도, 나는 그 선택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쉬운 길일 수록, 누구나 할 수 있고 멋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노력이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기도하며, 많은 사람들이 일본이라는 나라를 좀 더 이해하고 사이좋게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