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로도 일본어 공부 가능합니다. 진짜예요.
저번 주 일요일.
제 유튜브에 한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에는 제가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어를 공부한 방법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공부한 걸 바탕으로 “자신의 목적”에 맞게 공부하는 길을 알려주었죠.
이번 글은 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려고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가능하다”입니다.
우선 제가 그 증거이고, 대부분의 일어일문학과 학생들은 애니메이션으로 공부한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죠.
게다가 실제로 많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우선 애니메이션의 경우, 발음이 웬만한 일본인들보다 좋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성우 분들의 발음이기 때문에 안 좋을 수가 없죠.
일본어 자격증 시험인 JLPT(Japanese Language Proficiency Test)의 청해 문제는 모두 성우 분들을 통해 출제됩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속의 발음이 사실상 시험에 나오는 발음과 거의 유사하죠.
덕분에 저도 JLPT 1급에서 청해를 만점을 받기도 했고요.
그러나 애니메이션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게 “다양한 장르를 봐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일상이나 연애 이야기가 주된 애니메이션입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자주 나오고, 무엇보다 그 속에 있는 단어는 실생활에 그대로 써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반면 귀멸의 칼날이나 원피스 같은 소년 만화의 경우,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표현이 많습니다.
그러니 단어를 알고 있으면 좋으나, 실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 말이 대부분이죠.
솔직히 저 같은 경우 이런 문제점을 그냥 양으로 찍어 눌렀습니다.
한 마디로 그냥 닥치는 대로 웬만한 애니는 다 봤습니다.
일어일문학과 동기들이 말하는 애니메이션 중에서 모르는 게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만약에 애니로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다면, 가능하면 일상물을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게 싫으시다면 그냥 저처럼 무식하게 모든 장르를 보셔도 괜찮습니다.
애니메이션 속 대사를 따라 하는 오타쿠들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서, “번개의 호흡, 1의 형 벽력일섬(かみなるのこきゅう、いちのかたへきれきいっせん)” 같은 대사를 입으로 말하는 거죠.
종종 애니메이션에 과몰입을 하면 일본어로 대사를 말하는 친구들이 간혹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겨워서 하지 않지만, 이게 의외로 많이 도움 됩니다.
일단 발성을 해본다는 거 자체에서 말하기 연습이 되죠.
성우 분들의 발음을 토대로 연습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발성 교재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단어나 문법을 익히는 게 가능하죠.
위의 문장을 토대로 보면 “번개”라는 의미는 카미나리(かみなり)라는 단어임을 알 수 있고, "〜の“가 한국어의 조사 “~의”와 같다는 사실을 유추하고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을 몇 번만 해보면 다양한 표현이나 단어를 익힐 수 있습니다.
물론, 역겨움을 참으셔야겠지만요..
그런데 나름 이것도 하다 보면 재미있게 할 수 있답니다.
(저는 그랬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어를 전부 알 수 있지는 않습니다.
한자도 한자이지만 일본에만 있는 표현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정말로 그건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거나 한자의 읽는 방법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는 전공생들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걸 굳이 여러분이 익힐 필요는 없죠.
저는 무엇보다 여러분의 목표에 따른 일본어 공부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일본어에 대해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드셨다면 지금부터 말하는 루트를 밟으시면 됩니다.
1. 자격증이 목표다.
JLPT의 자격증을 원하신다면, 일단 교재를 하나 구입하셔서 공부하시면 됩니다.
제가 추천하는 건, “한 권으로 끝내기 시리즈”와 “핵심 기출문제집”입니다.
한 권으로 끝내기는 청해와 문법, 한자가 아예 안 돼있으시면 사는 걸 권장드립니다.
전반적인 부분을 다 공부할 수 있어서 초심자들에게 가장 무난하죠.
반면 기출문제집은 청해와 문법을 애니메이션으로 어느 정도 익히신 분들에게 권장드립니다.
2. 딱 취미 수준으로 익히고 싶다.
이런 분들 특징이 뭐냐면, “애니를 무자막으로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어떤 걸 하면 되냐면, 그냥 닥치는 대로 애니를 보면서 가볍게 공부하시면 됩니다.
어차피 그 작품 속에 나오는 고유 단어나 미처 공부하지 못 한 단어는 무조건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취미 수준의 최고 수준은 N2라고 생각합니다.
N1은 솔직히 취미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단어나 글들이 되게 많으니까요.
N1을 소지하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N2만 있어도 유학을 갈 수준은 되니 차근차근 도전하셨으면 합니다.
3. 일본에 거주 혹은 일해보는 것이 목적이다.
제가 이런 분들에게 조금 미안한 말을 전해야 하는 데, “한국에서는 어쩔 방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언어라는 것은 의미를 담아내는 하나의 매개체입니다.
예를 들어서 “호흡”이라는 단어에는 “숨을 쉬고 내뱉는 행위”라는 것이 담겨있죠.
언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이 담긴 뜻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에 살기 위해서는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몇 번이고 언급한 “삿스루(짐작하다)”나 “다테마에(겉마음)” 같은 걸 이해하는 게 참 중요하죠.
그걸 모르고서 일본 사회에 접근하면, 본의 아니게 무례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걸 익히기가 참 어렵죠.
실제로 일본인을 한국에서 만나도 그 사람은 이미 한국에 적응을 마친 사람일 수도 있고, 특이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일본인의 문화적 특징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표본이 적기 때문에 그걸 캐치하기가 어려울 것이고요.
(대부분의 일본인은 폐쇄적인 성향이 좀 강함. 근데 그도 그럴 것이 자기 나라 안에서 모든 게 다 해결되니 어쩔 수 없음.)
제 추천은 하루라도 빨리 일본에 살아보는 것을 이야기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안된다면 일본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교류회나 어플을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죠.
완벽히 알 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감은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일본어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니 왠지 모르게 내적 친밀감이 듭니다.
제 삶의 목표 중 하나는 최대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학의 전공도 일어일문학을 골랐죠.
제가 가장 잘하기도 하고, 흥미가 있는 분야였으니까요.
저의 가치관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저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동질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왠지 모르게 잘해주고 싶고, 내적 친밀감이 샘솟더군요.
그래서인지 일어일문학과에서 만난 사람들은 오랫동안 만나며 친구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같다고 생각하니,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여러분들의 앞길을 응원합니다!
언제든 제 힘이 필요하시다면 이야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