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을 읽고
본 글은 Part1에서 이어졌습니다.
캐즘마케팅의 저자 제프리 무어는 두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그 중 하나는 디데이 전략이다.
20세기 전반기에 일어난 한 사건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바로 1944년 6월 6일을 디데이로 삼았던 연합국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중략)... 우리의 제품으로 이 경쟁자가 장악한 주류시장을 탈환하려면 우리는 다른 제품들과 기업들(연합국)로 구성된 침투부대를 구축해야 한다. 주류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최우선 목표는 초기시장 기반(영국)에서 주류시장의 전략적인 표적시장 부문(노르망디 해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와 우리의 목표 사이를 갈라놓은 장애물은 캐즘(영국 해협)이다. 우리는 침투부대로 공격시점(디데이)에 집중해 최대한 신속하게 캐즘을 뛰어넘고자 한다.
- 본문 발췌 (109pg)
현재로서 이길 수 없는 주류시장의 경쟁자들을 제쳐놓고, 틈새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것이다. 틈새시장이라는 작은 연못에서 제일 큰 물고기가 되어보자. 이렇게 하면 틈새시장은 우리의 든든한 거점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든든한 거점을 기반삼아 주변의 시장으로 세력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이미 거대한 물고기가 많은 큰 연못에 들어가는 것보다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다음은 완비제품 전략이다. 마케팅 전문가 시어도어 레빗의 완비제품 모델을 먼저 살펴보자.
1. 일반 제품 : 상자에 포장되어 출시되고 구매계약으로 보증되는 제품
2. 기대 제품 : 소비자들이 일반제품을 구입하면서 기대치를 갖게 되는 제품. 구매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의 '최소한'의 구성. 예를 들면, 테블릿을 구매하면 가정용 와이파이 네트워크나 휴대용 연결기기가 필요하지만, 둘 다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3. 보강 제품 : 구매 목적을 '최대한' 달성할 수 있도록 보강하는 제품. 예를 들면 태블릿의 경우에는 이메일, 브라우저, 달력, 퍼스널 디렉토리, 검색엔진, 앱스토어 같은 제품들이 포함됨.
4. 잠재 제품 : 고객을 위한 보강이 이루어지는 성장에 대비한 제품의 활용 여지를 나타냄. 아이패드의 경우, 사용자가 구매를 통해 범위와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애플스토어의 앱이 중요한 판매요소임.
완비제품 개념이 캐즘을 뛰어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처음에 보았던 기술수용 주기를 떠올려보자. 그래프를 보았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할수록 일반제품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얼리어답터들은 완비제품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 반면 주류시장의 다수 고객들은 처음부터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완비제품을 원한다. 따라서 캐즘을 뛰어넘어 주류시장에 접근하려면 완비제품을 개발해야만 한다.
책에서는 다큐멘텀, 세일즈포스닷컴과 같은 조금은 시간이 지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캐즘에 빠져있거나 극복한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내가 찾은 것은 여행자를 위한 호스팅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이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라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을 만나기 전에 숙소를 실제 사용하는 고객만 하루 평균 52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성과를 보여주었다. 특히나 성수기 시즌에는 하루 최대 400만명이 이용했다고 하니, IT업체가 겪을 수 있는 캐즘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캐즘에 빠지기 전에 뛰어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사실 숙박 플랫폼은 에어비앤비 외에도 다수 존재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야놀자, 여기어때가 이미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비앤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타사와 다른 포지셔닝이다. 에어비앤비는 단순 숙박업을 중계, 판매 해주는 것이 아닌 호스트와 여행객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언제부턴가 몇몇 사람들이 유명한 장소를 찾아 돌아다니는 방식의 흔한 여행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국내에서도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와 같은 여행이 트렌드가 되었다. 이 점을 잘 이용하여 실제 현지인의 집에서, 그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중계자로서의 역할로 포지셔닝한 에어비앤비의 전략이 잘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관계 중심적 기능 없이 그저 흔한 '숙박 플랫폼'에 '집을 숙박장소로 사용한다' 라는 것만으로는 에어비앤비가 캐즘을 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제프리무어의 캐즘 마케팅」은 소비자이기만 했던 나에게서 벗어나, 초보 기획자로써 내가 가져야할 시각을 짚어주었다. 동일한 서비스나 상품을 가지고서도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요점은 '캐즘이 존재한다는 의식을 갖자'는 것이었다. 우리가 어떤 단계에 도달해 있는지, 우리 제품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인지해야 할 것이다. 가파른 성장이 우리를 안정적인 궤도로 올려놓을 것이라는 섣부른 낙관보다는, 지금이 캐즘의 시기가 아닐까 인지하고 전략을 세우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