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자리에서 대표는 꽤 괜찮아 보였다.
면접자를 편하게 해 줬고, 회사 비전도 똑 부러지게 설명했다.
우리는 함께 가치를 만드는 조직입니다.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분위기예요.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래서 더 이 회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입사 이틀 만에, 그 믿음은 무너졌다.
첫 번째 충격은 영업마케팅 회의에서 찾아왔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대표는 단숨에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오늘 아젠다는 뭐죠?”
“요즘 M사 너무 나사 빠졌습니다.
앞으로 사전 안건 보고 없이 회의에 저 부르지 마세요.”
그리고는 회의실을 박차고 나갔다.
그가 방금 언급한 M사는 우리 회사였다.
자기 조직을, 마치 타사처럼 말하며 비난하는 모습에 심히 당황스러웠다.
‘면접 때 그 모습은 뭐였지?’
며칠 뒤, 신규 입사자 온보딩 교육 시간.
이번엔 대표와의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2시 시작이었지만 대표 방에선 여전히 보고가 진행 중이었다.
그 사이 잠깐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런데 2시 3분, 갑자기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랴부랴 회의실로 들어서자 대표는 무거운 분위기로 앉아 있었다.
“온보딩 공지 못 받았습니까?”
사과를 하자 표정은 풀렸고, 무던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온보딩은
회사 원칙과 철학에 관한 출력물을 읽으며 설명 몇 마디 덧붙이는 식이었다.
그리고 맥락 없이 이런 말도 했다.
“민연 님은 타 팀장에게 밥도 사달라 하고 그래요. 친해져야 하니까요.”
당황스러웠다.
나는 억지로 친해지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업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거 아닌가.
왜 신규 입사자가 먼저 다가가 ‘밥 사달라’고 해야 하지?
며칠을 지켜보니 확신이 들었다.
이 조직의 ‘원칙’은 대표의 기분에 따라 바뀐다.
회사의 철학은 PPT 속 문구일 뿐, 실제 운영은 감정과 직관으로 이뤄지는 식이었다.
면접장에서 강조했던 ‘자율’은 없었다.
뜬금없는 지시, 의견 교환이 아닌 일방적 피드백만 있는 자리.
그때 알았다.
면접은 그저 프롤로그일 뿐, 진짜 내용은 입사 후에 펼쳐진다는 걸.
면접장에서 보이는 친절과 회사 소개는 연출일 수 있다.
조직의 분위기, 대표의 성향, 소통 방식은 겪어봐야 알 수 있다.
나는 구성원이 리더를 믿고 따를 수 있어야 조직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좋은 조직은 말보다 태도로 증명된다.
철학을 말할 자격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먼저 드러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