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만들어낸 연봉 두 배

조금씩 기준을 바꾼 결과

by 감정 쓰는 직장인

연봉 두 배가 됐다. 단 5년 만이다.
그렇다고 엄청난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사실, 첫 연봉이 너무 낮았다.

석사 졸업 후 첫 회사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가’만을 기준으로 골랐다.
연구개발로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당시 계약 연봉은 2,900만 원.
월 180 정도, 솔직히 말도 안 되게 낮았지만
일은 재밌어서 2년 반을 버텼다.

그 때의 인상과 진급으로 연봉은 3,500만 원 정도가 됐다.


두 번째 이직은 기준을 달리 잡았다.
이번엔 내 가치를 반영해줄 회사를 찾기로 했다.

회사의 네임밸류, 매출 규모, 성장률을 지표로 봤고
크레딧잡에서 업계 연봉 정보를 찾아봤다.


면접 당일, 희망 연봉을 적으라고 했을 때
일부러 기존보다 1,000만 원 높게 적었다.
깊게 계산하지 않고 질러본 셈이었는데

결과는 성공이었다.
연봉은 앞자리가 바뀌었고, 진급 후에는 5,000만 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부서 이동 한 번에 모든 게 흔들렸다.
휴직까지 하며 다시 고민하게 됐다.

세 번째 이직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순위로 뒀다.
그러면서도 운이 좋게, 스타트업임에도
연봉 상향 조정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곳을 고를 수 있었다.

최종 오퍼는 첫 사기업 연봉의 정확히 두 배, 5,800만 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배운 건 몇 가지다.

· 내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지 말 것.

원하는 직장과 포지션이었지만, 연봉 동결 수준의 오퍼는 거절했다.
나는 중간에 직무를 한 번 변경(연구개발 → 마케팅)했기에,
다시 연구개발로 지원했을 때 마케팅 경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제로 일부 회사에서는 이를 이유로 연봉을 삭감 수준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경력을 전부 인정받지 못하는 건 이해하지만,
이것이 연봉 삭감의 충분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정보는 최대한 사전에 찾아볼 것.

회사의 재무상태, 업계 평균 연봉, 성장 가능성을 알고 가면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간혹, 내가 제시한 희망 연봉의 산정 근거를 묻는 곳도 있다.
그럴 때 미리 찾아본 동종 업계의 동일 직무, 유사한 근무조건을 레퍼런스로 제시하면
내 주장에 힘이 실린다.
· 연봉은 ‘버틴다고’ 크게 오르지 않는다.

기준을 세우고, 방향을 조금씩 바꿔야 진짜 기회가 열린다.
예를 들어, 내년에 실적이 잘 나오면 성과급이 터질 거라거나,
역량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줄 것처럼 말하며 나에게 기대감을 준 상사가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형평성을 이유로 내게 B를 주었던 그 팀장처럼,
한 직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하고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그것이 연봉 상승이라는 정직한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꿀팁이라 부를 만한 건 없지만,
내 몸값은 내가 움직여야 올라간다.
그저 버티는 것만으론, 크게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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