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처리 하나에 다섯 번 의문이 든 날

by 감정 쓰는 직장인

출시 첫 제품의 매입비용 처리 과정도 참 복잡했다.

외부 업체에 생산을 의뢰한 제품이었기에, 그쪽에 비용을 지급해야 했고

그것도 선금과 잔금으로 나눠 두 차례에 걸쳐 입금해야 했다.

여기서 첫 번째 의문이 들었다.

왜? 그냥 한 번에 정산하면 안 되는 걸까?


선금 지급할 때도, 경영지원팀에서 세금계산서 처리를 해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계산서 코드가 아직 미발행 상태라,

급히 처리하려면 ‘선급금 지급 신청’이라는 기안을 따로 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긴 원래 이런가 보다’ 하고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


이후 제품이 전부 우리 물류센터에 입고된 뒤,

잔금 처리 단계에서 또 문제가 생겼다.

처리 절차를 경영지원팀에 문의했더니

이 건은 영업지원팀에서 해주는 일이라고 했다.

'잔금은 비교적 수월하구나' 싶었다.


그런데 하루 쉬고 출근한 아침, 사내 메신저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나에게 다시 ‘선급금 지급 신청서’를 올리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 의문.

영업지원에서 한다며? 왜 다시 내게 돌아온 거지?


그 와중에 경영지원 팀장은 내게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제품 개발에 발생한 동판(패키지 제작 시 그림이나 글자를 새기는 인쇄용 원판)

비용이 기존 기안서와 다르다면서,


1. 체결한 계약서에 동판비용을 당사 부담으로 명시했는지

2. 왜 비용이 기존 기안보다 높게 책정됐는지

를 나에게 물었다.


여기서 세 번째 의문.

계약서는 전 사원이 볼 수 있는 공용폴더에 있는데, 왜 나한테 묻는 걸까?

8페이지짜리 계약서 한 번 읽는 것도 귀찮다는 뜻일까?


따지고 들기도 애매하고, 괜히 힘 뺄 필요 없어서 그냥 응대했다.

팀장은 내부적으로 재기안이 필요한지 아닌지 논의를 해야 한다더니,

결국 동판비용 변경 사유를 명시해 기안을 다시 올리라고 했다.


네 번째 의문.

동판비용은 디자인이 확정된 후에야 인쇄 색상 수에 따라 달라지는 건데,

그럼 디자인도 안 나온 상태에서 무당처럼 예측해서 기안을 올렸어야 했단 말인가?


경영지원팀은 계속 나를 힘들게 했다.

이번 제품은 총 20,000개를 발주했는데,

실제로는 20,020개가 생산되어 그만큼의 비용이 청구되었다.

이것도 왜 20개가 추가 생산됐는지, 사유를 기안서에 꼭 명시하라고 했다.


다섯 번째 의문.

생산 오차 범위는 제조 과정에서 흔한 일 아닌가?

이런 것도 일일이 설명해야 하나?


비용 처리 하나 하는 데 다섯 번이나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싸워가며 따지기엔 피곤했고, 그냥 넘기기로 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지만,

그 로마법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너무 명확하게 ‘실장' 한 사람이라는 게 나를 지치게 만든다.


피로를 유발하는 절차가 일이 되어버린 이 구조가 과연 옳은 걸까.

효율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참 버거운 환경이다.

작가의 이전글대표 옆을 지켰던 4시간의 연출컷 촬영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