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집 보러 갈 때 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역세권, 채광, 주변 편의시설 등 여러 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걸 후순위로 미루더라도, '하자 없는 집'을 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두 번째 자취 집에서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누군가는 겪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새 자취집을 계약했다. 직장까지 편도 20분 거리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입주 첫날, 관리인은 "호구 잡힌 것 같다"며 온갖 오지랖을 부렸다.
겨우 그를 떼어내고 집에 들어섰지만, 곧 집 문제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집안 하자들
입주 첫날부터 샤워기 호스에서 물이 줄줄 샜다. 샤워부스 하단 틈새로도 물이 흘러나갔다.
냉장고는 밤새도록 '웅~' 소음을 내며 잠을 방해했다.
천장 등은 꺼도 완전히 꺼지지 않는 '미등' 상태로 방을 훤히 비췄다.
처음엔 '고치면 되겠지' 싶었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화장실의 악몽
화장실은 진짜 문제였다.
락스로 청소해도 정체 모를 악취가 사라지지 않았다.
변기 뒤편에서 곰팡이, 벌레 사체, 썩은 수세미까지 발견됐다.
그리고 매일 한 두 마리씩 화장실에서 나방파리가 출몰했다.
관리실에 점검을 요청했더니, 악취와 벌레의 원인은 변기가 아니라 샤워실 배수구였다.
문제는 배수구 부품이 단종돼 전체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
집주인과 부동산은 문제 해결에 대한 답변을 미루기만 했다.
누수 논란
관리실은 "과거 누수 이력이 있으니 화장실 물청소를 자제하라"고 했다.
반면 부동산은 "물청소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결국 서울시 전월세 종합지원센터와 변호사 상담을 받았다.
상담 결과, 하자 미고지 시 계약 해지가 가능하나, 누수가 실제 발생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며칠 후 관리실에서 연락이 왔다.
누수 이력은 옆집과 착각한 것이었다.
허탈했지만, 실제 누수 집에 사는 것보단 나았다.
이 모든 고생 끝에 깨달았다.
집은 살아봐야 알며, 월셋집 체크리스트는 더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다음 실수를 막기 위해 반드시 확인할 것들을 정리했다.
1. 전기/조명 상태
모든 전등 스위치를 켜고 꺼보며 작동을 확인한다.
'미등' 현상이나 깜빡거리는 등이 없는지 점검한다.
2. 보일러/인터폰 위치
보일러와 인터폰이 옷장이나 수납장 안에 있어 불편하지 않은지 확인한다.
3. 수압과 배수구 위치
모든 수도꼭지를 틀어 수압을 확인하고, 배수구 위치를 점검한다.
샤워부스 안에만 배수구가 있다면 물청소가 불편하다.
4. 샤워기 및 부스 점검
샤워기 헤드와 호스에서 물이 새는지, 샤워부스 하단에 물막이가 있는지 확인한다.
5. 가전제품 스펙
에어컨 냉방 성능과 냉장고 용량(최소 190L 권장)을 확인한다. 소음 문제도 점검한다.
6. 벽지 및 타일 마감
벽지나 욕실 타일의 부분 수리 흔적을 확인한다. 이는 다른 문제를 숨길 수 있다.
7. 변기 상태와 구조
변기가 벽에 밀착돼 있는지, 청소가 어려운 구조(치마형 변기)인지 확인한다.
틈새나 깨진 타일은 악취와 벌레의 원인이 된다.
8. 누수 이력과 책임 명확화
집주인이나 관리실에 누수 이력을 확인하고, 누수 발생 시 임대인 책임을 서면으로 남긴다.
9. 초인종 및 인터폰 작동
초인종과 인터폰 작동 여부, 고장 시 수리 책임을 확인한다.
10. 주변 소음
창문을 열어 차량, 옆집, 위층 소음을 확인한다.
11. 사진 및 영상 기록
집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하자 발생 시 증거로 활용한다.
집은 단순히 잠자는 공간이 아니다.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휴식하는 곳이다.
이 체크리스트가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움 되길 바란다.